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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곤란한 결혼, 우치다 타츠루, 민들레, 2017 본문

책/밑줄긋기

곤란한 결혼, 우치다 타츠루, 민들레, 2017

건방진방랑자 2019. 6. 1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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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면 좋을지 모를 때 대처법

 

무도 수행이 체력과 투지를 기르고 격투기 기술을 훈련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이는 무도 수행의 본래 목적이 아닙니다. 합기도뿐만 아니라 무도라는 것은 본래 어찌하면 좋을지 모를 상황에 처했을 때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어찌하면 좋을지 모를 상황에서도 어찌하면 좋을지 아는 것, 이것이 무도인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경지입니다.

어찌하면 좋을지 모를 상황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천재지변을 맞닥뜨렸을 때, 사업에 실패하거나 병이 들었을 때 우리는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는상황에 처하게 되지요. 이럴 때 우리는 흔히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는 채 방황하거나 기력을 잃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어찌하면 좋을지 아는 사람들은 우선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생각합니다. 이는 잃어버린 것이 몇 개인지 세는 것이 아니라 아직 수중에 남아 있는 것이 몇 개인지를 헤아리는 일과 비슷합니다.

소중한 것을 많이 잃어버린 후에도 여전히 우리에겐 가치 있는 것, 소중한 것, 신뢰할 수 있는 것이 꽤 남아 있습니다. 이것을 헤아려보고 이처럼 가치 있는 것이 아직 꽤 남아 있다는 사실에 일단 감사하기. 그리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기. 이것이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서의 적절한 행동입니다.

무도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심신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적 훈련입니다. -18~19

 

 

강인함이란

 

무도에서 말하는 강인함이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자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가치 있는 것지금 상대가 보내준 가치 있는 것을 더해 이를 소재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를 임기응변이라 불러도 좋고 혹은 선불교의 말을 빌려 隨處作主 立處皆眞(어디에 처하든 주인처럼 당당하면 곧 참된 것)’이라 해도 좋습니다. 어떤 상황에 내던져지더라도 마치 그 상황을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 듯 당당하고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경지를 무도인들은 추구합니다. -21

 

 

만나는 사람으로 인해 내가 변한다

 

인간의 내면에는 여러 가지 타입의 배우자 특성이 잠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사람과 결혼하더라도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가?’ 같은 의문을 품게 할 인격적 특성이 등장합니다. 다시 말해 배우자가 바뀌면 당신도 다른 인간이 되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과 결혼하더라도 그때마다 이 배우자가 아니었으면 나도 이런 인간은 아니었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달리 표현하면 이는 배우자로부터 주어지는 선물같은 것입니다. 33~34

 

 

내 안엔 다양한 내가 있다

 

사실은 자기 안의 잠재 가능성이라는 건 배우자가, 친구가, 환경이, 업무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발현되는 겁니다. 그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여기 이렇게 다양한 자신안에 어떤 특수한 조건에서만 발현하는 유일무이한 진짜 자신이라는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다양한 모든 자신의 모습이 전부 동등하게 자신인 것입니다. 전부가 동격의 자신입니다. ‘가짜 자신진짜 자신이 디지털 개념처럼 분리되어 있을 리가 없습니다. -34~35

 

 

맘에 안 드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

 

저는 18년 동안 단둘이 지내온 딸이 하나 있는데, 딸애가 결혼하겠다고 하면 상대가 누구든 반대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그래, 그래, 누구든 좋으니 결혼하거라하고 말할 겁니다. 속으로 이 친구는 좀 아닌 것 같은데...’ 싶더라도 겉으로는 미소 지을 겁니다.

함께 지내온 18년 동안 부모가 자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다 가르친 셈이니, 그 결과로 저는 이 사람을 선택했어요라는 자식의 통보에 , 그래외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딸이 그 남자를 선택했다는 것 또한 어찌됐든 제 육아의 결과이기 때문이지요. 부모는 이런 결과는 바라지 않았는데...’라고 말할 권리가 없습니다. -42~43

 

 

사람은 자신을 증명하고 싶기에 어리석은 일이라도 반복한다

 

프로이트는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병이 들어 간병하다가 사별한 경험을 세 번이나 반복한 여성의 사례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아마 그녀는 첫 남편이 병약한 사람이어서 간병만 하다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건 그거대로 행복한 결혼생활이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두 번째, 세 번째도 당장 죽을 것만 같은 남자를 일부러 골라 결혼한 것이지요.

인간이란 그런 의미에서 무서운존재입니다. 우리가 아는 차원을 넘어 훨씬 더 무서운 존재입니다. -51~52

(인간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한 일이라면 불행도 무릅쓰는 동물입니다. 113)

 

 

결혼은 반항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의 원리와 싸우기위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교육하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고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생물학적 인간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예외적인 능력과 재능이 없으면 배우자를 찾지 못한다는 규칙을 정해 놓고 게임을 한다면 인류는 이미 수만 년 전에 멸종했을 겁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값입니다. 적어도 인류의 탄생부터 반세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지금이 이상한 겁니다.

그러므로 사회제도를 계속 이 상태로 유지하면서 결혼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개인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가 아니라, 보통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결혼해서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기 위해 사회제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68~69

 

 

모국어 습득은 신앙, 과학적 지성과 같다

 

갓난아기는 엄마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아직 언어를 모르니까요. 말의 뜻도 모르고 문법 규칙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어머니로부터 자신에게 직접 전해지는 공기의 파동이 사실은 어떤 패턴을 반복해서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언젠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패턴과 연동해 자신의 환경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상관관계를 깨닫게 되지요. ‘엄마라는 공기의 파동은 언제나 맛있는 음식과 다정한 손길, 기저귀 갈이 같은 자신의 생리적 쾌감과 연동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순간 아기는 이 세상에는 기호라는 것이 존재하는구나하는 직감적으로 깨닫습니다. 이는 잘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혁명입니다. -103~104

 

 

상황을 이해하며 받아들일 힘

 

결혼생활을 통해 저는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한곳에 머무르며 버틸지가 아니라 어떻게 흔들리는지,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어떤 식으로 그때마다 나타나는 곤란한 상황에 적응해 나가는지에 대한 작법을 배웠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45

 

 

결혼의 참맛

 

결혼생활의 토대는 그런 공통점만으로는 다져지지 않습니다. 결혼생활의 참맛은 처음부터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결혼 전에는 공감하는 것이 거의 없었는데 어느새 공감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점에 있는 게 아닐까요? -152

 

 

지금 여기서 성취하라

 

만약 미래에 이상적인 결혼생활이 하고 싶다면 지금 여기에서 그것을 선취해야만 합니다. 이는 형태로는 실현할 수 없지만 태도로는 실현할 수 있습니다. 혹은 콘텐츠(내용)’로는 실현할 수 없지만, ‘콘테이너container(용기)’로는 실현할 수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태도콘테이너라는 것은 별 대단한 게 아닙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쾌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이상적인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이 유쾌하듯 이상적인 사회를 실현하고자 결성된 조직은 참가자들이 모두 유쾌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만약 참가자들이 짜증내고 화내고 서로 원망하며 숨이 멎을 것처럼 격렬한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다면 그 조직이 실현시킬 미래사회는 구성원들이 모두 짜증내고 화내고 서로 원망하고 서로의 숨통을 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157~158

 

 

한 공간에 같이 있으려면?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라는 생물학 개념이 있습니다. 특정 자연환경 속에서 여러 종의 동물들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생활 방식을 달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야행성과 주행성, 육식과 초식, 땅속에서 살거나 나무 위에서 살거나 하는 식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서로 겹치지 않게확보하는 겁니다. 상대가 없을 때, 상대가 없는 장소에서 상대가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 이것이 생물들이 갖춘 공생의 지혜입니다.

결혼생활도 기본은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없을 때, 상대가 없는 장소에서 상대가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을 자신의 주활동으로 삼는 것. 그리고 함께 있을 때는 가능한 상대를 방해하지 않는 것. -161~162

 

 

가족 간에 비밀이 있는 건 당연하다

 

부부가 제각각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멍하니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 이것이 단란한 가족의 완성된 모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고민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공유하거나, 재치 있는 농담으로 왁자지껄 웃거나, 하나의 주제를 놓고 뜨겁게 토론하는 것이 단란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가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있다면 그게 비정상입니다.

(중략) 가족 간에 비밀이 있다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다른 가족들에겐 털어놓을 수 없는 뭔가를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서도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아무 것도 아닌시간을 매일매일 보낸다면 그걸로 아마 훌륭한 가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생각해보세요. 가족 모두가 각자 생각하고 있는 걸 전혀 숨기지 않고 커밍아웃해버리면 가족은 금방 붕괴되어버릴 겁니다. -163~164

 

 

공경은 거리를 두는 마음속에 깃든다

 

시리카와 시즈카白川靜 선생이 펴낸 사전 자통字通에 따르면, 존경 의 원래 형태는 양두인(중국 창족) 앞에 축도의 그릇을 놓는 형태였답니다. 창족羌族은 고대 중국의 변경 지역에 살던 부족으로, 제사를 지낼 때 산 제물로 쓰였다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축도의 그릇에 받아내는 것이 입니다. 여기서 의미가 변화하여 종교적인 제사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표현하는 말이 된 것입니다. 논어에 나오는 敬鬼神而遠之의 전형적 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77

 

 

권태란?

권태감이란 자기 인생에 질려버린 인간이 느끼는 감정입니다. 자신의 인생에 질려 있지만 이를 인정해버리자니 인생의 뒤가 없으므로권태감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아 누군가 때문에 내 인생이 재미없다는 스토리를 만들고는 이를 믿어버리는 것이지요. 220

타인에 대한 호기심은 자기에 대한 호기심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만 대단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기 안에 어떤 미지의 자질이 잠들어 있는지 미개발 자원이 매장되어 있는지, 이에 대해 진지하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질리거나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변화할 때마다 눈앞에 있는 타인의 얼굴도, 모습도 함께 변화하기 때문이지요. 자신이 변하면 세상도 변합니다. -221

 

 

 

 

인용

목차

책 담소

살아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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