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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산수(山水)의 미학(美學), 산수시(山水詩) - 12. 가을 구름이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네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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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산수(山水)의 미학(美學), 산수시(山水詩) - 12. 가을 구름이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네③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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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가을 구름이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네

 

 

다시 한 대목을 보자.

 

 

금표(禁篻) 스님과 더불어 법화경(法華經)의 화택(火宅)의 비유를 강론하였다. 스님은 오십여 세로 송경(誦經)은 잘 하지만 사람과 마주하는 것은 꺼리는 듯했다. 그 형인 혜신(慧信) 또한 중이 되어 극락전(極樂殿)에 거처하는데 불경의 조예가 금표(禁篻)보다 낫다 한다. 내가 물어 보았다.

중 노릇이 즐거운가?”

제 한 몸을 위해서는 편합지요.”

서울은 가보았소?”

한 번 가보았지요. 티끌만 자옥히 날려 도저히 못살 곳 같습디다.”

내가 또 물었다.

대사! 환속할 생각은 없소?”

열둘에 중이 되어 혼자 빈 산에 산 것이 40년 올씨다. 예전에는 수모를 받으면 분하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보면 가엽기도 했었지요. 지금은 칠정(七情)이 다 말라버려, 비록 속인이 되고 싶어도 될 수도 없으려니와, 혹 속인이 된다 해도 무슨 쓸모가 있답니까? 끝까지 부처님을 의지타가 적멸(寂滅)로 돌아갈 뿐입지요.”

대사는 처음에 왜 중이 되시었소?”

만약 자기가 원심(願心)이 없다면 비록 부모라 해도 억지로 중 노릇은 시키지 못하지요.”

이날 밤 달빛은 마치도 흰 명주 같았다. 탑을 세 바퀴 돌고 술도 한 순배 하였다. 먼데 바람소리가 잎새를 살랑이니 쏴-아 하고 쏟아내는 듯 쓸어내는 듯하였다.

與禁寰師, 講正法華火宅喩. 師五十餘臘, 口能誦經, 向人疑疑. 其兄慧信亦爲僧, 住極樂殿, 經旨多於寰云, : “爲僧樂乎?” : “爲一身則便.” “曾到京否?” : “一人其中, 萬塵奔汩, 似不可居之地也.” 又問 : “師肯還俗否?” : “十二爲僧, 獨住空山四十歲, 囊時猶遇侮則忿, 自願則憐. 今則七情枯矣. 雖欲俗不可得, 爲俗亦無用. 將終始依佛, 以歸于寂.” : “師初何爲僧.” : “若己無願心, 雖父母不能强此也.” 是夜望月如素. 繞塔三匝, 酒盃一巡. 遠籟在葉, 如瀉如掃.

 

 

객수(客愁)에 잠을 못 이루던 서울 선비가 탑 둘레를 맴돌다가 초로의 스님과 만나 대화하는 장면이다. 명주를 펼쳐놓은 듯 희고 고운 달빛, 바람은 쏴-아 물결 소리를 내고, 도도한 흥취는 몇 잔의 술로도 잠재울 수가 없다. 먼지만 날려 도저히 사람 살 곳이 못 됩디다 하고 스님은 고개를 내젓는다. 환속을 말하는 짓궂은 농담에는 칠정(七情)이 다 말라버렸다고 대답한다. 달빛 아래 담소의 광경이 꿈속 같이 아련하다.

 

정지상(鄭知常)변산소래사(邊山蘇來寺)를 연상시킨다.

 

古徑寂寞縈松根 옛길은 적막해라 솔뿌리 얽혀
天近斗牛聯可捫 낮은 하늘 북두 견우 손 뻗으면 닿겠네.
浮雲流水客到寺 뜬 구름 흐르는 물, 절 찾은 나그네
紅葉蒼苔僧閉門 붉은 잎 푸른 이끼, 스님은 문을 닫고.
秋風微凉吹落日 산달이 떠오더니 잔나비 울음 우네.
山月漸白啼淸猿 가을바람 싸늘히 지는 해 불어가자
奇哉尨眉一老衲 기이쿠나. 흰 눈썹의 늙은 중이여
長年不夢人間喧 긴 세월 시끄러운 세상 꿈 꾼 일 없네.

 

솔뿌리를 밟으며 태고 속으로 나그네는 걸어 들어가고, 청청한 하늘은 머리를 누를 듯 낮게 내려와 반짝반짝 별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다. 사는 일 하릴없어 절을 찾은 나그네를 맞이한 것은 발목을 덮는 낙엽과 푸른 이끼 낀 빗장 질린 산문(山門)이다. 아웅다웅 토닥대며 살아온 삶이 굳게 닫힌 산문(山門) 앞에서 무연하다.

 

박제가(朴齊家)묘향산소기(妙香山小記)를 이렇게 맺는다.

 

 

무릇 유람이란 흥취를 위주로 하나니, 노님에 날을 헤이지 않고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머물며, 나를 알아주는 벗과 함께 마음에 맞는 곳을 찾을 뿐이다. 저 어지러이 떠들썩하는 것은 나의 뜻이 아니다. 대저 속된 자들은 禪房에서 기생을 끼고 시냇가에서 풍악을 베푸니, 꽃 아래서 향을 사르고 차 마시는데 과일을 두는 격이라 하겠다. 어떤 이가 내게 와서 묻는다.

산 속에서 풍악을 들으니 어떻습디까?”

내 귀는 다만 물소리와 스님이 낙엽 밟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요.”

凡遊以趣爲主, 行不計日, 遇佳卽止. 携知己友, 尋會心處, 若紛紜鬧熱, 非我志也. 夫俗子者, 挾妓禪房, 張樂水聲, 可謂花下焚香, 茶中置菓也.

或者來問曰: “山中聽何如?” : “吾耳但聞水聲僧踏落葉聲.”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가어옹(假漁翁)과 뻐꾸기 은사

2. 가어옹(假漁翁)과 뻐꾸기 은사

3. 청산에 살으리랏다

4. 청산에 살으리랏다

5.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변()

6.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변()

7. 요산요수(樂山樂水)의 변()

8. 들 늙은이의 말

9. 들 늙은이의 말

10. 가을 구름이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네

11. 가을 구름이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네

12. 가을 구름이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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