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함으로 자신을 향기롭게 윤택하게 하라
수윤당기(漱潤堂記)
김택영(金澤榮)
깨우침의 세계, 신비하고 놀라워
天下之所謂道術文章者, 莫不由勤而精, 由悟而成. 苟能悟之, 則向之聞一而不知一者, 可以知十百矣; 向之遠在千萬里之外者, 可以逢諸左右矣; 向之戛戛乎難者, 可以油油然化爲易矣; 向之求之於千萬卷之書者, 一二卷而足矣; 向之言法言訣者, 無所謂法訣者矣. 瓦礫可使爲金玉, 而升斗可使爲釜鍾. 入之無窮, 出之不竭, 何其快矣.
요령 피우지 말고 생각하는 것부터 해나가라
雖然悟之之道, 無方無體, 不可以握, 不可以定. 昔者成連見海波之洶湧而悟琴之道, 成連固如此矣. 假令復有人慕成連之事, 而抱琴更立於海波洶湧之際, 則當何如哉? 夫成連之悟, 乃屢年深思之力之所爲, 而非一朝之間無故而致者. 故與其勸人以悟, 毋寧勸人以思; 臨淵羡魚, 不如退而結網; 慕道術文章, 不如仰而一思.
하자신은 이 당(堂)에서 향기 나고 윤기나리라
善乎晉州河子信之爲文也. 子信爲文幾年? 自謂無所婾快, 益加精思. 取古人‘漱六藝之芳潤’之語, 而署其所居藏書萬卷之室曰‘漱潤堂.’ 夫芳者物之腐, 臭之反也; 潤者物之枯, 暗之反也. 芳積于中然後, 潤著于外, 故言潤則芳在其中矣. 漱其潤於口, 則口之潔養可知矣. 夫以吾之一心, 而沉浸反覆于六藝, 猶口之潄潤, 豈非心之思之至乎? 前修之言曰: “思之思之, 鬼神其通之” 吾知子信坐是堂讀是書, 一日之頃, 豁然大悟, 去腐臭而就芳, 去枯暗而就潤. 如雷霆之轟轟然起蟄也不遠矣. 『韶濩堂文集定本』 定本卷五
해석
깨우침의 세계, 신비하고 놀라워
天下之所謂道術文章者,
천하에서 말하는 도술이나 문장이란 것은
莫不由勤而精, 由悟而成.
부지런함과 정밀함에 말미암아 깨우침으로 완성되지 않음이 없다.
苟能悟之, 則向之聞一而不知一者,
진실로 그것을 깨우친다면 예전엔 하나를 듣고도 하나를 알지 못하던 것을
可以知十百矣;
열 가지나 백 가지도 알 수 있게 되고,
向之遠在千萬里之外者, 可以逢諸左右矣;
예전엔 아득히 천만리 밖에 있던 것을 좌우에서 만나게 되며,
向之戛戛乎難者, 可以油油然化爲易矣;
예전엔 참으로 어렵던 것이 절로 명쾌해져 변화하여 쉬워지고,
向之求之於千萬卷之書者, 一二卷而足矣;
예전엔 천 만권의 책에서 구하던 것을 1~2권으로도 충족되며,
向之言法言訣者, 無所謂法訣者矣.
예전엔 방법이라 말하고 비결이라 말하던 것이, 방법이나 비결이라 말하는 것이 없게 된다.
瓦礫可使爲金玉, 而升斗可使爲釜鍾.
기왓장과 자갈이 금과 옥이 되게 하고, 되와 말이 가마와 종이 되게 한다.
入之無窮, 出之不竭, 何其快矣.
내 안으로 유입된 것들이 무궁해져 산출되어도 다하질 않으니, 얼마나 유쾌한가?
요령 피우지 말고 생각하는 것부터 해나가라
雖然悟之之道, 無方無體,
비록 그러나 그것을 깨우치는 방법도 없고 체계도 없으며
不可以握, 不可以定.
잡을 수도 없고 정해진 것도 없다.
昔者成連見海波之洶湧而悟琴之道,
옛적에 성연(백아의 스승)은 바다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을 보고 거문고의 도를 깨달았으니,
成連固如此矣.
성연은 진실로 이와 같았다.
假令復有人慕成連之事,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성연이 깨우친 일을 그대로 따라하며
而抱琴更立於海波洶湧之際, 則當何如哉?
거문고를 안고 다시 바다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언덕에 서게 한다면, 마땅히 어떠했겠는가?
夫成連之悟, 乃屢年深思之力之所爲,
성연의 깨우침은 여러 해 동안 깊이 생각한 힘으로 한 것이지,
而非一朝之間無故而致者.
하루아침에 아무런 까닭도 없이 깨달은 것은 아니다.
故與其勸人以悟, 毋寧勸人以思;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사람에게 깨닫기를 권하기보다 사람에게 생각하도록 권하는 게 낫고
臨淵羡魚, 不如退而結網;
연못에 가서 물고기를 부러워하는 것은 물러나 그물을 만드는 것만 못하며,
慕道術文章, 不如仰而一思.
도술과 문장을 부러워하는 것은 우러러 한 번 생각해보는 것만 못하다.
하자신은 이 당(堂)에서 향기 나고 윤기나리라
善乎晉州河子信之爲文也. 子信爲文幾年?
좋구나! 진주 하자신의 문장을 지음이여. 자신이 글을 지은 지 몇 년째인가?
自謂無所婾快, 益加精思.
스스로 “유쾌할 것이 없다”고 말하며 더욱 정밀한 생각을 더하였다.
取古人‘漱六藝之芳潤’之語,
옛 사람이 “육예(六藝)의 향기로움과 윤기남【西晉의 陸機가 지은 ‘文賦’에 “漱六禮之芳潤”이라는 말이 나옴.】에 양치질할 수 있다”라는 말을 취하여,
而署其所居藏書萬卷之室曰: ‘漱潤堂.’
장서 만권을 둔 집을 이름하길 ‘수윤당(漱潤堂)’이라 했다.
夫芳者物之腐, 臭之反也;
향기난다는 것은 물이 썩어 냄새나는 것의 반대말이고,
潤者物之枯, 暗之反也.
윤기난다는 것은 사물이 말라 거무튀튀해지는 것의 반대말이다.
芳積于中然後, 潤著于外,
향기가 내면에 쌓인 후에야 윤기가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故言潤則芳在其中矣.
윤기난다고 말하면 향기는 내면에 있는 것이다.
漱其潤於口, 則口之潔養可知矣.
윤기를 입으로 양치질 하면 입이 청결하고 잘 관리가 되었다는 것을 알 만하다.
夫以吾之一心, 而沉浸反覆于六藝, 猶口之潄潤,
내 하나의 마음으로 육예(六藝)에 골몰하고【침침(沉浸): 골몰하다, 잠기다.】 반복한다는 것은 입이 윤기로 양치질한다는 것과 같으니,
豈非心之思之至乎?
어찌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의 지극함이 아니겠는가?
前修之言曰: “思之思之, 鬼神其通之”
선현들이 닦으신 말에 “생각하고 생각하면 귀신이 그것을 통하게 한다.”고 했었다【관중(管仲)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생각하고 생각하면 귀신이 그것을 통하게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귀신이 통하게 한 게 아니라, 마음이 스스로 통하게 했을 뿐이다[思之, 思之, 又重思之. 思之而不通, 鬼神將通之. 非鬼神之力也, 精氣之極也].”】.
吾知子信坐是堂讀是書, 一日之頃, 豁然大悟,
나는 알겠노라. 이 당(堂)에서 이 책들을 읽다가 하루사이에 황홀히 크게 깨우쳐
去腐臭而就芳,
썩어 냄새나는 것을 제거하고 향기 나는 곳으로 나갈 것이며,
去枯暗而就潤.
말라 거무튀튀한 것을 제거하고 윤기 나는 곳으로 나갈 것이다.
如雷霆之轟轟然起蟄也不遠矣. 『韶濩堂文集定本』 定本卷五
마치 우레가 쾅하고 울리듯 칩거하다가 몸을 일으킬 것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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