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펀한 흥에
만흥(謾興)
이인로(李仁老)
境僻人誰到 春深酒半酣
경벽인수도 춘심주반감
花光迷杜曲 竹影似城南
화광미두곡 죽영사성남
長嘯愁無四 行歌樂有三
장소수무사 행가락유삼
靜中滋味在 豈是世人諳
정중자미재 기시세인암 『東文選』 卷之九
해석
境僻人誰到 春深酒半酣 | 땅이 변방이라 사람 누가 이르랴. 봄 깊으니 술 흥건히 취했네. |
花光迷杜曲 竹影似城南 | 꽃빛은 두곡【두곡(杜曲): 중국 장안(長安) 동남쪽에 있는 곳의 지명으로, 당(唐) 나라 때 명문대가인 두씨(杜氏)가 대대로 자리 잡아 살던 곳이다】인 듯 미혹하고 대 그림자는 성남과 비슷하다【한유(韓愈)와 맹교(孟郊)가 성남(城南)에서 연구(聯句)를 짓는데, 첫 머리에, “대 그림자는 육(六)이 반짝.”이란 구(句)가 있다】. |
長嘯愁無四 行歌樂有三 | 길게 휘파람부니 네 가지 시름【사수(四愁): 후한(後漢) 장형(張衡)이 사수시(四愁詩)를 지었다】이 없고 다니며 노래하니 세 가지 즐거움【삼락(三樂): 공자가 태산(泰山)에서 본 영계기(榮啓期)가 말한 세 가지 자기의 즐거움이니, 사람된 즐거움, 사내로 태어난 즐거움, 나이가 95세나 된 즐거움으로 그가 녹비[鹿皮] 갖옷에 새끼[索] 띠를 띠고 다니면서 노래를 불렀다. 『열자(列子)』 「천서(天瑞)」】이 있구나. |
靜中滋味在 豈是世人諳 | 고요한 가운데 재미가 있으니 어찌 세상 사람들이 알리오. 『東文選』 卷之九 |
해설
늦봄의 한가로운 흥취를 읊조리고 있는 시이다.
마을과 동떨어진 곳에 있어 봄의 흥취를 나눌 사람이 없어 혼자라도 술을 마신다. 꽃이 만발한 주변은 두씨(杜氏)가 살던 마을인가 싶고, 주변의 대나무를 보니 한유(韓愈)와 맹교(孟郊)가 시를 읊었던 곳인 듯하다. 휘파람 불어 온갖 시름 보내고 다니며 노래 부르니 많은 즐거움이 생긴다. 찾아오는 이 없이 조용히 즐기는 이런 맛, 세상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118~11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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