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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낙동강과 한국전쟁 버스를 타고 터널을 지나자마자 바로 내렸다. 고작 한 정거장 가는 것이지만 큰 배낭을 메고 버스에 타니, 꼭 내가 부산시민이 된 듯한 느낌이 들더라. 도심 한복판의 공장 지대를 지나 어제 버스에서 내렸던 사상구를 지나간다. 부산은 역시 대한민국의 제2의 도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에선 조선, 중공업 등의 대규모 산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며, 내륙에선 작은 여러 공장들이 큰 공장들을 뒷받침한다.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 걷는 사람에게 매연과 소음은 고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고통을 감내하며 여행할 마음은 전혀 없었기에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공장지대를 헤쳐나갔다. 한국전쟁 당시의 두 가지 ..
목차 1. 여는 글: 반복이 만든 여행, 반복이 만들 이야기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 그림을 그리려 하지만 막막하다 막막하지만 반복해서 선이라도 그어봐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은 선이라도 긋고자 하는 마음이다 2. 스펙터클한 시작과 기대 여러 도전에 성공했다고, 새로운 도전이 긴장되지 않는 건 아니다 걱정은 불안이 만든 신기루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과 애초 지킬 필요가 없는 무심함 늦는 이들이 항상 늦는 이유? 3. 시작부터 삐걱거리다 현세가 감쪽같이 사라지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제일 무섭다 4. 가까스로 달성군으로 출발하다 어그러진 상황이야말로 싱그러운 삶의 축복 특명: 자전거를 버스 짐칸에 실어라 5. 자전거 여행 시작도 하기 전에 문제가 발생하다 현풍터미널이 종점이 아닌게벼 준영이 ..
24.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이유 ▲ 10월 6일(화) 상주시 → 문경새재 / 62.04KM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아직도 29.21km나 남아 있다. 문경새재 근처에는 오르막길이 여러 군데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 길을 달려야 하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걱정이 된다. 그런데 막상 달려보니 한 번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이 있었을 뿐 그렇게까지 힘든 길은 아니더라. 그게 정말 다행이었다. ▲ 어둠이 서서히 깔리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함께 간 동지들 여기 자전거 길은 민가를 관통하여 가기도 하고 국군체육부대 앞을 질러가기도 했다. 국군체육부대에선 ‘세계군인체육’ 대회를 하고 있는 중이라 경비가 나름 삼엄하더라. 완벽하게 어둠이 대지에 내려앉았다. 자전거 플래시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안 ..
23. 자전거 여행을 영화팀의 집단지성 ▲ 10월 6일(화) 상주시 → 문경새재 / 62.04KM 상주박물관에서 자전거 도로로 가기 위해서는 낮은 언덕을 넘어야 한다.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오를 때 꽤나 애를 먹었다. 그래도 조금만 끌고 올라가니 바로 정상에 도착하더라. 경천대 내리막길에서의 사고 곧바로 펼쳐지는 내리막길은 자전거 길을 위해 만들어졌다기보다 산책길을 자전거 도로로 포장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경사가 매우 급하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여기까지 온 우리들은 당연히 브레이크가 잘 들 거라 생각하며 그냥 타고 내려간다. 나도 처음엔 뭣도 모르고 타고 내려가다가 가속도가 순식간에 붙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려서 끌고 갔다. 조금 내려가니 모래가 쌓인 곳에 재욱이가 앉아 있더라. 무슨 일인가..
21. 여행의 이유와 안 하려는 심리에 대해 ▲ 10월 6일(화) 상주시 → 문경새재 / 62.04KM 캠코더를 찾고, 자전거를 고치고, 아침밥까지 먹고 출발하려다 보니, 시간이 무한정 지체되었다. 벌써 11시 30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오늘은 상주박물관에 들러 미션을 하고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까지 63km를 달려야 한다. 어제의 일이 없었다면 한결 여유로웠을 텐데, 맘이 바쁘다. ▲ 문경새재로 바로 가면 빠른데, 우린 박물관에 들러야 하기에 10km를 더 달려야 한다. ‘계획대로 된다’는 착각을 깨는 게, 여행의 이유 그래서 후회하느냐고?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이란 어찌 보면 동섭쌤의 “배움이란 것은 배우려 생각했던 것 이외의 것을 배우는 것, 또는 그 이상의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라는 말..
16.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거든, 아즘찮다고 전해라 ▲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얼마나 달렸을까? 현세가 옆으로 오더니 말하더라. “건빵쌤 앞바퀴까지 펑크가 났어요” 다섯 번째 불행이다. 거기에 덧붙여 민석이도 옆에 오더니, “쌤 제 자전거도 서서히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드는 데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조금 바람이 빠지긴 했지만 충분히 숙소까지는 달릴 수 있을 정도였다. 현세 앞바퀴의 펑크를 때우기 위해 이미 늦은 시간임에도 모두 멈춰야만 했다. 그쯤 되니 모두 넋이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에 의존하여 어떻게든 때워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때 진짜 문제가 뭔지를 알게 됐다. 바로 도로변에 있던..
15. 이쯤 되면 신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라고 해야지요 ▲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불행은 겹쳐서 찾아온다고, 그게 시작일 뿐이었다. 그저 현세 자전거 뒷바퀴의 펑크만 잘 때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리를 옮기고 나니 여러 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으니 말이다. ‘너희들이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보자꾸나?’라고 신이 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땐 되게 민감해져 있었고, 그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겨웠다. ▲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영상의 한 장면. 어느덧 해가 저물어 플래시 불빛에 의존해야 한다. 전염된 펑크와 사라진 캠코더 분황1교 쪽에서 갓길로 내려와 일반도로에 진입하니 가로등이 켜져 있더라. 그곳이라면 수리하기 편할..
14. 돌발 상황조차 즐길 수 있는 아이들의 넉넉함 ▲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한치 앞도 모르지만, 나아갈 때가 있다. 아마도 삶이란 바로 그런 걸 거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하고 싶어 하고 예상하고 싶어 한다. 확률학을 발달시키고, 심리학을 발달시키는 기저에는 바로 미지未知의 영역을 지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의 문명이란 것은 자연 상태로 있을 때보다 예측 가능하도록 바꾸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천재天災를 통제하고 인재人災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바로 문명 발달의 척도인 것이다. 여행은 모르는 상황 속을 받아들이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을 확률에 의해 예측할 수 있고 대처할 수 ..
13. 갈등상황에 대응하는 방식 ▲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10시가 넘어 본격적인 출발했다. 아직도 81.53km를 달려야 하니, 부지런히 서둘러야 한다. 가는 길에 인증센터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자전거수첩에 인증도장을 찍었고, 칠곡보와 구미공단을 거치며 맹렬히 달렸다. ▲ 칠곡보에서 인증을 하고 잠시 쉬었다. 자전거 여행 중 첫 갈등상황 발생 그런데 그 때 감정이 부딪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름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리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던 민석이와 웃음도 많고 아이들과 금세 친해진 준영이가 부딪힌 것이다. 갑자기 민석이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며 소리치기 시작했고, 이에 질세라 준영이도 맞받아 화를 내기 시작했다. 육박전까지는 가지..
19. 위기에서 빛난 리더십과 한계 ▲ 10월 6일(화) 상주시 → 문경새재 / 62.04KM 밥을 먹고 나서 못 찾았다고 속였던 캠코더를 갑자기 들이밀며, 한바탕 깜짝쇼를 했다. 자전거도 잘 고쳐졌겠다, 캠코더도 고장 난 데 없겠다 산뜻한 기분이 절로 든다. 이제 겨우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지 이틀이 지나 삼일 째가 되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시즌 2를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그건 아무래도 어제 저녁을 계기로 맘도 한결 여유로워졌기 때문이리라. ▲ 둘째날 리더로 우리팀을 이끈 민석이 리더 김민석이의 리더십, 긍정론 어제의 리더는 김민석이었다. 영화팀 막내로 시작하여 조금씩 리더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자전거 여행 중엔 처음으로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