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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황상과 최치원의 시와 류석춘 어제 2학기 들어 두 번째 한시 스터디가 있었다. 작년부터 했던 『소화시평』이 올해 7월에 상하권 선집을 무려 1년 4개월 만에 끝낸 후에 방학 기간엔 서사한시를 마쳤고 2학기부턴 이의현이 집필한 『陶谷集』을 보기로 했다. 지난주에 예행연습 삼아 『雲陽漫錄』에 나온 ‘재물과 관직을 탐내는 사람들에게’라는 편을 보면서 2학기의 스터디를 화려하게 열었다. ▲ 늦은 시간임에도 학구열을 불태우는 아이들, 그리고 명강의를 펼치는 교수님. 황상의 시와 그 기반이 된 최치원의 시 그래서 어제 두 번째 스터디를 하며 각자가 맡아온 부분을 발표한 후에 교수님이 가져온 시 두 편을 봤다. 하나는 다산의 애제자인 황상의 지은 것으로 짚신 짜던 가난한 계집아이에 대한 기록을 담은 「여인이 짚신을 ..
8. ①강: 인성점수가 10점 상승했습니다? 길고 길었던 1강 후기의 본격담에 드디어 이르렀다. 등산할 때 가장 힘든 구간은 뭐니 뭐니 해도 정상이 보이는 구간이다. 눈에 보이니 금방이라도 올라갈 것 같고, 그에 따라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른다. ▲ 동섭레스트 등반에 오신 여러분 제1캠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좀 더 높은 시좌를 획득하기 위해 우린 동섭레스트를 오른다 그 때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얼마 가면 정상에 도착하나요?”라고 물으면,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조금만 가면 바로 나와요”라고 답한다. 그래서 10분을 걷고, 20분을 걷지만 정상은 가까워지기보다 오히려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는 것처럼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기대와 실망의 앙상블 속에 몸은 더욱 더 지쳐간다. 바로 이런 마음의 ..
3. 민주교육으로 주체적인 학생들을 기르다 어떤 흑인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녀는 노예들을 농장으로부터 빼내어 북쪽으로 가서 자유를 얻도록 도왔다. 더욱이 노예 반대주들의 군인이 되어 2년 정도 님북전쟁에서 열심히 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쟁이 끝났는데도 그녀에게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남을 위해 바쳤다는 것만으로도 정부는 보통 사람에겐 연금을 주는데도 유독 그녀에게만은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은 것이다. 주체가 된 학생들이 이룬 쾌거 이에 우리 학교 학생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정의롭지 않은 것에 대해 학생들은 화를 냈다. ‘그녀의 가족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후손들은 빌 클린턴을 찾아가 하소연 해보았으나, 그녀가 죽은 ..
2. 힘을 북돋워주는 교육 그런 의미에서 헤리타운의 졸업식은 특이하다. 졸업 위원회는 학생과 교사들과 지역사회 위원들로 구성된다. 학생은 졸업위원회에서 ‘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 크리스 메리코글리아노 교장 선생님의 열강이 이어지고 있다. 우린 귀에 번역기를 달고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교육은 힘을 북돋는 것 다음은 어떤 학생이 졸업을 증명하기 위해 쓴 글이다. 참고하여 보자. 아버지가 알콜 중독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 당시 성적은 형편없었고, 모든 과목에서 낙제를 했고, 학교에 적극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자신감도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을 만나서 이 학교가 어떤 곳이고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자, 걱정이 사라졌다. 교육이란 게..
1. ‘가만히 있으라’를 외치는 교육 아이덱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ence의 강연 방식이 전통적 교수방식이어서 꺼려진다. 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은 강연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바로 질문하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보다 질문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좋다. 한국에 10년 전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땐 여기저기에서 학교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으며, 대안교육 운동이 일어나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10년 만에 미비했던 것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혁명이 되었다. 그와 같이 한국의 대안학교 혁명이 10년 간 끊임없이 진행된 것이 기쁘다. ▲ 광명시민체육관에서 1주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아이덱. 단재학교 영..
2. 도올과 건빵 그런 깨달음의 근저엔 도올 선생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 그 전에 티비를 통해 도올 선생의 강의를 어렴풋이 들은 기억만이 있을 뿐이다. 그땐 단순히 ‘강의할 때 소리를 지르는 사람’ 정도로 받아들였었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면서 너무도 거대한 산이며, 깊이와 넓이를 헤아릴 수 없는 강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 예전에 몰랐을 때만 해도 도올 선생은 그저 소리만 지르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한문이 재밌었어요 더욱이 나의 전공이 ‘한문 교육’이다보니, 도올 선생의 책들이 어렵긴 해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 한문공부의 재미도 느끼게 됐으며,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관심 갖게 됐고, 공부의 의미도 알게 됐다. 우선 한문은 그저 어려서부터 해왔기에 해야만 하고, 막상..
목차 1. 여는 글: 인연론 인연에 대한 오해 인연이란 단어의 원의 2. 돌베개 출판사와의 인연 한문이란 전공이 만들어준 인연 출판사 이름을 멋대로 해석하다 3. 돌베개 출판사와의 마주침 출판사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 4. 다이빙벨: 2014년 4월 16일 그 날의 기억 4월 16일 골든타임을 허비하다 하는 척만 하는 구조기관 두 눈 뜨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다 5. 다이빙벨: 세월호 사건 속 다이빙벨의 의미 세월호에서 다이빙벨의 의미 화제의 『다이빙벨』, 그 前과 後 ‘다이빙벨’의 의미 변질 6. 다이빙벨: 다이빙벨은 실패해야만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다이빙벨』과 문화로서의 출판을 하는 돌베개의 만남 투입을 못하도록 막고 또 막고 7. 다이빙벨: 언론 속 다이빙벨과 이종인 ..
13. 닫는 글: 이제는 취할 시간이다 인의 존재가 되어 총기 가득한 눈망울과 드넓은 포부로 삶의 우연을 긍정하게 되었다면, 이제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면 된다. 내가 ‘돌베개 출판사’와 『탐욕의 제국』, 『다이빙벨』과 마주쳐 공명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인의 존재가 된 그대 또한 새로운 관계들과 마주쳐 인연을 만들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인이 된 그대들, 취하라 홍리경 감독처럼 ‘다수의 목소리에 묻힐 수밖에 없는 소수의 처절한 외침’에 귀를 기울이려는 공감능력을 지니든, 이상호 감독처럼 ‘77분의 고급화된 욕’을 통해 ‘문화적 짱돌’을 던지려는 삶의 적극성을 지니든, 자신이 인의 존재로 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면서 살면 된다. 취하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
12. 닫는 글: 인의 존재가 되어 인연을 향해 지금까지 우연한 마주침이 일으킨 변주로 인해 ‘돌베개 출판사’와 마주쳤고, 출판사와의 마주침이 빚어낸 연쇄작용으로 『다이빙벨』, 『탐욕의 제국』이란 영화와 마주친 이야기를 했다. ▲ 돌베개출판사, 이러한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준 이상호, 홍리경 감독님께 감사를. 우연 속에 인연이 싹튼다 이러한 마주침을 통해 ‘인연因緣’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인연은 내가 계획한 상황 속에서 일어나지 않으며 우연한 상황 속에서, 그것도 그 당시엔 어떠한 의미인지도 모르던 상황 속에서 일어난다고 말이다. 왜 우연한 상황에서 인연이 만들어지는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의도한 상황이란 건, 그 밑바탕에 계산에 따른 정신의 과잉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그..
8. 다이빙벨: 이 영화는 문화적 짱돌이다 인디스페이스 영화관이 거의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영화를 보고 있는 내내 누구 하나 소리 내지 않고 봤다. 77분짜리 영화를 보며 그렇게 거대한 벽에 좌절하며, 그러면서도 가슴 아프게 본 영화가 얼마나 될까. 그 울분은 ‘위험할 때 정부가 달려와 구조해줄 거라 철석같이 믿었던 믿음’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 극에 달했다. 세월호 구조현장에 ‘사람의 목숨을 살리려 하는 정부’는 없었고, ‘조직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해경과 해수부’만 있었던 것이다. ▲ [다이빙벨]은 77분의 고급화된 욕이자, 문화적 짱돌이다. 다이빙벨의 진실을 알고 싶으면, 『다이빙벨』을 보라 영화의 짜임새에 대해서는 솔직히 영화를 보기 전엔 걱정이 되었다. 이 영화는 영화를 위해 제작된 것..
7. 다이빙벨: 언론 속 다이빙벨과 이종인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벨이 투입되었다. “기존작업에 방해되고 기 설치된 바지선과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투입할 수 없다고 하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런 문제없이 5분 만에 투입은 완료되었다. 언론의 반응을 통해 본 다이빙벨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이빙벨을 내렸을 때, 벨 안에 에어포켓이 형성되지 않고 계속 물이 차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투입한지 20분 만에 다시 꺼내야만 했다. 문제를 확인해 보니, 공기케이블이 훼손되어 있었다. 고의적으로 누가 훼손한 것인지, 투입 도중에 훼손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투입된 지 20분 만에 문제가 발생하자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실패했다는 기사(다이빙벨, 실효성 논란? “투입 20분 만에 고장” ‘절망’..
6. 다이빙벨: 다이빙벨은 실패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벨’이 투입된다는 기사와 보도가 대대적으로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당연히 투입하기로 결정된 다음날(26일)에 투입되어, 확연한 구조성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 돌베개출판사의 '돌베개 책과 독립영화의 만남'은 도발적이다. 그래서 맘에 든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다이빙벨』과 문화로서의 출판을 하는 돌베개의 만남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여전히 구조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이에 주요언론들은 ‘이종인 다이빙벨 실패 “죄송하다”..“유가족들 상처는 어쩌고?” (조선일보, 5월 2일)’, ‘“다이빙벨 만능” 혹세무민한 방송, 지금은 왜 말이 없나 (동아일보, 5월 3일)’, ‘수중 23m 내려갔지만 .. 실패로 끝난 다이빙벨 (중앙일보, 5월 2일..
5. 다이빙벨: 세월호 사건 속 다이빙벨의 의미 대통령과 총리, 관계부처 장관들이 현장을 찾아 구조작업을 격려했고, 실의에 빠져 있는 유가족을 위로했다. 매일 밤 메인뉴스로 세월호 관련보도가 흘러나와, 금방이라도 뒤집힌 배를 건져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었다. ▲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그림. 세월호에서도 언론왜곡은 그대로 드러났다. 세월호에서 다이빙벨의 의미 하지만 설레발이었을 뿐이었다. 사고발생 210일 만인 2014년 11월 11일에 실종자 9명을 끝내 찾지 못한 채 수색이 종료되기에 이른 것이다. 세월호의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기 위해서는 ‘다이빙벨’이란 키워드를 관통해야 한다. 다이빙벨은 ‘JTBC 뉴스 9’에 해난구조 전문..
4. 다이빙벨: 2014년 4월 16일 그 날의 기억 4월 16일 인천항에서 출발하여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라는 여객선이 진도 부근 맹골수도에서 급변침急變針을 하며 침몰했다. 그 여객선의 승객 중 고등학교 수학여행객이 대부분이었기에 단재 아이들도 술렁이기 시작했지만,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새벽에 벌어진 일이라면 모를까, 환한 대낮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며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린 상황이기에 당국이 온 역량을 결집하여 보란 듯이 구조작업을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의 술렁임을 멈추게 하고 계속 수업을 진행하였던 것이다. 오후 3시 30분에 체육을 하러 헬스장에 가서야 화면을 통해 침몰하는 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터넷..
자본주의 사회에선 태어나자마자 어쩔 수 없이 ‘소비주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어딜 가든 돈만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대우를 받으며, 돈을 지불함과 동시에 물건을 받는 ‘무시간 모델’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교육과 멀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태어난 사회가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 소비주체로 산다는 건, 언제든 교체가능한 대상으로 산다는 말이기도 하다. 교육은 소비주체를 노동주체로 만드는 것이다 교육은 이미 ‘소비주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하여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즉각적인 필요에 의해서만 공부를 하고(그렇지 않은 것엔 “저걸 왜 공부해야 해요?”라고 묻는다), 당장 이익이 될 사람만 사귀려는 아이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