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손곡 (8)
건빵이랑 놀자
김취면의 산수화 병풍 표면에 짓다제김취면산수장자면(題金醉眠山水障子面) 이달(李達) 雲暗山千點 煙沈水一痕운암산천점 연침수일흔漁舟迷去棹 莫是武陵源어주미거도 막시무릉원 遠岸起暮靄 寒江生白波원안기모애 한강생백파泊舟人不見 買酒入漁家박주인불견 매주입어가 鶴上紫煙衣 飄飄古仙子 학상자연의 표표고선자 去入雲冥冥 天風吹不已거입운명명 천풍취불이 古澗水泠泠 山風松子落고간수령령 산풍송자락中有隱世人 援琴坐苔石중유은세인 원금좌태석 『蓀谷詩集』 卷之五 해석雲暗山千點 煙沈水一痕구름은 천점의 산에서 숨었고 안개는 물 한 자취에 잠겼네. 漁舟迷去棹 莫是武陵源어부의 배는 헤매며 노 놓았으니 이곳이 무릉도원 아니련가? 遠岸起暮靄 寒江生白波먼 언덕에 저녁 아지랑이 일어나니 찬 강물에 흰 물결 생기네. 泊舟人不見 買酒入漁家정박한 배에 사람은 보..
호숫가 절의 스님에게 주다증호수승(贈湖寺僧) & 연상인의 시축에 짓다제연상인축(題衍上人軸) 이달(李達) 東湖停棹暫經過 楊柳悠悠水岸斜病客孤舟明月在 老僧深院落花多歸心黯黯連芳草 鄕路迢迢隔遠波獨坐計程雲海外 不堪西日聽啼鴉 『蓀谷詩集』 卷之四 해석東湖停棹暫經過동호정도잠경과동호에 노를 멈추고 잠시 지나가니楊柳悠悠水岸斜양류유유수안사수양버들은 물 언덕 비탈에서 흔들흔들. 病客孤舟明月在병객고주명월재병든 객의 외로운 배에 밝은 달빛이 있고老僧深院落花多로승심원락화다늙은 스님의 깊은 사원에 낙화가 많구나. 歸心黯黯連芳草귀심암암연방초돌아가려는 마음에 아득히 향긋한 풀이 이어지나,鄕路迢迢隔遠波향로초초격원파고향 길 까마득해 먼 물결 너머로구나.獨坐計程雲海外독좌계정운해외홀로 앉아 운해 바깥의 길을 헤아리노니,不堪西日聽啼鴉불감서일청제아..
운자를 부르다호운(呼韻) 이달(李達) 曲闌晴日坐多時 閉却重門不賦詩牆角小梅風落盡 春心移上杏花枝 『蓀谷詩集』 卷之六 해석曲闌晴日坐多時곡란청일좌다시굽은 난간, 맑게 갠 날에 앉아 있을 때 많지만, 閉却重門不賦詩폐각중문불부시도리어 겹문 닫고서 시를 짓질 않네.牆角小梅風落盡장각소매풍락진담장 모서리 작은 매화 바람에 다 떨어져,春心移上杏花枝춘심이상행화지춘심은 살구꽃 가지로 옮겨 갔네. 『蓀谷詩集』 卷之六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소화시평감상하기
109. 허균을 경복케 한 이달의 시재 蓀谷李達少與荷谷相善, 一日往訪焉. 許筠適又來到, 睥睨蓀谷, 略無禮容, 談詩自若. 荷谷曰: “詩人在坐, 卯君曾不聞知耶? 請爲君試之.” 卽呼韻, 達應口而賦一絶, 其落句云: ‘墻角小梅開落盡, 春心移上杏花枝.’ 筠改容驚謝, 遂結爲詩伴. 且如「贈湖寺僧」詩曰: ‘東湖停棹暫經過, 楊柳悠悠水岸斜. 病客孤舟明月在, 老僧深苑落花多. 歸心黯黯連芳草, 鄕路迢迢隔遠波. 獨坐計程雲海外, 不堪西日聽啼鴉.’ 絶似唐人韻響. 해석 蓀谷李達少與荷谷相善, 一日往訪焉. 손곡 이달이 젊었을 적에 하곡 허봉과 서로 좋아하여 하루는 가서 방문했었다. 許筠適又來到, 睥睨蓀谷, 하곡의 동생 허균이 마침 또한 와서 도착했고 손곡을 흘겨보며, 略無禮容, 談詩自若. 거의 예의를 갖춘 태도도 없이 시를 말하는 게 태연..
107. 당시풍을 오롯이 익힌 최경창 余嘗聞諸先輩, ‘我東之詩, 唯崔孤竹終始學唐, 不落宋格,’ 信哉! 其高者出入武德·開元, 下亦不道長慶以下語, 如‘春流繞古郭, 野火上高山.’ 則中唐似之, ‘人烟隔河少, 風雪近關多.’ 則似盛唐, ‘山餘太古雪, 樹老太平烟.’ 則似初唐. 不知今世復有此等調響耶. 해석 余嘗聞諸先輩, 我東之詩, 내가 일찍이 선배에게 ‘우리 조선의 시는 唯崔孤竹終始學唐, 오직 고죽 최경창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당풍(唐風)을 배워 不落宋格, 信哉! 송풍(宋風)의 격조로 떨어지지 않았다’라는 말을 들었으니, 참이로구나! 其高者出入武德·開元, 격조가 높은 것은 무덕(618~626, 初唐)ㆍ개원(713~741, 盛唐)에 출입하며 下亦不道長慶以下語, 격조가 낮은 것 또한 장경(821~824, 中唐) 이하의 말(..
깊은 산골임을 시인이 묘사하는 방식 東峯雲霧掩朝暉 동쪽 봉우리에 구름 끼고 이슬 내려 아침 해를 가려서 深樹棲禽晩不飛 깊은 숲속에 자던 새 늦도록 날질 않네. 古屋苔生門獨閉 옛집 이끼 껴 문 홀로 닫혀 있어, 滿庭淸露濕薔薇 온 뜰에 맑은 이슬이 장미를 적셨다네. 『소화시평』 권상 106번에 처음으로 소개된 최경창의 「제낙봉인가(題駱峯人家)」라는 시는 전형적인 당풍(唐風)의 시다. 시를 해석한 것만으로도 그 상황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봤던 지천 황정욱의 시와 시적 미감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시 한편을 통해 여기서 말하는 인가가 얼마나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여실히 알 수 있다. 시인은 한 번도 집이 ‘깊숙한 곳에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구름과 이슬이 해를 가..
106.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崔孤竹慶昌, 「題駱峯人家」詩曰: ‘東峯雲霧掩朝暉, 深樹棲禽晩不飛. 古屋苔生門獨閉, 滿庭淸露濕薔薇.’ 淸麗如畵. 嘗與蓀谷共賦「虛舟繫岸圖」, 蓀谷詩落句曰: ‘泊舟人不見, 沽酒有漁家.’ 孤竹詩曰: ‘遙知泊舟處, 隔岸有人家.’ 孤竹不下‘人不見’三字, 而無人之意, 自在其中, 崔詩爲優. 해석 崔孤竹慶昌, 「題駱峯人家」詩曰: ‘東峯雲霧掩朝暉, 深樹棲禽晩不飛. 古屋苔生門獨閉, 滿庭淸露濕薔薇.’ 고죽 최경창의 「낙봉 인가에 쓴 시[題駱峯人家] / 우연히 읊다(偶吟)【이하 세 편은 가장본엔 없지만 최경창과 백광훈의 시를 모아 간행한 『최백집』 속에서 얻은 것이다[此下三首, 家藏本無之, 而得於『崔白集』中].】」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東峯雲霧掩朝暉 동쪽 봉우리에 구름 끼고 이슬 내려 아침 해를..
이달李達: 1539(중종 34)~1612(광해군 4) 중기 문인. 본관은 홍주(洪州). 자는 익지(益之), 호는 손곡(蓀谷). 1. 이첨의 후손이고 박순의 문하에서 수학. 삼당시인의 한 사람. 2. 모친이 홍기의 관기여서 서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평생을 불우하게 지냄. 3. 허균(許筠)이 그의 전기 「손곡산인전(蓀谷山人傳)」을 지어 자신이 이달의 제자라 함. 4.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선 “최경창의 시는 사납고 굳세며 백광훈의 시는 고담하다. 모두 당풍의 노선을 잃지 않았으니 참으로 또한 천년의 드문 가락이다. 이달은 이들보다 조금 크다. 그렇기 때문에 최경창과 백광훈과 함께 스스로 대가를 이루었다[崔詩悍勁, 白詩枯淡, 俱不失李唐跬逕, 誠亦千年希調也. 李益之較大. 故苞崔孕白而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