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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향랑(香娘)고사를 수용한 한시(漢詩)의 의미 전경원(전통문화연구회 상임연구위원, 건국대 강사) - 목 차 -1. 서론 2. 향랑의 죽음과 가족 제도2.1. 선산읍지에 소개된 향랑전 전문 보기2.2 개가에 거부감을 드러낸 향랑2.3 개가금지란 사대부의 법이 평민에게도 확산되다 3. 향랑 고사를 수용한 한시와 가족제도3.1. 유교적 열이념의 강조3.2. 개가의 불가피성 옹호3.3. 각박한 인정세태 고발3.4. 질곡된 가족제도 비판 4. 결론 인용 논문 한시사 서사한시 문학통사
4. 결론 지금까지 향랑고사를 수용한 한시가 당대의 가족제도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논의한 내용을 요약하여 결론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열(烈)’ 이념을 강조함으로써 당시의 가족제도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했던 의도를 지닌 작가로 이광정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그는 향랑의 죽음을, 여성에게 부과되었던 유교적 이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열(烈)’ 이념으로 수용하여 해석함으로써, 그 죽음을 칭양․칭송하면서 유교적 교화의 수단으로 삼고자 했던 경우를 들 수 있다. 둘째는 향랑고사의 비극성을 강조하면서도 당시 혼인제도 아래에서 향랑의 ‘개가(改嫁)’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그다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은근히 제3자의 발화를..
4. 질곡된 가족제도 비판 앞에서는 한 여인의 삶을 비극적으로 이끌어간 원인을 ‘인정(人情)’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각박한 인정세태를 고발하고 있었던 신유한과 이덕무의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향랑고사를 수용하여 형상화함에 문제의 원인을 ‘인정(人情)’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제도(制度)’에 주목하여, 당시의 질곡된 가족제도를 인식하고 이를 비판하고 있는 이학규와 이안중의 작품을 대상으로 그들의 문제의식을 고찰하기로 하겠다. 山有花上江隖 산유화는 강 언덕 위에 있고 砥柱碑下江渚 지주비 아래로는 강 물가라네 愁愔愔采薪女 시름겨운 소리로 나무하는 아낙의 長傷嗟向誰語 길고 슬픈 탄식은 누굴 향해 말하는가 還歸家見猶父 친정에 돌아와 아버지를 뵈었지만 噫不諒以威缺 슬프다! 위엄 없어 살펴주시지 못하..
2. 개가(改嫁)의 불가피성 옹호 최성대의 「산유화여가(山有花女歌)」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이광정의 경우와는 다른 시각에서 향랑 사건을 형상화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이광정이 한시를 통해 가족제도를 인식하고 형상화한 방식은 ‘열(烈)’이라는 개념을 강조함으로써 유교적 이념 구현을 목표로 삼았던 반면에 최성대는 110 행으로 구성된 장편 서사한시를 통해 향랑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바탕으로 삼았으되, 낭만적인 상상력을 기초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개가(改嫁)를 긍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 같은 점이 다른 여타의 작품들과 구분될 수 있는 특징이다. 阿叔語香娘 阿女勿悲啼 삼촌이 향랑에게 말하기를 “얘야, 슬피 울지 말거라 濛濛黃臺葛 亦蔓黃臺西 저 수북한 언덕의 칡들도 덩굴져 언덕 서쪽으로도..
3. 향랑고사 수용 한시와 가족제도 1. 유교적 ‘열(烈)’이념의 강조 앞장에서는 향랑의 사건을 기초로 향랑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하는 점을 가족제도와 관련하여 제도적 차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향랑 사건을 토대로 형상화된 한시 작품들에서 가족제도에 대해 어떠한 수용방식과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겠다. 향랑사건이 있던 당시 선산 부사였던 조귀상이 향랑의 전(傳)을 입전한 이후로 많은 사대부들에 의해 향랑 고사가 한시의 중요한 소재로 부각되었다. 그 가운데 조귀상이 남긴 전(傳)을 중심으로 한시를 창작하되 작가별로 작품 내에서 가족제도에 대해 반응하는 태도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광정의 「향랑요(香娘謠)」는 장편 서사한시로서 전체 148행으로 이..
2.3 개가금지란 사대부의 법이 평민에게도 확산되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당시의 가족제도 가운데 ‘개가(改嫁)’와 관련된 재가(再嫁)의 문제를 사적인 근거에 입각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녀자의 재가(再嫁)를 금지시키려는 법문(法文)의 효시라고 볼 수 있는 공양왕 원년(1389년) 9월의 법문에 의하면, 산기 계급(散騎階級) 이상의 처(妻)로 명부(命婦)된 자의 재가(再嫁)를 금하고, 판사 이하 육품 계급의 처(妻)는 부(夫)가 사망한 후 삼 년 이내의 재가를 금하니, 이것을 위반하는 자는 실절(失節)이라 할 것이며, 산기(散騎) 이상인 자의 첩(妾)과 육품 이상인 자의 처첩으로 스스로 수절(守節)을 원하는 자는 정표문(旌表門)을 세우고 가상(加賞)한다고 하였다【高麗史 卷八十四 刑法 1戶婚條】. 이러한..
2.2 개가에 거부감을 드러낸 향랑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숙부와 향랑의 언급을 통해 드러나는 사고(思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하루는 숙부님께서 나를 일러 말씀하시기를, 「내가 어떻게 백년토록 너를 부양하겠니? 네 남편이 너를 영원히 버린 것은 기필코 너의 잘못이 아닌데 떳떳하고 한창인 젊은 여자가 어찌 혼자 살아가겠니? 다시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만 못하다.」라고 하시더라.一日 叔父 謂我曰, “吾何以百年養女乎? 汝夫永棄汝 必無更推之理 常漠少女 何以獨居乎? 莫若更適他人云” ㉯ 내가 대답하기를, 「숙부님께서는 어찌 차마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비록 떳떳하고 한창인 나이인데다가 또한 부도(婦道)의 덕을 행하지는 않았으나 몸은 이미 남에게 허락했건만 어찌 남편의 어질지 못함으로..
1. 서론2. 향랑의 죽음과 가족 제도3. 향랑 고사를 수용한 한시와 가족제도4. 결론
향랑(香娘)고사를 수용한 한시(漢詩)의 의미 전경원(전통문화연구회 상임연구위원, 건국대 강사) 1. 서론 사회는 언제나 규범과 욕망 사이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조화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끊임없이 만들어간다. 욕망과 규범에는 자연(自然)과 인위(人爲)의 법칙이 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준거들이 지향해야 할 당위는 대동(大同)과 상생(相生)의 원리이다. 따라서 우리는 늘 욕망과 규범 사이에서 힘겹게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고단한 현실 가운데서도 규범과 욕망이 과연 우리의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에 대하여 성찰해야 하는 현실 앞에 서 있다.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많은 규범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가 만든 규범에 의해 우리의 인간다운 삶이 파괴되거나 질곡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