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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목차 1. 우연 따라 1년 만에 초평으로 남부시장에서 보는 우리네 일상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내가 가는 까닭 2. 다시 고추를 심으러 가는 이유? 추억에 머문다는 것의 의미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이분법에 대해 3. 전주에서 초평까지 가기의 어려움 청주터미널에서 초평저수지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도움의 손길들이 이르러 온다 4. 드래그 레이싱과 열정 누구에게나 각자의 세계가 있다 불광불급의 삶의 자세 5. 이제 나도 좀 변해볼까? 이제 나도 좀 심어볼까 이제 나도 변해볼까의 함의 6. 도시와는 다른 흥미로운 시골문화 고급문화와 저급문화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노동 후엔 모든 음식이 천상의 음식이 된다 7. 초평저수지에 담긴 우리네 이야기 막내가 마을 구경을 시켜주다 초평저수..
8. 초평에서 개인 추억 하나 좌대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다른 좌대를 청소하러 가셨고 나와 민지만 남았다. 좌대는 저수지 위에 떠있는 단독주택이라 보면 되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이제부턴 좌대의 구조를 살펴볼까? ▲ 초평저수지는 굽이굽이에 있어 제대로 보기 위해선 하늘에서 봐야 하고, 둘러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초평저수지에 추억 하나 새기고 오다 처음엔 그저 물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네 개의 쇠파이프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호수의 흐름에 따라 결국 흐르고 흘러 모든 좌대들이 한 군데에 모인다고 알려주신다. 좌대에 올라서면 지붕으로 막혀진 방 한 채, 그리고 그 앞엔 쇼파 두 개가 놓여 있다. 집으로 들어가는 문은 미닫..
7. 초평저수지에 담긴 우리네 이야기 이장님네엔 4명의 자녀들이 있다. 첫째부터 셋째까진 20대의 나이대로 고만고만하지만, 막둥이인 민지는 10살 정도의 터울이 있다. 늦둥이이자, 이 집안의 보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작년에 국토종단 중에 이곳에서 2박 3일을 머물며 민지와 나름 꽤나 친해졌었다. 막내가 마을 구경을 시켜주다 그래서 일 년 만에 다시 보지만 이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는데, 되려 “누구세요?”라고 말하더라. 그 반응이 무안하고도 당황스러웠다. 어찌 보면 작년에 한 번만 봤던 사람이니 당연한 반응이라고나 해야 하려나. 그런 어색함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장난을 걸었다. 과자를 먹고 있었기에 과자를 달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과자가 먹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
6. 도시와는 다른 흥미로운 시골문화 작년에 고추를 심을 땐 오전엔 이장님네 밭에서, 오후엔 이장님 친구네 밭에서 심었다. 이장님네 밭은 넓지 않아 오전에 금방 끝날 수 있었던데 반해, 친구네 밭은 밭의 규모 자체가 남달라 힘들게 해야만 했었다. 어찌 보면 오전엔 고추 심기의 맛보기 정도의 작업량을 맡았던 것이고, 오후에 실질적으로 노동을 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올핸 어떨까? ▲ 작년에 심었던 이장님네 밭. 이번엔 여기부터 하지 않고 친구네 밭부터 한다. 고급문화와 저급문화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잔뜩 맘을 먹고 친구분네 밭에 투입됐는데, 이미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작업을 시작하기도 했고, 작년에 비해 적게 심으시기도 하다 보니, 12시가 약간 넘어서 끝이 났다. 걱정한 것에 비하면 아주 수월..
5. 이제 나도 좀 변해볼까? 올핸 이장님 친구네 밭부터 고추를 심더라. 많은 분들이 이미 밭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계셨다. 난 쭈뼛쭈뼛 밭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한 번씩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는데, 그 모습들이 어찌나 어색하게 느껴지던지. 이제 나도 좀 심어볼까 밭에 들어가선 내가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딱 보니 흙으로 고추모를 세우는 일에 일손이 딸려 보이더라. 그래서 그 일을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철민이네 형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추를 심으러 나왔다. 그리고 어머니도 같이 심고 계시더라.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다. 이런저런 얘기를 함께 나누다 보니, 어색함은 금세 가시고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뿌듯한 마음이 절로 들더라. 땅을 밟으며 자연 속에..
4. 드래그 레이싱과 열정 큰 아들의 자동차는 남달랐다. 터미널에서 출입문으로 나오니 큰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자동차 소리가 너무 커서 멀찍이 세워두고 왔거든요. 그러니 좀 걸어가셔야 되요.”라고 말하더라. 그때 뭔가 일반적인 자동차들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은근히 기대가 됐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세계가 있다 그런데 막상 눈에 보이는 자동차는 매우 평범했다. 그냥 거리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는 외관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막상 차에 타고 시동을 켰는데, 순간적으로 자동차가 폭발하는 줄만 알았다. 엔진의 굉음이 터짐과 동시에 자동차가 앞을 향해 전속력으로 튀어나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 차를 타려는 사람들은 마음을 단디 먹고 타야만 하겠구나. 그렇다, 큰 아들은 자동차 전..
3. 전주에서 초평까지 가기의 어려움 청주엔 9시 20분에 도착했다. 이장님의 아들이 터미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일 년 만에 보는 데도 한 눈에 알아봤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바로 초평저수지 근처에 있는 이장님 댁으로 향했다. 청주터미널에서 초평저수지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작년에 국토종단을 해본 경험이 있으니, 청주터미널부터 초평저수지까지는 꽤 거리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추를 심으러 가야겠다고 결정하고 난 뒤부턴 ‘과연 어떻게 그곳까지 갈 것인가?’하는 부분이 걱정이 되더라. 그래서 어제 저녁에 이장님과 통화를 할 때 “청주터미널에서 내려서 초평저수지까지 가는 교통편 좀 알려주세요”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장님도 마땅한 교통편이 없는지 “증평에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진..
2. 다시 고추를 심으러 가는 이유? 어느덧 국토종단 중에 초평에서 고추를 심은 후로 1년이 흘렀다. 국토종단의 기억이 희미해진 지금 초평 저수지의 추억이 제대로 기억날 리 없다. 단지 남아있는 인상이란 포근하고 행복하여 몸은 고됐지만 즐거웠다는 피상적인 느낌뿐이다. ▲ 삽으로 흙을 올려주면, 손으로 모종을 세우면 된다. 추억에 머문다는 것의 의미 그래서 『얼렁뚱땅 흥신소』라는 드라마에서는 ‘기억은 추억을 배신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추억은 과거의 기억 중 좋은 부분만을 확대하여 이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불우한 어린 시절도 곧잘 ‘돌아가고 싶은 시기’로 변모되기도 하고 첫 사랑의 추억은 ‘아름답기만 하던 한 때’로 눈물을 자아내기도 한다. ‘비극’을 제거한 순백의 ‘희극’만 가득하던 때로 재창조된 왜곡된..
1. 우연 따라 1년 만에 초평으로 잠에 푹 빠져 있어야 할 새벽인데 매시간 눈이 떠진다. 그래서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뒀으니 그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나면 되는데도 이상하게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그건 알람소리를 못 듣고 잘까봐서 그런 건 아니다. 설레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소풍 가기 전야에 들뜬 마음으로 설잠을 자게 되듯 나도 그런 것이다. 1년 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자꾸 벅차다. 뒤척이다가 5시 20분에 일어났다. 아침 공기는 상쾌했고 기분은 유쾌했다. 뒤척였다곤 하지만 피곤하지는 않았다. ▲ 2008년 9월부터 나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녀석. 이름을 하진이라 지었다. 어느 곳이든 함께 가자는 의미로 말이다. 남부시장에서 보는 우리네 일상 밥을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