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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영화팀 여름 방중 모임 후기 목차 1.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민석과 정훈편) 우리는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김민석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이정훈 2.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현세와 상현편) 부족하다는 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현세 낙숫물이 바위 뚫는다, 김상현 3. 여름방학 중 1박2일의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1박 2일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혼자만 잘 하면 된다는 세상에서, ‘함께 가자’를 외치다 4. 함께 가기의 어려움 ‘함께 가기’의 어려움 함께 가기 위해선 서로의 배려가 필요하다 여행은 교과서가 아니다 5. 지켜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도착 일대일 교육의 맹점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하려는 어른의 마음이 문제를 더 키운다..
9. 말없이 벽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상현이는 힘들 때마다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하는 버릇이 있다. 아까 전에 ‘도무지 못 가겠다’고 말했을 때도 내가 받아들여주지 않자 아빠에게 전화하느라 시간이 더 지체된 것이다. ▲ 상현이와 단 둘이 간다. 누구에게나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전화하는 이유는 자신의 힘듦을 알아주라는 게 하나이고, 이에 대해 부모님은 짠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알아서 해결해 달라’는 게 그 하나이다. 지금까진 당연히 자신의 문제를 어른들이 해결해줬기에 상현이 스스로 문제해결능력, 또는 문제를 돌파하고자 하는 의지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둘만 가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연락해야겠다고 맘을 생기지 않도록 핸드폰을 압수했다. 그랬더니 상현이는 “연락해야만 하는 상황에선 어..
8. 바뀐 일정, 그리고 무관심 속의 관심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 남한강 여행 당시의 사진. 이 때 시간이 5:51분이었는데, 이 이후로는 아예 땅에 주저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타게 했다. ‘무관심한 관심’ 속의 믿음 첫째는 당연히 상현이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아예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6월에 상현이와 2주간 생활해 보면서 이러한 믿음이 생겼다. 둘째는 ‘포기한 상황에선 해결해주려 할 것이 아니라, 아예 놔둬야 한다’는 가르침 때문이다. 작년 10월에 영화팀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남한강 도보여행을 했을 때, 정훈이의 상황이 그랬다.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이기에, 거기에 중 2인 동생까지 함께 가고 있..
7. 상현이의 포기 선언과 자포자기 그렇게 얼마만큼은 잘 왔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실 때까지는 중간 중간 쉬며 시간을 끌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잘 따라왔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난 후에 조금 달리고 나니 전화가 오더라. 그때의 대화를 재구성해보자. ▲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상현이의 포기 선언 “도무지 못 가겠어요”, “그럼 쉬었다가 와”, “쉬었지만 못 가겠다고요”,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모르겠어요”, “니가 와야만 하는 길은 니가 와야만 하는 거야. 아무도 그 길을 대신 가줄 순 없어. 난 여기서 너 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올 수 있으면 오고 정 못 오겠으면 거기서 너와 밤을 새야지 어떻게 하겠어.”, “(체념한 듯) 알겠어요.” 어젠 그래도 2/3 정도에..
6. 여행수업과 교실수업의 차이 어제 저녁 8시가 넘어 찜질방에 들어왔다. 목욕탕에서 씻을 때만 해도 그렇게 사람이 많은 줄 몰랐는데 찜질방에 내려가고 나선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지금껏 찜질방을 도보여행 때(4~5월), 사람여행 때(3~4월), 남한강 도보여행 때(10월)와 같은 비수기에 찾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서를 하러 찜질방에 오는 줄은 몰랐던 것이다. ▲ 일찍 시작하는 일정이지만, 늦장을 피우지 않았다. 찜질방은 피서지? 숙면실엔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아놨고, 가장 큰 공간인 거실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찼다. 단순히 누울 자리만 찾는 거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텐데, 카메라를 충전하기 위해서 콘센트가 있는 곳을 찾으려니 더 힘들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텔레비전 앞에 있는..
5. 지켜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도착 이제 전적으로 상현이와 나만 함께 달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상현이에게만 집중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더라. 내가 상현이에게만 집중하면 할수록 상현이도 나도 서로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니 문제라는 말이다. 일대일 교육의 맹점 상현이는 자기를 졸졸 따라오는 내가 있기 때문에 안심하며 달리려 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지금 얼마나 힘든지’를 피력하려 무지 애를 썼다. 그 말은 곧 ‘내가 힘드니, 당신이 책임져’라는 표현이기도 했다. 안전망이 있다는 건 때론 이처럼 사람을 무기력하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상현이에게만 신경 쓰게 되니, 조금 달리다 멈추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러 사람을 신경 쓰는 거라면, 오..
4. 함께 가기의 어려움 막상 달려보니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했다. ‘함께 가기’의 어려움 선두인 현세에게 주문한 건 ‘두 번째로 달리는 상현이를 봐가면서 간격을 유지하라’였다. 상현이는 한 번 뒤처지면 계속 뒤처질 수 있기에 앞에서 달리며 적당한 속도로 적당거리를 유지하며 달려서 상현이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것과 함께 ‘포기하면 안 돼!’라는 것을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솔직히 이런 주문 자체가 자전거를 잘 타는 고수에게나 가능한 얘기긴 하다.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수준이되, 바로 손에 잡힐 정도의 목표여선 안 된다는 얘기이니 말이다. 하지만 현세는 애초부터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뒷사람이 어떻든 상관없이 자신의 최대 속도로 맹렬히 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을 ..
3. 여름방학 중 1박2일의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이런 네 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영화팀이 방학 중 모임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모임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원인은 ‘작은 터럭 같은 차이가 천리의 어긋남을 낳는다毫釐之差 千里之繆’는 말처럼 아주 미세한 차이에서 시작되었다. 1박 2일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계기는 민석 아버님이 민석이에게 비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준 데서 비롯되었다. 왕왕 대부분의 일들은 작은 사건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엄청 거대한 일이 되었을지라도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욥 8:7)’라는 말이 있다. 민석이는 비싼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에 ..
2.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현세와 상현편) 부족하다는 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현세 현세는 영화팀 분위기 메이커다. 단재학교에서 2년 반을 함께 생활하며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보인다. 붙임성이랄지 상황을 희화화하는 능력이랄지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아직 진지한 상황을 잘 받아들이진 못한다. 모든 것을 장난식으로만 대하다 보니, 진지한 상황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난감해 한다. 아직 현실 감각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머니나 엄마가 대신 해주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런 것이다. 처음에 우릴 경악스럽게 했던 것은 컵라면을 물을 부을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쉬운 일이고, 해본 적이 없다 할지라도 주위 사람들이 ..
1.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민석과 정훈편) 영화팀은 방학 중에 하루 날을 잡고 모여 영화를 보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애초에 이렇게 하려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에 정례화 되었다. 그렇게 2012년부터 작년까지 쭉 진행되었는데, 올핸 그런 룰(?)을 깨고 1박 2일 동안 자전거 여행을 가게 되었다. 어찌하여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영화팀 멤버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틀이 바뀌면 꼴이 바뀌듯, 멤버가 바뀌면 상황도 바뀌니 말이다. 우리는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 영화팀은 어쩌다 보니 남학생들로만 구성되어있다. 이건 의도하지 않았는데 정말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여학생이 처음부터 없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2012년 1학기엔 한 명의 여학생이 있었는데 사..
51. 개선장군처럼, 삶을 누린 사람처럼 살라 ▲ 양평 → 올림픽공원 세계평화의 문 / 35.27km 드디어 마지막 날 자전거 여행의 준비는 끝났다. 이제부턴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축하 팡파레를 들으며 우리의 최종목적지를 향해 신나게 달리면 된다. ▲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바람도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달려 간다. 고맙고도 듬직한 아이들! 빗 속 여행에 빠져들 각오가 되어 있나? 비든 눈이든, 제대로 즐길 각오로 떠나지 않으면 그런 것들은 방해물이 될 뿐이다. 어떻게 하면 비를 적게 맞을까, 어떻게 하면 바람을 피할까만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정작 보아야 할 것 보지 못하고, 느껴야 할 것을 느끼지 못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국토종단을 할 때 목포에서 무안까지 걸어가며 비를 쫄딱 맞고 갔는데, 오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