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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중 영화팀 자전거 라이딩 - 8. 바뀐 일정, 그리고 무관심 속의 관심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여름방학 중 영화팀 자전거 라이딩 - 8. 바뀐 일정, 그리고 무관심 속의 관심

건방진방랑자 2019. 12. 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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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바뀐 일정, 그리고 무관심 속의 관심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  남한강 여행 당시의 사진. 이 때 시간이 5:51분이었는데, 이 이후로는 아예 땅에 주저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타게 했다.

 

 

 

무관심한 관심속의 믿음

 

첫째는 당연히 상현이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아예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6월에 상현이와 2주간 생활해 보면서 이러한 믿음이 생겼다.

둘째는 포기한 상황에선 해결해주려 할 것이 아니라, 아예 놔둬야 한다는 가르침 때문이다. 작년 10월에 영화팀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남한강 도보여행을 했을 때, 정훈이의 상황이 그랬다.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이기에, 거기에 중 2인 동생까지 함께 가고 있기에 힘도 들고 체력도 좋지 않지만 어떻게든 따라가려 노력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첫날 오후쯤 되니 아예 땅바닥에 덥석 앉아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쯤 되면 자포자기한 상황이었다. 모두 기다리고 있고 해는 서서히 저물어 가는데도 1시간이 넘도록 꿈쩍을 안 하고 있으니, 내 속이 다 타들어갈 지경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자전거를 타고 혼자 가게 했던 것이다. 그건 정훈이가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줬다기보다 적절히 타협했다는 표현이 맞다.

 

 

▲  우린 계속 달린다.  

 

 

그게 못내 찝찝함으로 남아 있던 때에 준규쌤에게 자문을 구하니, “그럴 경우 차라리 엄마와 미리 통화를 하여 학생이 어떠한 상황에 놓이든 전화는 받지 말고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한 후 알아서 오겠거니 그냥 가면 되요. 전화도 있겠다 무엇이 문제겠어요.”라는 취지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씀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어찌되었든 학교라는 네이밍 때문에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다보니 어느 순간엔 자꾸 끌려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레 겁먹고 상황이 발생하기도 전에 아예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그러지 말고 태연하게 행동하라는 주문이었기에 뇌리에 남았다. 정훈이 때는 그러지 못했지만, 지금은 상현이와 여차하면 도로 한복판에서 잘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  어떻게 해서든 운길산역까지 왔다. 이곳에서 바뀐 일정에 대해 아이들에게 알려줬다.  

 

 

 

두 번의 일정 변경

 

한참이나 기다렸다. 그랬더니 터벅터벅 자전거를 타고 오더라. 함께 운길산역으로 가는 길에도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아이들은 먼저 가서 한없이 기다려야 했다.

원래 계획은 잠실까지 모두 함께 도착하여 뷔페를 먹고 마무리하는 거였다. 팀으로 여행한 것이니, 팀 회식으로 마무리 짓는 게 당연했다. 민석이는 집이 강동이기에 잠실까지 갔다가 다시 왔던 길을 돌아와야 한다며 이의제기를 하기도 했지만, 팀별 여행임을 알기에 곧바로 수긍했다. 그렇게 목표를 정하고 출발한 것인데, 상현이가 저렇게 지친 상황이라 애초의 계획대로 했다가는 6시가 넘어 잠실에 도착할 것이기에 무리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한없이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니 말이다. 그래서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어제처럼 팔당대교 근처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고덕 나들목에서 마무리 짓는 것으로 했다. 그래야 민석이는 거기서 바로 집으로 가면 되고 정훈이와 현세는 우릴 기다리지 않고 좀 더 일찍 집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길산역에서 아이들을 만나 그렇게 바뀐 일정에 대해 얘기해줬다.

 

 

▲  중앙선이 전철화되며 옛 중앙선 터널은 자전거 길이 됐다.   

 

 

하지만 상현이는 운길산역에서 팔당대교까지 가는 데에도 많이 힘들어 하더라. 짧은 거리인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런 속도로 가서는 고덕나들목까지 가는 데도 엄청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아예 점심만 먹고 마무리 짓는 것으로 했다. 마무리까지 함께 짓고 싶었던 생각은 현실에서 완벽하게 깨졌다.

점심은 230분이 되어서야 먹을 수 있었다. 화덕피자를 먹을까 했는데 너무 비쌌기에 어제 점심을 먹은 곳에서 먹었다. 정훈이는 어젠 체기가 있어서 거의 먹는 둥 마는 둥했고 오늘도 입맛이 없는지 비빔면을 거의 먹지 못하더라. 점심을 먹고 나와선 아이들과 작별의 인사를 했다. 찝찝한 마무리라 마음에 걸렸지만 이 방법 외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  잠실까지 가서 함께 마침표를 찍고 싶었는데, 중간에 이렇게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좀 아쉬운 장면이다. 

 

 

인용

목차

사진

1.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민석과 정훈편)

2.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현세와 상현편)

3. 여름방학 중 12일의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4. 함께 가기의 어려움

5. 지켜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도착

6. 여행수업과 교실수업의 차이

7. 상현이의 포기 선언과 자포자기

8. 바뀐 일정, 그리고 무관심 속의 관심

9. 말없이 벽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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