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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여름방학 중 영화팀 자전거 라이딩 - 5. 지켜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도착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여름방학 중 영화팀 자전거 라이딩 - 5. 지켜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도착

건방진방랑자 2019. 12. 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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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켜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도착

 

이제 전적으로 상현이와 나만 함께 달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상현이에게만 집중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더라. 내가 상현이에게만 집중하면 할수록 상현이도 나도 서로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니 문제라는 말이다.

 

 

 

일대일 교육의 맹점

 

상현이는 자기를 졸졸 따라오는 내가 있기 때문에 안심하며 달리려 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지금 얼마나 힘든지를 피력하려 무지 애를 썼다. 그 말은 곧 내가 힘드니, 당신이 책임져라는 표현이기도 했다. 안전망이 있다는 건 때론 이처럼 사람을 무기력하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상현이에게만 신경 쓰게 되니, 조금 달리다 멈추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러 사람을 신경 쓰는 거라면, 오히려 걔 중 한 명이 조금 못하는 것엔 감정적인 동요까지 일어나진 않는다. 걔 중 한 명일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만 신경 쓰는 거라면, 그 한 사람의 비중이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조금만 못해도 바로 감정의 동요가 일어난다. 상현이가 멈출 때마다 화가 났지만 그걸 내색하지 않으려 가슴을 쓸어내리며 릴렉스~ 릴렉스~’를 연달아 외쳐야 했다.

 

 

▲ 작년 북한강 라이딩 때도 잠시 쉬었던 편의점에서 쉬고 달렸다. 자기의 길은 그 누구도 대신 가줄 수 없다.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하려는 어른의 마음이 문제를 더 키운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었다. 뒤에 따라가는 게 더 이상 상현이에겐 위로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현이 문제에 깊이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 상현이의 문제를 해결해주려 노력하지 않거니와, 뒤에서 졸졸 따라가기보다 앞장서서 달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상현이를 앞질러 달렸고 적당히 거리가 떨어졌다 싶으면 상현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모습이 보이면 먼저 달리기를 반복했다.

누군가 이 말을 들으면 그건 교사로서 자질부족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학생을 인솔하고 어떤 위험이나 갑작스런 상황으로부터 보호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주는 게 교사의 의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교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슈퍼맨이거나, 무조건 돌보아야 하는 돌보미가 아니다. 그렇게 할 경우 오히려 학생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고, 지금 도드라진 문제를 은폐하는 꼴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제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 그걸 누군가 해결해주기 시작하면, 한없이 그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학생의 자발성을 믿고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헤쳐 나갈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다. 학생이 무언가로 인해 힘들어하는데 그걸 지켜보고 있는 것도 대단히 힘든 일이다. 그래서 그때부턴 상현이와 인내심 대결을 벌였다. 나의 인내심이 무너져 상현이를 도와주는 상황이 먼저 올 것인가, 아니면 상현이가 열심히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는 상황이 먼저 올 것인가?

 

 

▲ 우린 길에서 배우고 길에서 느낀다. 여행이란 어찌 보면 나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박살내는 일이다. 

 

 

 

5명의 장정이 통닭 2마리를 다 먹지 못하다

 

다행히도 나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상현이는 힘들어 하면서도 꾸준히 달렸다. 역시 믿는 만큼 누구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다. 그리고 형들은 늦게 오는 상현이를 타박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알기에 그것만으로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드디어 가평이 코앞이다.  

 

 

청평에 도착하고 보니 7시가 넘었다. 우린 찜질방으로 가지 않고 면내에 있는 음식점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통닭을 먹고 싶다고 해서 통닭집에 들어갔다. 통닭을 겨우 2마리 시켰기에, 5명의 사내가 먹기엔 턱없이 부족할 줄 알았다. 청소년 시기엔 일인일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식성이 왕성할 때니 말이다. 그런데 라이딩 중에 음료수를 엄청나게 마셔선지, 더위를 먹어선지, 반 마리 정도를 남겼고 민석이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먹었는데도 4조각이나 남았다. 이로써 다사다난했던 첫 날의 라이딩은 무탈하게(?) 마무리 되었다.

 

 

  '시장이 밥이다'란 이런 때 쓰는 말.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많이 먹지 못하더라. 통닭을 먹기 전에 음료수부터 먹은 게 배부르게 했나?

 

 

인용

목차

사진

1.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민석과 정훈편)

2.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현세와 상현편)

3. 여름방학 중 12일의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4. 함께 가기의 어려움

5. 지켜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도착

6. 여행수업과 교실수업의 차이

7. 상현이의 포기 선언과 자포자기

8. 바뀐 일정, 그리고 무관심 속의 관심

9. 말없이 벽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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