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현세와 상현편)
부족하다는 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현세
현세는 영화팀 분위기 메이커다. 단재학교에서 2년 반을 함께 생활하며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보인다.
붙임성이랄지 상황을 희화화하는 능력이랄지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아직 진지한 상황을 잘 받아들이진 못한다. 모든 것을 장난식으로만 대하다 보니, 진지한 상황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난감해 한다.
아직 현실 감각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머니나 엄마가 대신 해주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런 것이다. 처음에 우릴 경악스럽게 했던 것은 컵라면을 물을 부을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쉬운 일이고, 해본 적이 없다 할지라도 주위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보며 따라할 수도 있을 텐데 주위 사람을 보지도 않고 무턱 대고 해본다. 그러다 비닐 표장을 갈기갈기 찢은 것은 물론이고, 아예 컵라면 용기를 박살내 놓았다. 그 뿐 아니라 다음에 도전할 땐 물을 빼고 액상스프를 넣어야 하는 비빔면(이때도 주위에는 영화팀 형들이 같은 라면을 먹고 있었기에 유심히 봤으면 됐다)임에도 흥건한 물에 액상스프를 그대로 붓는 바람에 싱거운 맛의 ‘불닭짬뽕면’이 되기도 했다.
▲ 영화팀이 전주영화제 기간에 만든 '현세 홍보영상', 자기를 희화화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건강하단 뜻이다.
이런 장면들을 통해 현세는 지금까지 누군가 해주는 것을 받으며 지내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지금까진 굳이 주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상황을 누군가 했다면, 오히려 주위 사람들에게 ‘쟤 이상해’라거나, ‘쟤 바본가봐’라는 생각 때문에 가까이 가기를 꺼려할 수 있는데, 현세는 워낙 붙임성이 좋다보니 누구도 그런 식으로 멀리하진 않는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단재학교의 특성 상 현세는 많은 부분에서 경험의 양이 늘었고, 이제는 제법 눈치도 생겼다. 하나하나 해나가며 현실감각을 키우고 있다.
▲ 현세의 발표는 섹시하기까지 하다. 하나의 흐름을 완전히 꿰어 자기화 하고 그걸 통해 좌중을 압도한다.
현세는 팍팍 튀는 아이디어와 함께 무언가를 암기한 후 자기화하여 그걸 발표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배워서 남주자’라는 수업이 자신이 읽은 책을 정리하고 그걸 발표하는 것인데, 현세의 발표는 흡사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처럼 일목요연하고 좌중을 압도하기도 한다. 이런 장점에 더하여 문제 해결능력이 길러지고 갈등을 쌓아두기보다 해소할 수 있게 된다면, 분명히 멋진 사내가 될 것이다.
▲ 2012년에 단재학교에 체험 온 현세와 2015년의 현세.
낙숫물이 바위 뚫는다, 김상현
상현이는 작년 5월에 학교에 왔다. 학교에 와서는 거의 형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래서 가장 붙임성이 좋은 건호에게 상현이를 잘 챙겨줬으면 하는 부탁을 했었다. 건호는 상현이를 데리고 수퍼에도 함께 가고 피씨방에도 함께 가고, 영화팀 아이들에게 하듯이 장난도 걸고 나름 애를 썼음에도 상현이는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다 자기 맘에 안 드는 장난을 치거나 뭔가 심기를 건드는 게 있으면 그걸 마음에 담아두고 미워하기까지 했다. 상처가 난 동물에게 손을 내밀면 다가오기보다 움츠러들거나 공격한다던데, 상현이가 딱 그런 모양새였다. 그러다 보니 영화팀 형들과 관계는 더욱 틀어질 수밖에 없었고, 상현이는 상현이 대로 불만이 더 쌓여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잘 적응하지 못하고 올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사람이란 게 어떤 시간을 함께 보냈냐에 따라 할 얘기도 많아지고 공감대도 형성된다. 하지만 학교에 오전만 나왔다가 집에 가거나, 여행에도 잘 참여하지 못했으니 공감대도 없었고 ‘영화팀’이란 인식도 희박했던 것이다. 그렇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별도의 세계처럼 지내온 시간들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 상현이와 함께 2주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6월에 단재 아이들은 카자흐스탄에 2주간 홈스테이를 하러 떠나고 상현이와 단 둘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상현이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쉽게 포기하려 하고, 해결책을 자신이 찾기보다 엄마에게 의존하려 하는 모습을 여전히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 맘 속 깊은 곳엔 노력하려는 작은 움직임들이 보였다. 그게 다른 사람에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미동이지만, 그래도 그런 미동들이 있다는 게 희망의 전조라고 할 수 있다.
이젠 점차 그런 미동이 자신의 생각에까지 미칠 정도의 울림이 될 수 있도록, 상황에 몸을 맡기고 안 된다고 한계 짓지 말고, 힘들다고 내빼지 말고 좀 더 분발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작은 미동이 결국 상현이를 더욱 크게 성장시킬 것이다.
▲ 2014년의 상현이와 2015년의 상현이.
이런 네 가지 색을 지닌 네 명의 학생이 모여 영화팀을 구성하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네 명의 학생이 만든 ‘8월의 라이딩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 네 명의 아이들이 빚어낸 자전거 여행 이야기는 다음에 본격적으로 하도록 하겠다. 과연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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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함께 가기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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