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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43. 총석정의 탁월한 묘사와 찝찝한 뒷맛을 담은 조위한의 시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43. 총석정의 탁월한 묘사와 찝찝한 뒷맛을 담은 조위한의 시

건방진방랑자 2021. 10. 29.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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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석정의 탁월한 묘사와 찝찝한 뒷맛을 담은 조위한의 시

 

 

우린 한반도에서 태어났다고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섬에 살고 있는 셈이다. 육로로는 휴전선 부근까지밖에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생활을 철원 GOP에서 하면서 휴전선에서 대치하는 상황을 온몸으로 느꼈던 터라, 휴전선의 역설(휴전선이 주는 안전하다는 의식과 함께 이곳을 넘어설 수 없다는 한계)도 명확하게 알고 있다.

 

소화시평권하 43에서 다루는 총석정의 경우는 조선시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시로 남아 있다. 심지어 시를 별로 쓰지 않았던 연암 박지원마저도 총석정에 대한 시를 남길 정도니 말이다. 지금 우린 분단되기 전에 남아 있는 사진으로 밖에 보지 못하는 정도지만, 막상 사진으로만 보아도 그 위용에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그러니 막상 진짜 두 눈으로 그 광경을 본다면 얼마나 놀랍고 얼마나 신기할까.

 

 

 

 

叢巖積石滿汀洲 모아 놓고 쌓인 바위 바닷가에 가득해서
造物經營渺莫求 조물주 경영, 아득하니 구할 수 없구나.
玉柱撑空皆六面 하늘을 떠받친 옥기둥은 육면이고
蒼龍偃海幾千頭 바다에 누운 푸른 용은 몇 천 마리인지?
輸來豈是秦鞭着 어찌 진나라의 채찍질로 옮겨 왔단 말인가.
刻劚元非禹斧修 우임금의 도끼로 깎아낸 건 아니라네.
不念邦家樑棟乏 나라에 동량이 부족한 걸 생각하지 않고
屹然何事立中流 무슨 일로 바다 속에 우뚝하게 서있는가?

 

조위한의 시는 총석정의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읽는다면 더 쉽게 와 닿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2구에서 바다 가운데 솟아난 총석정의 모습을 표현하며 너무도 신기해서 왜 조물주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을 쓰고 있다. 지금의 우리도 무언가 신비한 것을 봤을 때 소스라치게 놀라며 우와~’라는 감탄사만 뱉고 말을 못 잇듯이 여기서도 그런 감정이 여실히 느껴진다.

 

3~4구는 시인의 시선을 총석정으로 바짝 당겨 줌인한 채로 그 형상을 묘사하고 있다. 바다에 솟아오른 바위는 옥기둥 같은 빛깔을 뽐내며 육면체라는 것이고, 그 밑엔 마치 용이 꿈틀거리듯 파도가 총석정에 찰싹찰싹 와서 부딪친다는 것이다.

 

그러니 5~6구에선 시인의 생각은 이런 기이한 돌무더기들이 어떻게 이곳에 왔는가에 대한 상상에 이르게 된다. 진시황이 돌다리를 놓아 해가 뜨는 것을 보려하자 신인(神人)이 돌들을 채찍질해 돌다리를 놓았다는 고사를 인용하여 그때 채찍에 맞은 돌들이 여기에 왔단 말인가?’라고 생각해본다. 또한 우임금이 치수할 때 용문산에 물길을 낸 도끼를 인용하며 그 도끼로 이곳에 벼랑을 깎아냈다는 건가?’라고도 생각해본다. 물론 그럴 리 없지만 그만큼 신기한 광경만은 분명하기에 고사를 인용하여 신비로운 느낌을 더욱 배가시킨 것이다.

 

여기까진 정말 광경 묘사도 탁월하고 총석정을 본 소감이 잘 녹아들어 있어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총석정을 눈앞에 놓고 보는 것마냥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 들어서 좋았다. 하지만 7~8구에선 갑자기 내용을 확 전환하여 너무도 도학자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보니, 확 깨더라. 그건 마치 영화 설국열차에서 커티스가 윌포드에게 모든 권한을 물려받고 커티스가 스테이크를 먹으며 영화가 끝나는 느낌과도 같았다. 뭔가 힘 있게 주제를 끌고 가다가 순식간에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람?’이라 허무주의를 안겨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경치를 잘 묘사하던 조위한은 총석정을 통해 나라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덧붙여야 한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러니 마지막 구절에선 나라의 동량을 운운하며 총석정을 나무라는 듯한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뒷맛이 영 께름칙해서 아쉽게 느껴지던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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