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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43. 총석정을 보며 마음을 다잡은 김정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하권 43. 총석정을 보며 마음을 다잡은 김정

건방진방랑자 2021. 10. 2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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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석정을 보며 마음을 다잡은 김정

 

 

千古高皐叢石勝 천고의 높은 언덕, 총석정이 빼어나서
登臨寥落九秋懷 올라서 보니 가을 회포 쓸쓸하네.
斗魁散彩隨滄海 두괴의 광채를 흩어 푸른 바다에 떨구고,
月宮借斧削丹崖 월궁의 도끼를 빌려 붉은 벼랑 깎았네.
巨溟欲泛危巒去 거대한 바다는 가파른 산봉우리를 띄워 보내려 하는데,
頑骨長衝激浪排 억센 바위는 오래도록 힘찬 파도와 부딪혀 밀쳐내네.
蓬島笙簫空淡竚 봉래산 신선의 피리소리, 부질없이 기다리면서
夕陽搔首寄天涯 석양에 머리 긁으며 하늘 끝에 붙어 있노라.

 

소화시평권하 43에 소개된 조위한의 시에 비하면 김정의 시는 그런 군더더기가 없어서 훨씬 좋다. 이런 이유와는 다르겠지만 홍만종도 조위한의 시보단 김정의 시가 훨씬 좋다고 봤다. 김정이 총석정을 읊은 시는 모두 6수로 되어 있지만 지금 남은 건 4수밖에 없다고 한다. 여기에 인용된 시는 그 중 두 번째 시다.

 

1~2구에선 총석정에 오른 느낌과 그때 느껴진 쓸쓸한 자신의 회포를 담았다. 조위한의 시가 멀리서 관망하듯 총석정을 묘사하는데 반해 김정의 시는 아주 직접적으로 그곳에 올라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직접과 간접의 차이가 1~2구에서 바로 느껴진다.

 

총석정에 올라서 본 모습을 3~4구에 담았다. 마치 은하수를 뿌린 듯한 새하얀 파도가 총석정에 부딪힌다. 조위한은 용이란 상상의 동물로 봤고 김정은 별빛으로 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절벽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조위한은 진나라의 채찍도 우임금의 도끼로도 만들 수 없는 것이라 보았지만 김정은 달나라 궁전에 놓인 도끼로 깎았다고 보았다.

 

5~6구에 보면 힘찬 파도와 그에 맞서 단단하게 서있는 총석정을 대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파도는 마치 바위를 저멀리 떠나보내려는 듯 세차게 몰아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총석정은 꿋꿋하게 서 있으니 말이다. 바위를 완골(頑骨, 억센바위)’라 표현한 부분이 재밌다.

 

7~8구에 이르러선 1~2구에서 잠시 말했던 자신의 쓸쓸한 감정을 그대로 받아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마치 수미상관법을 쓰듯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을 하나의 흐름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총석정에 오르니 마치 내가 신선이 된 것만 같아 절로 신선의 음악소리를 기다리게 되지만,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고 해질녘에 머리만 매만지며 가만히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때의 감정은 쓸쓸함이고 스산함이다. 김정에 대해선 이미 권상 75에서 봤었다. 그는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 당대에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사화라는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그가 총석정을 여행하던 당시엔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이렇게 빼어난 광경을 보면서도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는 것, 그리고 거센 파도 속에서도 꿋꿋이 서있는 총석정의 바위에 자신을 이입했다는 것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은 가능하다. 그를 휩쓸고 지나갈 정쟁이란 파도에 꿋꿋하고자 한 마음이 이 시에 투영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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