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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85. 시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85. 시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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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다

 

 

天險傳三峽 雷霆鬪激湍

천험(자연적인 험지)라 전해지는 삼협은 우레소리가 급류와 다툰다네.

風檣今日試 客膽向來寒

돛단배 오늘에서야 시험해보려 하나, 손님의 간담은 예로부터 서늘했었다지.

但覺巖崖峻 誰知宇宙寬

다만 바위 벼랑의 험준함만 깨달았을 뿐, 누가 우주의 관대함을 알겠는가.

淸猿啼不盡 送我上危灘

원숭이 끝없이 울어대면서 험한 여울 탄 나를 전송해주네. 忍齋先生文集卷之一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소화시평권상 85은 꽤나 흥미진진했다. 시 한편의 내용 중 결구의 내용에서 생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홍섬은 어떠한 시련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용된 이 이야기는 신흠의 청창연담(晴窓軟談)에 실려 있던 글을 홍만종도 보았고 이걸 자신의 시화집에 실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홍만종은 왜 홍섬의 이 이야기에 끌렸느냐 하는 점이 궁금해진다. 과거의 무수히 많은 이야기에서 어떤 이야기를 끌고 올 때는 자기 스스로 의미 있는 이야기라고 느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도올선생님은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라는 아주 도발적인, 그렇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을 해준 것이다. 지금 나는 연구자는 아니기 때문에 깊은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홍만종에게 홍섬의 이 일화는 분명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으리라.

 

김형술 교수님은 상위탄(上危灘)’시이지기불사(是以知其不死)’를 연관 지어 생각해보라고 했다. 바로 두 구절에서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기에 대답하는 사람들마다 ()’에 방점을 찍고 역경에의 극복 의지가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교수님은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다며 좀 더 생각해보길 권유해줬다.

 

결국 우리가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전구(轉句)다만 바위 벼랑의 험준함만 깨달았을 뿐, 어찌 우주의 관대함을 알겠는가[但覺巖崖峻 寧知宇宙寬]’라는 구절에 키가 숨겨져 있다고 말해줬다. 그렇다, 이건 단순히 역경을 극복하겠다는 생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관점이 바뀌어 더 이상 역경이 역경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즉각적으로 한 글이 떠올랐다. 연암의 황하를 하룻밤에 아홉 번이나 건너며 깨달은 것[一夜九渡河記]이란 글을 보면 처음엔 황하에 빠질까봐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연암 자신의 겁내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에 빈 것이 아니라 물을 피하여 보지 않으려 했을 뿐[其仰首者非禱天也, 乃避水不見爾]’라고 현실을 묘사한다. 물을 보면 빠질까 두려워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만 보며 벌벌 떨고 가는 것이 모습이 한편으론 짠하면서 한편으론 코믹하다. 그러다 문득 연암은 깨닫는다. ‘마음을 비운 사람은 귀와 눈에 휘둘리지 않는다[冥心者, 耳目不爲之累]’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그 다음엔 아예 황하에 온 몸을 맡기며 물로 땅을 삼고 물로 옷을 삼고 물로 몸을 삼고 물로 성정을 삼아, 이 마음에 한 번 떨어질 판결을 내리니, 나의 귀에 마침내 물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以河爲地, 以河爲衣, 以河爲身, 以河爲性情, 於是心判一墮, 吾耳中遂無河聲].’라고 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예 그 상황을 극복의 대상이 아닌 수용의 대상으로 삼으니 더 이상 두려운 게 아니라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이처럼 소세양이 홍섬에게서 본 것은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역경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 내맡길 수 있다는 결단이었던 거다. 그런 관점에서 상()이란 한자를 다시 풀이해보면 급류를 거스른다가 아니라 급류에 올라탄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역시 한시의 세계는 재밌고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한 글자의 뉘앙스 차이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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