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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87. 사단칠정론과 고정관념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87. 사단칠정론과 고정관념

건방진방랑자 2021. 10. 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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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칠정론과 고정관념

 

 

소화시평권상 87의 주인공은 1000원짜리 지폐의 주인공을 장식한 이황 선생이다. 이황하면 기대승과의 사단칠정 논쟁을 했다는 사실만이 깊이 남아 있다. 대부분의 논쟁들이 그렇지만 그 당시엔 치열하게 싸워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었고 그걸 관철하기 위해 논리를 더 예리하게 다듬게 되지만, 그걸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쓸데없는 것에 힘쓴다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그건 마치 비전향 장기수가 사상전환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그 생각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본 사람이 아니고서야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의 세상은 성리학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기에 유전적으로 우린 조선 사람들의 후손이라 할지라도 철학적으론 전혀 다른 종족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런 상태에서 사단칠정 논쟁을 보니 그 말이 그 말 같고, 저 말이 저 말 같아 도무지 이게 왜 논쟁거리가 되는 거지?’라며 이해될 리 만무하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조선사람들의 논쟁을 보며 이해하지 못하듯, 우리의 100년 뒤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보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도 현실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방식에 깊이 영향 받고 있고 심리학이 쳐둔 그물망에 종속된 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전혀 다른 삶의 문법을 지닌 사람들이 우릴 본다면 돈만을 중시하는 수전노처럼 보거나, ‘다양한 가치를 지닌 존재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존재로만 보려는 판단자처럼 볼지도 모른다.

 

 

    카자흐스탄은 우리에게 열린 사고란 뭔지를 알려줬다. 카자흐스탄 알마라산에서 6월에 만년설을 느끼며. 

 

 

6년 전에 학생들과 함께 카자흐스탄 여행3주간 했었다. 아이들에게 카자흐스탄은 후진국으로 인식되기에, 서양과 같은 선진국에 갔을 때는 보이지 않을 모습들이 나오곤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조롱거리로 삼거나 그들의 문화를 폄하하는 등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때 알마티 한국교육원 원장님께서 여행 맨 마지막 날에 해준 얘기는 정말 많은 걸 느끼게 했다. ‘다른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의 문화나 상황을 이해하려 해야지, 한국적인 시선으로 깎아내리거나 조롱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의 얘기였다. 우린 한국적인 상식에 갇혀 있고 그걸 만국 공통의 것으로 착각하는 순간 다른 나라를 무작정 폄훼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막상 그런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그 폭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걸 알지 못한다. 그저 자신은 그냥 돌을 던져본 것일 뿐, 맞힐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오히려 억울해하니 말이다.

 

이처럼 우리가 사단칠정론을 바라볼 때도 지금의 생각으로 함부로 말하려 할 게 아니라, 그 당시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고 그들이 왜 그런 얘기들로 치열하게 편지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궁금해 해야 한다. 모든 공부의 시작은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모르는 게 있습니다. 잘 못하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 가르쳐주십시오라는 세 마디 말만이 배우려는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말해었다. 그처럼 모르면서, 알려 하지도 않았으면서 무작정 고정관념으로 깎아내리는 건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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