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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정 - 쌍계재기(雙溪齋記)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서거정 - 쌍계재기(雙溪齋記)

건방진방랑자 2019. 9. 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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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 계()의 뜻을 새겨 완물상지에 빠지지 말라

쌍계재기(雙溪齋記)

 

서거정(徐居正)

 

 

士君子之生斯世也, 一出一處, 所居之地不同, 則其所樂, 亦與之不同矣. 盖高人貞士, 處幽閑寂寞之瀕, 抗志埃溘之外, 其所自適者, 不於山水而何哉? 若夫名宦富貴於當世者, 出則珪組簪笏, 入則崇堂廈宇, 聲色駒馬之蕩其心, 禽鳥花卉之悅乎目, 又何暇於丘壑哉? 此所謂林泉朝市之相阻, 造物予奪之不齊, 而人不得兼有者也, 間或有兼而有者, 何哉? 豈非天之所畀者厚, 而人之所得者專耶?

吾同年上洛金侯, 早擢巍科, 踐歷臺閣, 長憲司, 亞六部, 其顯隆已極. 然雅性冲澹, 嘗扁讌居之室曰琴軒, 鑿池蒔蓮, 左右花竹, 日巾屨嘯詠於其中, 不知皐壤之爲山林, 山林之皐壤者矣.

一日, 又卜勝地於華峯下, 景與心會, 構齋數楹, 退食委蛇之所, 齋之尤勝曰雙溪. 其東源, 自山麓㶁㶁然奔崖漱石而下, 澄徹綠淨, 可掬而不可唾, 闢其傍 樹以紅碧三色桃. 當春爛發, 霞蒸霧滃, 落花流水, 完非人間世矣. 當暑蔭淸, 樾坐危石, 飛觴沈果, 爽煩襟而雪滯思, 洒然有出塵之想矣. 其西源, 亦自山麓鳴琴戛玉而瀉, 泓然黝然, 爲塘爲沼. 種以芙蕖, 則紅香綠影, 映帶左右, 淨可友也, 芬可挹也. 引流灌園, 則黃畦綠塍, 嘉蔬異殽, 可擷可茹, 不一而足. 予嘗觀公卿大夫, 飫膏粱, 厭紈綺, 思得泉石之勝, 涉遐荒, 抵奧僻, 求之不得, 雖得之, 亦不跬步可致, 安能隨意自適哉?

今侯得琴軒之趣於前, 得雙溪之樂於後, 得人所不得, 兼人所不兼, 得非天之畀於侯者獨厚耶? 吾於雙溪, 抑有說焉, 雙者, 非一之謂, 非一則二, 二則有陰陽奇耦之象, 溪必有源流, 源流者, 本末之謂也. 大易曰: “山下出泉, .” 其始也源於一, 分而爲支流, 爲澗溪, 爲江海, 此所謂一生二者也, 一本萬殊者也. 夫子在川上, 逝者之嘆, 孟軻氏有源泉混混, 不舍晝夜之說. 苟得聖賢過往來續之旨, 盈科後進之訓, 從事於斯, 遡流求源, 循序而漸進, 則學者下學上達之功, 君子果行育德之能事畢矣. 中和位育之功, 亦不外此也. 倘或膏肓山水, 嘲弄風月, 玩物以喪志, 則非吾之望於侯也, 侯其念哉! 辛丑重陽節 四佳文集卷之二

 

 

 

 

해석

士君子之生斯世也, 一出一處, 所居之地不同, 則其所樂, 亦與之不同矣.

사군자가 이 세상에 나서 한 번 출세하고 한 번 은둔함에 거처하는 땅이 같지 않으니 즐기는 것도 또한 그와 같지가 않다.

 

盖高人貞士, 處幽閑寂寞之瀕, 抗志埃溘之外, 其所自適者, 不於山水而何哉?

대체로 고상한 사람이나 바른 선비는 적막한 물가의 깊숙한 곳이나 물가나 세속 바깥의 뜻을 드높일 곳에 처하니 유유자적한 곳이 산수에서가 아니라면 어디리오?

 

若夫名宦富貴於當世者, 出則珪組簪笏, 入則崇堂廈宇, 聲色駒馬之蕩其心, 禽鳥花卉之悅乎目, 又何暇於丘壑哉?

만약 저 당대에 이름난 벼슬에 부귀한 이는 진출해선 관복에 잠()과 홀()을 들고 들어와선 높은 당이나 큰 집에서 지내 음악과 이성과 말이 마음을 요동치고 새와 꽃이 눈을 즐겁게 하니 또한 어느 겨를에 골짜기를 생각하리오?

 

此所謂林泉朝市之相阻, 造物予奪之不齊, 而人不得兼有者也, 間或有兼而有者, 何哉?

이것은 소위 은둔하는 임천(林泉)과 인산인해인 조시(朝市)는 서로 막혀 있고 조물주가 주거나 뺏거나 한 것이 가지런하지 않아 사람이 겸하여 소유한 사람은 없지만 간혹 겸하여 소유한 사람이 있는 건 왜인가?

 

豈非天之所畀者厚, 而人之所得者專耶?

아마도 하늘이 준 것이 후해서 사람이 얻은 것이 독차지된 것이 아닐까?

 

吾同年上洛金侯, 早擢巍科, 踐歷臺閣, 長憲司, 亞六部, 其顯隆已極.

나의 동급제인 상락(上洛) 김후(金侯)는 일찍이 문과에 발탁되어 대각(臺閣)의 벼슬과 사헌부 장관과 육부의 차관을 거쳤으니 현달함과 융성함이 이미 엄청나다.

 

然雅性冲澹, 嘗扁讌居之室曰琴軒, 鑿池蒔蓮, 左右花竹, 日巾屨嘯詠於其中, 不知皐壤之爲山林, 山林之皐壤者矣.

그러나 아름다운 본성이 맑아 일찍이 평상에 거처하는 방을 금헌(琴軒)’이라 편액하고 못을 파서 연을 심고 대나무를 좌우에 둘렀으며 날마다 그 속에서 갓과 짚신으로 읊으니 하천과 늪지대가 수풀【『장자』 「지북유(知北遊)에서 따온 말이다. ‘고양평원(平原)’이라 하기도 하고 택변(澤邊)’이라 하기도 한다. 둘 다 자연 풍광을 가리킨다.이 된 것인지, 수풀이 하천과 늪지대가 된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一日, 又卜勝地於華峯下, 景與心會, 構齋數楹, 退食委蛇之所, 齋之尤勝曰雙溪.

하루는 또한 화봉(華峯) 아래에 명승지를 정하니 경치와 마음이 합치되었고 몇 기둥의 집을 지어 물러나 먹으며 자득한 장소로 삼으니 집의 더욱 명승지인 곳이 쌍계(雙溪).

 

其東源, 自山麓㶁㶁然奔崖漱石而下, 澄徹綠淨, 可掬而不可唾, 闢其傍 樹以紅碧三色桃.

동쪽 수원은 산기슭부터 졸졸졸 흘러 벼랑을 달리고 바위에 부딪혀 내려와 맑고 밝으며 파랗고 깨끗해 떠서 마실 만하고 침 뱉을 수 없을 만하니 그 곁을 개간해 홍도(紅桃), 벽도(碧桃), 삼색도(三色桃)를 심었다.

 

當春爛發, 霞蒸霧滃, 落花流水, 完非人間世矣.

봄에 다달아 찬란히 피어나면 노을이 끓거나 안개가 일 적에 꽃을 흐르는 물에 떨어뜨리니 온전히 인간세상이 아니다.

 

當暑蔭淸, 樾坐危石, 飛觴沈果, 爽煩襟而雪滯思, 洒然有出塵之想矣.

더위에 다달아 그늘이 맑아지면 나무 그늘의 우뚝한 바위에 앉아 술잔을 띄우고 과일을 담가 번잡한 심금을 털어내고 막힌 생각을 씻어내서 후련하게 속세를 벗어난 기상이 있다.

 

其西源, 亦自山麓鳴琴戛玉而瀉, 泓然黝然, 爲塘爲沼.

서쪽 수원은 또한 산기슭으로부터 거문고를 울리듯 옥을 치듯 쏟아져 콸콸콸 검푸른 물이 못이나 웅덩이가 된다.

 

種以芙蕖, 則紅香綠影, 映帶左右, 淨可友也, 芬可挹也.

연꽃을 심으니 붉은 향기와 푸른 그림자가 좌우에 어리고 띠를 둘러 맑음은 벗 삼을 만하고 향기는 잡을 만하다.

 

引流灌園, 則黃畦綠塍, 嘉蔬異殽, 可擷可茹, 不一而足.

물길을 끌어 동산에 물 대니 누런 밭두둑과 푸른 밭두둑에 좋은 채소와 기이한 안주가 딸 만하고 먹을 만한 것이 적지 않다[不一而足].

 

予嘗觀公卿大夫, 飫膏粱, 厭紈綺, 思得泉石之勝, 涉遐荒, 抵奧僻, 求之不得, 雖得之, 亦不跬步可致, 安能隨意自適哉?

나는 일찍이 고관을 보니 좋은 음식에 배부르고 비단옷이 싫증 나면 샘과 바위의 명승지를 얻어 외진 땅[遐荒]을 건너 골짜기를 생각하다가 구하여 얻지 못하며 비록 얻더라도 또한 반걸음에 이를 수가 없으니 어찌 뜻대로 유유자적할 수 있을까?

 

今侯得琴軒之趣於前, 得雙溪之樂於後, 得人所不得, 兼人所不兼, 得非天之畀於侯者獨厚耶?

지금 김후는 금헌(琴軒)의 정취를 앞에서 얻고 쌍계(雙溪)의 즐거움을 뒤에서 얻어서 남들이 얻지 못한 것을 얻었고 남들이 겸하지 못한 것을 겸했으니 하늘이 김후에게 준 것이 독차지하고 후하다 않겠는가?

 

吾於雙溪, 抑有說焉, 雙者, 非一之謂, 非一則二, 二則有陰陽奇耦之象, 溪必有源流, 源流者, 本末之謂也.

나는 쌍계(雙溪)에 대해 또한 말할 게 있으니 ()’이란 하나가 아니란 말이니 하나가 아니면 둘이라는 것으로 둘이면 음양(陰陽)과 홀수와 짝수의 상()이 있으며 ()’는 반드시 원류가 있으니 원류란 본말로 말한 것이다.

 

大易曰: “山下出泉, .” 其始也源於一, 分而爲支流, 爲澗溪, 爲江海, 此所謂一生二者也, 一本萬殊者也.

주역에서 산 아래에 샘물이 나오니 몽()이다.”라고 말했는데 시작은 한 곳에서 발원해 나뉘어 지류가 되고 시냇물이 되며 강과 바다가 되니 이것은 소위 하나가 둘을 낳은 것이고 한 근본이 만 가지로 달라진 것이다.

 

夫子在川上, 逝者之嘆, 孟軻氏有源泉混混, 不舍晝夜之說.

우리 부자께서 냇가에 있으며 가는 것이라 탄식하셨고 맹가씨는 수원지로부터 콸콸 솟아 흐르는 물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줄기차게 흐른다라고 했다.

 

苟得聖賢過往來續之旨, 盈科後進之訓, 從事於斯, 遡流求源, 循序而漸進, 則學者下學上達之功, 君子果行育德之能事畢矣.

진실로 성현(聖賢)지나간 건 가고 오는 건 이어진다[過往來續]’는 뜻과 구덩이를 채운 후에 나간다는 가르침을 터득해 이에 종사하여 흐름을 거슬러가고 근원을 구하여 근원을 좇아 점점 나간다면 배우는 이의 형이하학을 배워 형이상학에 도달하는공부와 군자의 과감히 행동하여 덕을 기르는능력으로 일이 마무리되리라.

 

中和位育之功, 亦不外此也.

비록 중화위육(中和位育)의 공은 또한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倘或膏肓山水, 嘲弄風月, 玩物以喪志, 則非吾之望於侯也, 侯其念哉!

갑자기 혹 산수를 기름지게 즐기고 풍월을 읊조리려 사물을 즐김으로 뜻을 잃는 것은 내가 김후에게 바라는 게 아니니 김후는 유념하시라!

 

辛丑重陽節 四佳文集卷之二

신축년(1481) 중양절에 쓰다.

 

 

인용

작가 / 지도

앞 글(異聞錄) / 뒷 글(卜居總論)

0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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