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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96. 이달과 고경명의 인연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96. 이달과 고경명의 인연

건방진방랑자 2021. 10. 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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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과 고경명의 인연

 

 

소화시평권상 96에서 완전히 해석이 틀린 부분이 있었다. 양경우의 맨 마지막 말이 끝나는 부분에 대한 해석이 그것이다. 여기에서의 원문은 익견기장자야(益見其長者也)’이다. 난 별로 생각하지 않고 고경명 어르신이 이달을 자기의 오른편에 두었으니, 고경명 어른이야말로 이달의 장점을 본 사람이라 할 수 있으리라.’라고 해석했다. 이렇게 해석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고, 이달을 살뜰히 챙기는 고경명 어르신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녹아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형술 교수님은 그렇게 봐선 안 된다고 말해줬다.

 

益見其長者也
더욱 그 장점을 본 사람이다. 더욱 그가 어른 됨을 볼 수 있다

 

장점을 봤다라고 하면 그저 좋은 점을 인정해줬다는 얘기가 될 테지만, ‘고경명 어르신의 어른 됨을 볼 수 있다라고 하면 그의 인격적인 부분까지도 칭송하는 얘기가 된다.

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도 멋지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한 것이다. 누구나 나이는 먹게 되고 더 이상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나이는 먹었지만 어른답지 못할 때 우리는 꼰대라는 말을 붙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른답다는 건 무얼 말하는 걸까? 그건 고경명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문인들이 누구 할 것이 없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경시하던 시대에 그 사람의 장점을 인정하고 그 장점 앞에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자세라 할 수 있다. 솔직히 장점을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려면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 사람이 무얼 잘하는지 면밀히 볼 수 있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장점을 알게 됐다손 치더라도 그걸 받들어 올려주며 나 자신을 한수 접는 건 더더욱 어렵다. 그건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한 수 접는 걸,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라 생각하여 절대로 하지 못한다. 그러니 어른답다는 건 열등감도 없이 그 사람 그대로를 볼 수 있고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고경명은 이달과 시를 주고받을 때 당시에 능한 이달과 대등하게 주고받기 위해 자신이 즐겨 쓰던 송시풍을 바꿔야만 했다. 그래야 서로가 말하고자 하는 방식이 제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자기 당풍을 배웠고 그 당풍에 따라 시를 지으며 주고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내가 지은 시는 반은 거짓이고 반은 참이다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 말은 곧 어설픈 당시의 흉내를 냈던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설픈 작품이 나왔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홍만종은 그가 쓴 어주도(漁舟圖)에 쓴 제화시(題畫詩, 그림에 덧붙인 시)를 보고나서 이 시 완전히 당시풍의 시인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경명 어르신의 말을 그대로 받아 어찌 절반이 거짓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그건 스스로 겸사조로 한 얘기다라고 결론지었다. 이 글에선 여전히 홍만종의 당시에 대한 시선이 잘 녹아난다. 홍만종은 송시풍보단 당시풍을 좋아하며 그렇기 때문에 권상 49에선 당시(唐詩)에 가까운 조선의 시가 송시(宋詩)에 가까운 고려의 시보다 좋다고 평가한 적도 있다.

 

여기서도 고경명의 일화를 소개하다가 그의 작품 하나를 들고 나서 그는 당풍을 제대로 표현해낸 사람이라 마무리를 지은 셈이다. 한 편 시화의 흐름이 마치 소설마냥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있어 읽는 내내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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