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마주하고 청주의 동헌에 쓰다
대우제청주동헌(帶雨題淸州東軒)
성현(成俔)
畫屛高枕掩羅幃 別院無人瑟已希
爽氣滿簾新睡覺 一庭微雨濕薔薇 『虛白堂詩集』 卷之六
해석
畫屛高枕掩羅幃 화병고침엄라위 | 그림병풍, 높은 베개에 비단 휘장을 치고 |
別院無人瑟已希 별원무인슬이희 | 별원에 사람 없어 가야금 소리 이미 드물구나. |
爽氣滿簾新睡覺 상기만렴신수각 | 상쾌한 기운이 주렴에 가득하여 선잠이 깨니, |
一庭微雨濕薔薇 일정미우습장미 | 뜰에 가랑비 내렸는지 장미가 젖어있네. 『虛白堂詩集』 卷之六 |
가진 자의 화려한 장미 | 가진 것조차 지겨워져 파리한 장미 |
무소유의 맑은 장미 | 가지려는 의지는 없지만 해맑은 장미 |
해설
이 시는 비를 마주하고 청주 동헌에서 쓴 것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병풍과 비단 휘장 안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가진 자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관각(館閣)의 시이다.
그림 같은 병풍과 비단 휘장 속에 베개를 높이 베고 누워서 자는데, 별당에는 인기척도 없고 비파소리도 벌써 끊어져 들리지 않는다. 비가 오고 있어 상쾌한 기운이 드리운 주렴에 가득해 막 잠에서 깨니, 온 뜰에 내린 가랑비에 장미가 촉촉이 젖어 들고 있다.
이처럼 15세기 관각시인(館閣詩人)인 성현(成俔)과 서거정(徐居正)의 시에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으나, 16세기 관각시인 이행(李荇)과 박은(朴誾)의 시에서는 사화(士禍)로 인한 정치적 문제 때문에 그러한 여유를 얻지 못하고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12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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