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제화시, 시와 그림이 서로를 상보하다
1. 제화시(題畵詩)에 논의
1) 청(淸) 방훈(方薰)의 「산정거화론(山靜居畵論)」에서 “높고 심원한 뜻과 생각은 그림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므로 시로 써서 이를 편다.”고 했음.
2) 발달: 당(唐) 때 두보ㆍ이백에 의해 성행함 ⇒ 원ㆍ명대에 성숙의 경지에 이름 ⇒ 당 후기 왕유(王維)에 이르러 시와 그림의 내면 관계가 밀접해지기 시작함 ⇒ 북송 시기 문인화가 발달하면서 제화시는 더욱 발전함 ⇒ 원(元)ㆍ명(明)대에 성숙한 경지에 이르게 됨.
一帶蒼波兩岸秋 | 한 줄기 푸른 물결, 양 옆 언덕엔 가을 |
風吹細雨灑歸舟 | 바람이 가랑비 불어 돌아가는 배를 씻기네. |
夜來泊近江邊竹 | 밤에 와서 근처 강변 대나무숲에 정박하니, |
葉葉寒聲摠是愁 | 잎사귀마다 스산한 소리, 모두 이것이 근심이로다. |
1) 「송적팔경도(宋迪八景圖)」라는 그림에 붙인 여덟 편 연작시 중 하나임. 중국 상강 일대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풍광을 이르는 말로, 고려나 조선에 ~팔경(八景)[ex. 권필(權韠)의 「호정팔경(湖亭八景)」]이란 제목은 여기에서 유래했음.
2) 1~3구까진 그저 그림을 묘사한 부분으로 별 특색이 없음.
3) 핵심인 4구를 통해 밤비에 흔들리는 댓잎 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시가 더 아름다워짐.
4) 소상강은 요(堯)의 두 딸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순(舜)이 죽자 소상강에 빠져 죽어 수신(水神)이 되었다고 하는 곳으로 대나무에 紅斑이 있음. 그렇기에 댓잎소리는 여인의 한숨소리가 됨. (김득신(金得臣)의 「소상야우(瀟湘夜雨)」)
蘆洲風颭雪漫空 | 갈대가 있는 물가에 바람 불고 눈 허공에 가득한데 |
沽酒歸來繫短篷 | 술을 사서 돌아와 쪼각배 맸네. |
橫笛數聲江月白 | 달 밝은 강가에서 생황을 비껴 잡고 여러 번 소리내니 |
宿禽飛起渚烟中 | 잠자던 새 이내 낀 강 속으로 일어나 나는구나. |
1) 원경은 하얀 눈 덮여 있고 근경엔 바람에 꺾인 갈대가 늘어져 있으며 한 귀퉁이엔 달이, 그 곁엔 배 한척이 있음. 그리고 그 중간 부분의 안개엔 새 한 마리가 날아 들어감.
2) 시에선 금방 전까지 눈보라가 쳤다는 걸, 그림의 묶인 배를 시에 드러내며 의미를 말하고 있는 걸 통해 시인에게 ‘흥’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음.
3)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휘지(王徽之)의 일화: 왕휘지가 산음(山陰)에 은거할 때 한밤에 눈이 내리다 막 그치자 달빛이 고았음 → 홀로 술을 마시다 벗 대규(戴逵)가 그리워져 늦은 밤 배를 타고 찾아감 → 다음 날에야 도착했지만 만나지 않고 그냥 돌아옴 →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으니 “흥이 일어 갔고 흥이 다하여 돌아왔을 뿐이다. 굳이 대안도(戴安道)를 보아야 하겠는가?”라고 답함. 『세설신어(世說新語)』 「임탄(任誕)」
4) 고기잡이배를 몰고 술을 산 이유도 위의 왕휘지의 흥과 같은 것으로, 눈 온 밤 술을 사러 갔다는 것만으로도 그 흥은 모두 전달됨.
5) 여기에 그림엔 그릴 수 없는 피리소리를 넣어 흥을 더욱 고조시킴.
6) 새가 안개 속에서 날아오르는 것은 눈과 달빛의 흰색이 대낮처럼 밝기 때문에 그 빛에 놀라서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