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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눈 내린 달 속에서 매화를 감상한 시에 차운하며
우설월중상매운(又雪月中賞梅韻)
이황(李滉)
盆梅發淸賞 溪雪耀寒濱
분매발청상 계설요한빈
更著氷輪影 都輸臘味春
갱저빙륜영 도수납미춘
迢遙閬苑境 婥約藐姑眞
초요랑원경 작약막고진
莫遣吟詩苦 詩多亦一塵
막견음시고 시다역일진 『退溪先生文集』 卷之五續內集
해석
盆梅發淸賞 溪雪耀寒濱 | 화분의 매화가 맑은 감상을 발하고 시내의 눈은 찬 물가에서 빛나네. |
更著氷輪影 都輸臘味春 | 다시 얼음 같은 둥근 달 그림자 나타나지만 모두 섣달의 술【납미(臘味) : 섣달에 담근 술이다. 두보(杜甫)의 「정월삼일귀계상유작간원내제공(正月三日歸溪上有作簡院內諸公)」 시에 “개미 같은 거품이 뜨고 섣달의 맛이라[蟻浮仍臘味].” 하였다.】 같은 봄을 보내오네. |
迢遙閬苑境 婥約藐姑眞 | 아득하니 낭원(閬苑)【낭원(閬苑): 신선이 산다는 곳.】의 경지이고 아리따우니 묘고야산【묘고야(藐姑耶):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묘고야 산에 신인(神人)이 살고 있는데, 살결이 빙설(氷雪)과 같고 부드럽기가 처녀와 같으며, 오곡(五穀)을 먹지 않고 바람을 호흡하며 이슬을 마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藐姑射之山, 有神人居焉. 肌膚若冰雪, 綽約若處子; 不食五穀, 吸風飮露].】의 진경이네. |
莫遣吟詩苦 詩多亦一塵 | 시 읊조리느라 괴로워하지 마시오. 시가 많은 또한 하나의 티인 것을. 『退溪先生文集』 卷之五續內集 |
해설
이 시는 또 눈 내린 달밤에 매화를 감상한 시에 차운한 것으로, 시를 짓는 것은 말기(末技)에 지나지 않는다는 퇴계의 문학관(文學觀)이 잘 드러난 시이다.
방 안 화분에 핀 매화가 맑은 흥감을 자아내고, 방 밖 시냇가 차가운 물에는 흰 눈이 빛을 발하고 있다. 어제 뜬 달이 다시 떠오르지만, 매화가 꽃을 피우니 한겨울인데도 봄인 것 같다. 이러한 경지는 신선의 경지와 같고 곱고 아름다우니 선녀와 같다. 성학(聖學)을 궁구하는 것이 학자의 일이니, 시를 읊조리느라 고심하지 말라. 시를 많이 짓는 것도 또 하나의 흠이 될 수 있다.
시(詩)를 많이 짓는 것이 흠이 될 수 있다던 퇴계 역시 시를 많이 지었는데,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87번에서, “퇴계 이황 선생은 성리학만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문장도 여러 작가들에 비교하여 탁월하다[退溪先生, 非徒理學之爲東方所宗, 文章亦卓越諸子.].”라고 언급하여, 시문(詩文)이 뛰어남을 말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03~30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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