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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보 숙장【숙장(叔丈): 숙장인(叔丈人)의 준말로, 처의 숙부를 말한다.】인 영회의 시에 차운하다
차운겸보숙장영회(次韻謙甫叔丈詠懷)
윤선도(尹善道)
文字曾非史 威儀自是村
문자증비사 위의자시촌
如何於世路 乃欲着吾跟
여하어세로 내욕착오근
당제우홍수 주공입몽혼
不關紆紫綬 京庾享曾孫
불관우자수 경유향증손
人間軒冕斷無希 惟願江湖得早歸
인간헌면단무희 유원강호득조귀
已向孤山營小屋 何年實着芰荷衣
이향고산영소옥 하년실착기하의 『孤山遺稿』 卷之一
해석
文字曾非史 威儀自是村 | 글이 일찍이 사실이 아니니 위의【위의(威儀): 한관위의(漢官威儀)의 준말로, 지금은 없어진 옛날의 제도와 문물을 말한다. 신망(新莽) 말년에 유수(劉秀) 즉 광무제(光武帝)가 회양왕(淮陽王) 유현(劉玄)에 의해 사예교위(司隷校尉)에 발탁되었을 때, 그동안 왕망(王莽)에 의해 폐기된 한나라의 복식(服飾) 등 옛 제도를 모두 복구시키자, 늙은 관리들이 눈물을 흘리며 “오늘에 다시 한관의 위의를 보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하였다[不圖今日復見漢官威儀].”라고 탄식한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卷1上 「光武帝紀」】는 이 마을부터라네. |
如何於世路 乃欲着吾跟 | 세상의 길에서 어째서 연이어 내 발을 붙이려 하는가? |
唐帝憂洪水 周公入夢魂 | 요임금은 홍수를 걱정했고 공자는 주공이 꿈 속 넋으로 들어왔네. |
不關紆紫綬 京庾享曾孫 | 벼슬자리【정부의 고위 관원들이 무슨 비리를 저지르든 간에 그것과는 상관없이 들녘에는 다행히 풍년이 들어서 농부들을 기쁘게 한다는 말이다. 자수는 고관이 차는 보라색 인끈이다. 한(漢)나라 때에는 공후(公侯)와 구경(九卿)이 각각 자수와 청수(靑綬)를 찼다고 한다. 증손(曾孫)은 주제자(主祭者)로 전답(田畓)의 주인을 말한다.】 얽매임은 상관없이 증손은 토지【경유(京庾): 언덕처럼 높이 쌓인 노적가리를 말한다. 《시경》 〈보전(甫田)〉에 “증손의 농사가, 지붕 덮는 이엉과 같고 높이 올라간 수레의 끌채와 같으며, 증손의 노적가리가, 섬과 같고 언덕과 같다[曾孫之稼 如茨如梁 曾孫之庾 如坁如京].”라는 말이 나온다.】를 향유하리니. |
人間軒冕斷無希 | 인간의 고위 관직[軒冕]은 단연코 바라지 않았고 |
惟願江湖得早歸 | 오직 강호에 일찍 돌아가길 바라서 |
已向孤山營小屋 | 이미 외론 산을 향한 작은 초가집 지었으니 |
何年實着芰荷衣 | 어느 해에 실로 연잎 옷 입어볼까? 『孤山遺稿』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차운한 시로, 귀거래(歸去來)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는 시이다. 세속에서 추구하는 높은 벼슬에는 관심이 없고 강호에 돌아가 은자적(隱者的) 삶을 희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삶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 시는 30세에 지은 것으로, 당시 이이첨(李爾瞻)을 탄핵하는 글을 올려 함경도 경원으로 압송되던 시기에 지어진 것이다. 이것으로 보아 당시의 귀거래(歸去來)는 동경(憧憬)의 차원이며 구체적인 실행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05~20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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