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의 노래
패강가(浿江歌)②
임제(林悌)
燕地亡人敢揭竿 扁舟滄海去無端
天心不泯仁賢祚 一片江南作馬韓
帝子歸來魂有無 七星門外土墳孤
苔深石獸人蹤斷 簫鼓千村賽紫姑
浿江兒女踏春陽 江上垂楊政斷腸
無限煙絲若可織 爲君裁作舞衣裳
해석
燕地亡人敢揭竿 연지망인감게간 |
연나라 땅의 망한 사람이 감히 깃대를 들고 |
扁舟滄海去無端 편주창해거무단 |
작은 배 푸른 바다에 떠남에 끝 없네. |
天心不泯仁賢祚 천심불민인현조 |
하느님 내심 어질고 현명한 임금 없애지 않으려는지 |
一片江南作馬韓 일편강남작마한 |
한 조각 강남에 마한을 건국하셨네. |
帝子歸來魂有無 제자귀래혼유무 |
제왕의 아들이 돌아오니 넋이라도 있고 없고 |
七星門外土墳孤 칠성문외토분고 |
칠성문 밖 흙무덤 외롭구나. |
苔深石獸人蹤斷 태심석수인종단 |
이끼 깊은 석수에 사람 자취 끊어져 |
簫鼓千村賽紫姑 소고천촌새자고 |
젓대소리 북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자고새【자고신(紫姑神): 속칭 태자(太子)라고 한다. 애초엔 이경(李景)의 첩으로 적처(嫡妻)에게 구박받아 더러운 일만 하였다가 죽은 하미(何媚)의 신(神). 정월 보름 저녁에 맞이하여 농사와 여러 가지 길흉을 점친다 함.】를 굿하네. |
浿江兒女踏春陽 패강아녀답춘양 |
대동강의 계집 봄볕을 밟으니 |
江上垂楊政斷腸 강상수양정단장 |
강가의 수양버들이 틀림없이 애간장 끊는구나. |
無限煙絲若可織 무한연사약가직 |
가늘고 긴 버드나무 가지【연사(煙絲): 가늘고 긴 버들의 가지를 가리킴[指細長的楊柳枝條]】, 길쌈할 수 있다면, |
爲君裁作舞衣裳 위군재작무의상 |
그대 위해 무의상을 지으리. |
해설
이 시는 16세기 후반의 시단(詩壇)을 풍미했던 임제(林悌)가 1583년 평안도 도사였을 때 대동강에 나가 놀면서 지은 시이다.
봄이라 대동강에 처녀들이 봄나들이를 나와 대동강을 따라 거닐고 있자니, 대동강물 위로 드리운 버들에 춘심(春心)이 녹아 애간장이 끊어지고 있다. 이때 처녀들은 남자들을 유혹하려는 듯이 “만약 저 끝없이 펼쳐진 가는 버들가지로 베를 짤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임을 위해 춤출 옷을 짓고 싶어요.”라고 노래하고 있다.
신흠(申欽)은 『청창연담(晴窓軟談)』에서 이 시에 대해 “자순 임제는 호기(豪氣)가 있고 시에 능하다. 일찍이 「패강곡」 10수를 지었는데, 그 한 수에서 이르기를, …… 라 하였다. 시어가 매우 곱고 화려한데, 이것은 아마 두목(杜牧)에게서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林悌子順, 有豪氣能詩. 嘗著「浿江曲」十首, 其一曰: “浿江兒女踏春陽, 江上垂楊政斷腸. 無限煙絲若可織, 爲君裁作舞衣裳.” 語甚艶麗, 盖學樊川者也].”라 평하고 있다.
양경우(梁慶遇)도 『제호시화(霽湖詩話)』에서 “정랑 임제는 시를 지을 때 두목(杜牧)을 배워 명성이 한 시대에 떨쳤다[林正郞白湖 悌 爲詩學樊川 名重於一世].”라 하여, 두목의 영향을 받았음을 언급하고 있다. 두목(杜牧)은 젊은 시절 검속(檢束)하지 않은 생활을 했던 사람으로, 염정시(艶情詩)를 많이 지었다.
신흠(申欽)은 『상촌집(象村集)』 「백호시집발(白湖詩集跋)」에서, “내가 백사공과 더불어 백호를 논한 적이 자주 있었는데, 매양 그를 기남자라고 칭하였다. 시로 말하면 일찍이 훨씬 뛰어남을 인정치 않은 적이 없었다. 문단(文壇)의 맹주가 될 만한 자로 말하면 백호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뛰어난 재주가 중도에서 막혔으니, 이를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欽與白沙公論白湖者數矣 每稱其奇男子 如詩則未嘗不退三舍而讓之 若建櫜登壇 狎主夏盟 則白湖其人 而惜薾雲之跡 中途而閼云 玆不可不識].”라 하여, 임제의 시재(詩才)를 칭탄(稱歎)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70~7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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