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구도(鷄鳴狗盜)
하잘 것 없어 보이지만 요긴한 재주
秦王聞孟嘗君之賢, 使涇陽君, 爲質於齊以請, 孟嘗君來入秦.
秦王以爲丞相, 或謂秦王曰: “孟嘗君相秦, 必先齊而後秦, 秦其危哉.” 秦王乃以樓緩爲相, 囚孟嘗君, 欲殺之.
孟嘗君, 使人, 求解於秦王幸姬. 姬曰: “願得君狐白裘.” 孟嘗君有狐白裘, 已獻之秦王, 無以應姬求. 客有善爲狗盜者, 入秦藏中, 盜狐白裘以獻姬, 姬乃爲之言於王而遣之.
王後悔, 使追之. 孟嘗君至關, 關法, 鷄鳴, 而出客. 時尙早, 追者將至, 客有善爲鷄鳴者, 野鷄聞之, 皆鳴. 孟嘗君乃得脫歸. 『통감절요(通鑑節要)』 「주기(周紀)」 난왕(赧王) 17년
田嬰封於薛, 有子曰文, 食客數千人, 名聲聞於諸侯, 號爲孟嘗君,
秦昭王聞其賢, 乃先納質於齊以求見, 至則止囚, 欲殺之. 孟嘗君使人, 扺昭王幸姬求解. 姬曰: “願得君狐白裘.”
蓋孟嘗君嘗以獻昭王, 無他裘. 客有能爲狗盜者, 入秦藏中, 取裘以獻姬, 姬爲言得釋. 卽馳去變姓名, 夜半至函谷關. 關法, 鷄鳴方出客, 恐秦王後悔追之 客有能爲鷄鳴者, 鷄盡鳴, 遂發傳. 出食頃追者果至, 而不及.
孟嘗君歸怨秦, 與韓ㆍ魏伐之, 入函谷關, 秦割城以和. 『십팔사략(十八史略)』
전국시대 중엽, 제(齊) 나라 맹상군(孟嘗君)은 왕족으로 재상을 지낸 정곽군(靖郭君)의 40여 자녀 중 서자로 태어났으나 정곽군(靖郭君)은 자질이 뛰어난 그를 후계자로 삼았다. 이윽고 설(薛) 땅의 영주가 된 맹상군은 선정을 베푸는 한편 널리 인재를 모음으로써 천하에 명성을 떨렸다.
이 무렵(B.C 298), 맹상군은 대국(大國)인 진(秦) 나라 소양왕(昭襄王)으로부터 재상 취임 요청을 받았다. 내키지 않았으나 나라를 위해 수락했다. 그는 곧 3,000명의 식객(食客) 중에서 엄선한 몇 사람만 데리고 진나라의 도읍 함양(咸陽)에 도착하여 소양왕을 알현하고 값비싼 호백구(狐白裘)를 예물로 진상했다. 그러나 소양왕이 정작 맹상군을 재상으로 기용하려 하자 중신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전하, 제나라의 왕족을 재상으로 중용하심은 진나라를 위한 일이 아닌 줄로 아옵니다.”
그래서 약속은 깨졌다. 소양왕은 맹상군을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 원한을 품고 복수를 꾀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은밀히 죽여 버리기로 했다. 이를 눈치 챈 맹상군은 궁리 끝에 소양왕의 총희(寵姬)에게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그녀는 엉뚱한 요구를 했다.
“내게도 진상한 것과 똑같은 호백구를 주시면 힘써 보지요.”
당장 어디서 그 귀한 호백구를 구한단 말인가. 맹상군은 맥이 빠졌다. 맹상군을 수행한 식객 중 도둑질에 능한 특기를 가진 ‘구도(狗盜)’란 자가 이 사실을 알고는 그날 밤 궁중으로 잠입해서 전날 진상한 그 호백구를 감쪽같이 훔쳐내어 그녀에게 주었다. 소양왕은 총희의 간청에 못 이겨 맹상군의 귀국을 허락했다.
맹상군은 일행을 거느리고 서둘러 국경인 함곡관(涵谷關)으로 향했다. 한편 소양왕은 맹상군을 놓아준 것을 크게 후회하고 추격병을 급파했다. 한밤중에 함곡관에 닿은 맹상군 일행은 거기서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첫닭이 울 때까지 관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일행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동행한 식객 중에 소리 흉내내기에 특기가 있는 ‘계명(鷄鳴)’이 인가(人家) 쪽으로 사라지자 이내 첫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동네 닭들이 일제히 따라 울기 시작했다. 잠이 덜 깬 병졸들이 눈을 비비며 관문을 열자 맹상군 일행은 함곡관 문을 나와 말[馬]에 채찍을 가하여 쏜살같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추격병이 관문에 닿은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고 한다.
해석: 닭처럼 울고 개처럼 훔치다
속뜻: ‘천한 재주를 지닌 사람도 때로는 요긴하게 쓸모가 있다’는 말로, ‘야비하게 남을 속이는 꾀’를 말한다. 잔재주를 자랑한다는 뜻이다.
유의어: 계명지객(鷄鳴之客), 함곡계명(函谷鷄鳴), 검려지기(黔驢之技)
인용
'한문놀이터 > 고사성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망양(讀書亡羊) - 다른 일에 홀려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다 (0) | 2020.07.22 |
---|---|
교주고슬(膠柱鼓瑟) - 융통성 없는 헛지식이 낳은 참사 (0) | 2020.07.22 |
괄목상대(刮目相對) - 눈을 비비고 볼 정도로 훨씬 나아진 상대방 (0) | 2020.07.22 |
관포지교(管鮑之交) - 날 빛나게 만들어준 우정에 관한 이야기 (0) | 2020.07.21 |
형제투금(兄弟投金) - 돈을 던져 우애를 되찾다 (0) | 2020.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