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벼슬하다 여유로워지면 배워라
子夏曰: “仕而優則學, 學而優則仕.”
優, 有餘力也. 仕與學理同而事異, 故當其事者, 必先有以盡其事, 而後可及其餘. 然仕而學, 則所以資其仕者益深; 學而仕, 則所以驗其學者益廣.
해석
子夏曰: “仕而優則學, 學而優則仕.”
자하가 “벼슬하면서 남은 힘이 있거든 배우고 배워 남은 힘이 있거든 벼슬하라.”고 말했다.
優, 有餘力也.
우(優)는 남은 힘이 있는 것이다.
仕與學理同而事異,
벼슬하는 것과 배우는 것은 이치는 같으나 일은 다르다.
故當其事者,
그렇기 때문에 그 일을 당한 사람은
必先有以盡其事, 而後可及其餘.
반드시 먼저 그 일을 다한 후에 그 나머지를 미칠 수가 있다.
然仕而學, 則所以資其仕者益深;
그러나 벼슬하면서 배우면 그 벼슬에 도움을 주는 것이 더욱 깊고,
學而仕, 則所以驗其學者益廣.
배워 벼슬하면 배우는 것을 증험함이 더욱 넓어진다.
○ ‘논어’ ‘자장(子張)’의 제13장에서 자하(子夏)는 벼슬과 배움의 보완에 대해 논했다. 사(仕)는 정치를 담당하는 지위에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우(優)는 여력(餘力)이 있음을 뜻한다. 근대 이전의 지식인은 학문을 하여 벼슬에 나아가 지금까지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춘추시대에도 벌써 많은 사람이 권세에만 집착하여 요직에 나간 뒤에는 학문을 잊고 말았던 듯하다. 그렇기에 자하는 벼슬하는 여가에 배우라고 권했다. 한편 학문하는 사람도 성급하게 벼슬에 나아가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자하는 학문을 충분히 익혀 여력이 있으면 비로소 벼슬에 나아가 학문의 내용을 실천하라고 권했다. 자하의 말을 줄여서 학우사우(學優仕優)의 가르침이라고 한다.
이황은 기대승에게 서찰을 보내 출처(出處)에 관해 조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학우사우(學優仕優)의 가르침을 처신의 절도로 삼아 올바른 의리를 정밀히 살피십시오. 출세하여 벼슬할 때는 국사를 걱정하는 이외에 한 걸음 물러서고 한 계단 낮추어 학문에 전념하여, 내 공부가 지극하지 못한데 어떻게 경국제세(經國濟世)의 책임을 맡겠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며, 시대와 맞지 않을 때는 외부의 일에 상관하지 말고 한직(閑職)을 청하거나 물러나길 도모해서 학문에 전념하여, 내 공부가 지극하지 못하니 마음을 가라앉혀 몸을 닦고 공부를 진전시키는 것을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조정에서 받는 작위를 인작(人爵)이라 하는 데 비해 인의충신(人義忠信)의 덕목 때문에 남의 존경을 받는 것을 천작(天爵)이라고 한다. 맹자(孟子)는 당시 사람들이 일단 인작을 얻고 나서는 천작을 내버린다고 탄식했다. 이식(李植)의 말이 통렬하다. 지금 사람들은 공부하지도 않고 벼슬길에 들어서니 벼슬하면서 공부하는 일을 어찌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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