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에 유배하며 남계에서 읊조리다
남계잡흥(南溪雜興)①
김만중(金萬重)
春半金城草未生 蕭條驛路少人行
陰雲接地天常曀 積雪渾山夜亦明
複峽難通千里夢 四時長作九秋情
唯憐一曲南溪水 萬古淸如楚水淸
해석
春半金城草未生 춘반금성초미생 |
봄이 반절 지났는데 금성【금성(金城): 강원도 고성】에 풀 나지 않아 |
蕭條驛路少人行 소조역로소인행 |
쓸쓸한 역 길엔 다니는 사람 적네. |
陰雲接地天常曀 음운접지천상에 |
어두운 구름이 땅에 닿아 하늘엔 늘 흐릿하고 |
積雪渾山夜亦明 적설혼산야역명 |
쌓인 눈이 산을 덮으니 밤임에도 또한 밝구나. |
複峽難通千里夢 복협난통천리몽 |
겹겹의 골짜기는 통하기 어려우니 천리 밖 꿈꾸고 |
四時長作九秋情 사시장작구추정 |
사계절 지어짐 길어 9월의 가을 정취라네. |
唯憐一曲南溪水 유련일곡남계수 |
오직 한 굽이 남계의 물이 사랑스러우니 |
萬古淸如楚水淸 만고청여초수청 |
만고의 맑기가 초나라 물【초수(楚水):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충신으로, 조정에서 삼려대부(三閭大夫)로 있다가 모함을 받고 쫓겨난 굴원(屈原)이 몸을 던져 빠져 죽은 멱라수(汨羅水)를 말한다.】의 맑음 같구나. |
해설
이 시는 1674년(38세) 임금과 독대 중에 당시 영의정이던 허적(許積)을 소인배로 몰고, 남인(南人)을 소인당이라 몰다가 임금의 진노로 금성에 유배 가서 남계를 보고 지은 것이다.
봄은 중반이라 한참인데 금성의 풀은 자라지 않고 쓸쓸한 역 길에는 행인이 적다. 어두운 구름 땅에 드리워져 하늘은 항상 음산한데(政敵인 南人이 임금의 총명을 흐림을 의미), 이와 반대로 눈 쌓인 금성의 온 산 밤에도 밝다. 겹친 산길이 막혀 천 리 밖을 꿈꾸니, 사철 내내 늦가을 느낌이다. 오직 어여쁜 건 한 굽이 남계의 물이니, 만고의 맑음이 맑은 초수와 같다.
한시(漢詩)에서의 ‘구름의 이미지는 자연 풍경의 일부를 구성하며 장면을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고(雲之爲言運也 『事文類聚』), 천태만상을 가진 존재로 신비로움의 도구나 속세로부터 벗어남을 의미하거나, 덧없음, 남녀의 사랑, 총명한 임금을 어둡게 하는 간신배, 그리움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채색화된 구름의 경우 ‘백운(白雲)’은 세속으로부터의 은둔, 제향(帝鄕)으로 갈 수 있는 수단, ‘청운(靑雲)’은 학덕이나 벼슬, 운둔, ‘채운(彩雲)’은 신선 세계를 연상한다(이강옥, 「서포 김만중의 詩文에 나타나는 구름」). 여기서의 음운(陰雲)은 임금의 총명을 어둡게 하는 간신배로 쓰였다.
백운(白雲) | 세속으로부터의 은둔 |
청운(靑雲) | 학덕이나 벼슬, 운둔 |
채운(彩雲) | 신선 세계 |
음운(陰雲) | 임금의 총명을 어둡게 하는 간신배 |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229~23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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