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藍田日暖玉生煙’ 일곱 글자를 운으로 삼아 무산 장옥랑에게 주다
남전일난옥생연 칠자위운 류증무산장옥랑(藍田日暖玉生煙 七字爲韻 留贈巫山張玉娘)④
허균(許筠)
香濃綉被元央暖 寶釵落枕玄雲亂
絳燭搖紅風捲幔 瓊樓西畔低銀漢
鳥啼月落夜將半 十二巫山春夢短
해석
香濃綉被元央暖 향농수피원앙난 |
향기 무르익은 수놓은 이불에 원앙 따뜻하고 |
寶釵落枕玄雲亂 보채락침현운란 |
보배로운 비녀가 베개에 떨어지고 검은 구름 어지럽네. |
絳燭搖紅風捲幔 강촉요홍풍권만 |
빨간 촛불이 붉게 흔들리며 바람이 휘장을 걷으니 |
瓊樓西畔低銀漢 경루서반저은한 |
화려한 누각의 서쪽 언덕에 은하수 지는 구나. |
鳥啼月落夜將半 조제월락야장반 |
새 지저귀고 달이 져서 밤이 정각에 이르니 |
十二巫山春夢短 십이무산춘몽단 |
열두 봉우리 무산의 봄꿈은 짧아라. |
해설
이 시는 ‘남전일난옥생연(藍田日暖玉生烟)’ 칠자(七字)를 운(韻으)로 삼아 무산(巫山) 장옥랑(張玉郎)이라는 기생에게 준 시이다.
향기가 짙은 수놓은 이불 속에서 원앙새 다정하게 노니는데(원앙새는 남녀, 즉 허균과 장옥랑을 일컬음), 장옥랑이 차고 있던 보배로 된 비녀가 베개 밑에 떨어지고 검은 구름인 장옥랑의 머리카락이 어지럽다(육체적 사랑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함). 빨간 촛불 붉은빛으로 흔들리고 바람이 장막을 걷을 때(官能的 에너지와 열기를 묘사함), 화려한 누각 서쪽 가에는 은하수가 지고 있다(性的 快樂이 끝나 감을 아쉬워함). 새 울고 달이 져도 밤은 장차 한창인데, 무산 십이봉에 봄꿈은 짧다(아쉬움의 未練을 표현함).
앞서 보았던 「문파관작(聞罷官作)」에서, “예교녕구방 부침지임정(禮敎寧拘放 浮沈只任情)”라 했듯이, 허균은 삶과 의리가 중요하다는 성리학적(性理學的) 관점과는 달리 인간에게는 도덕적인 관점보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인 정욕(情慾)을 긍정하기에 이러한 시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 시는 양의 묘사라는 내용상의 문제뿐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도 6구시(句詩)라는 파격(破格)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당시 주자학적 지배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반항이었던 것이다. 허균이 이러한 정욕(情慾)에 대한 긍정은 주자학적 심성론(心性論)과는 대조되는 것으로, 인간의 진실한 정감(情感)을 중시하는 양명학(陽明學)과의 친연성을 드러낸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146~14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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