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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행 - 차중열운(次仲說韻)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이행 - 차중열운(次仲說韻)

건방진방랑자 2019. 2. 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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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열의 시에 차운하다

차중열운(次仲說韻)

 

이행(李荇)

 

 

佳節昏昏尙掩關 不堪孤坐背南山

閑愁剛被詩情惱 病眼微分日影寒

止酒更當嚴舊律 對花難復作春顔

百年生死誰知己 回首西風淚獨潸 容齋先生集卷之三

 

 

 

 

 

 

해석

佳節昏昏尙掩關

가절혼혼상엄관

좋은 계절은 저물어가 오히려 문을 닫아걸고,

不堪孤坐背南山

불감고좌배남산

어찌 고독히 앉아 남산을 등지고 있나?

閑愁剛被詩情惱

한수강피시정뇌

한가한 근심에 억지로 시정(詩情)으로 하여 고뇌케 하니,

病眼微分日影寒

병안미분일영한

병든 눈에 세미하게 나눠진 햇빛 시리네.

止酒更當嚴舊律

지주경당엄구률

술을 금지했지만 마땅히 옛 금주(禁酒)의 규율 고치나,

對花難復作春顔

대화난부작춘안

꽃을 대하며 다시 봄의 얼굴 짓기 어렵구나.

百年生死誰知己

백년생사수지기

백년의 생사에 누가 지기(知己)인가?

回首西風淚獨潸

회수서풍루독산

머리 돌리니 가을바람 불어 홀로 눈물 흩뿌리네. 容齋先生集卷之三

 

 

해설

이 시는 중열 박은(朴誾)의 시에 차운한 것이다.

 

남산의 푸른빛에 젖는다는 읍취헌(挹翠軒)’에 칩거하고 있는 박은(朴誾)은 좋은 계절인 가을이 저물어 가는데 아직도 대문을 닫아걸고서 남산을 등지고 홀로 앉아 있다. 이행(李荇)도 한가로운 시름으로 시를 짓고는 있는데 눈병이 나서 햇살조차 희미하다. 눈병이 나서 술을 마실 수 없지만, 그렇다고 술을 끊자니 술 마시기로 한 약조(約條)가 엄하여 한 잔 들이킨다. 술을 마시고 국화꽃을 보면 기분이 봄을 대하는 얼굴처럼 좋아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하다. 백 년을 사는 인생인데 누가 나를 진정으로 알아줄 지기(知己)인가? 그 지기(知己)가 없어 가을바람에 홀로 눈물 흘리고 있자니, 지기(知己)를 만나면 마음이 풀어질 것도 같다.

 

이처럼 송시(宋詩)는 머리로 써서 사변적(思辨的)이고 설리적(說理的)이며 고전적(古典的) 이성적(理性的) 취향을 지니고 있다. 신경준(申景濬)시칙(詩則), “당나라 사람은 광경을 즐겨 서술한다. 그러므로 그 시에는 영묘가 많다. 송나라 사람은 의론을 세우기를 즐긴다. 그러므로 그 시에는 포진이 많다. 무릇 광경을 서술함은 국풍의 나머지에서 나온 것이니, 상당히 참되고 두터운 맛이 적다. 의론을 세움은 소아(小雅)ㆍ대아(大雅)의 나머지에서 나온 것이니, 생각의 자취가 완전히 드러나 있다. 모두 삼백 편의 나머지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는데, 삼백 편과 견주어 보면 또한 차이가 많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당인은 시를 가지고 시를 삼았고, 송인은 문을 가지고 시를 삼았다고 여겨 당시가 송시보다 훨씬 뛰어나고 송시는 당시보다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여겼다. 이것은 세상 사람들이 당시는 영묘가 많고 송시는 포진이 많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시가 당시만 못한 것은 바로 기격(氣格)이 모두 밑도는 까닭이지, 포진이 본래 영묘만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唐人喜述光景, 故其詩多影描; 宋人喜立議論, 故其詩多鋪陳. 大抵述光景. 出於國風之餘, 而頗小眞厚之味; 立議論, 出於兩雅之餘, 而全露勘斷之跡. 俱未始不出於三百篇之餘, 而其視三百篇, 亦遠矣. 世之人皆以爲唐人以詩爲詩, 宋人以文爲詩, 唐固勝於宋, 宋固遜於唐. 此以唐詩多影描, 宋詩多鋪陳故也. 然而宋之不如唐, 是因氣格俱下之致也, 非由於鋪陳素不如影描而然也].”라 하여, 당시(唐詩)는 영묘(影描, 그림자를 묘사함), 송시(宋詩)는 포진(鋪陳, 사실 그대로 진술함)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212~213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우리 한시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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