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부사 조수초(趙遂初)를 전송하는 시의 서문
송동래부사조수초시서(送東萊府使趙遂初詩序)
유몽인(柳夢寅)
天下之濁而黃而凝者, 盡於我國, 而我國之蹄踵所曁者, 又盡於東萊. 東萊之外, 卽曠然蒼然無涯畔, 天下萬壑所歸之墟. 其間點點乎蜒烟蜃雲之中者, 多東夷諸國, 而獨日本當東萊之左角最邇. 天之氣自東南而西北, 則日本之氣, 猶射者之指於侯, 而東萊爲之侯, 天之氣自西北而東南, 則我國之氣驀於海, 而日本之寇, 猶颿船之當石尤, 逆之則反受淪溺.
近者我氣之得其盛久矣, 東萊之人, 享魚蟹風景之娛, 而太守專其享焉. 於是漢川公子鬢崑山之玉, 帶楚猩之紅, 衣天孫碧霞之錦, 冠於菟白雪之鬚, 旗捎雲而皷殷雷, 與賓校僚屬, 日高會于海雲㙜沒雲㙜之上, 夫何虞焉? 當其臨滄溟膾長鯨, 倘使洛中舊交, 飽若魚之腊乎?
鯨瀑東溟十二年 馬洲蕭瑟隱重烟
城頭畫角催紅旭 㙜上華筵近碧天
秋日賓盤饒島橘 夜風漁笛識夷船
書生正坐談兵略 醉撫龍泉看跕鳶
해석
天下之濁而黃而凝者, 盡於我國, 而我國之蹄踵所曁者, 又盡於東萊.
천하의 흐리고 노랗고 응어리진 것이 우리나라에서 다하고 우리나라의 발자취로 이르게 되는 곳은 또한 동래에서 다한다.
東萊之外, 卽曠然蒼然無涯畔, 天下萬壑所歸之墟.
동래의 바깥은 곧 드넓고 푸르러 끝없는 바다로 천하의 온 골짜기의 물이 되돌아가는 빈 터이다.
其間點點乎蜒烟蜃雲之中者, 多東夷諸國, 而獨日本當東萊之左角最邇.
그 사이에 구부러진 안개와 어른거리는 구름 가운데 점으로 보이는 것 중에 동이의 여러 나라들이 많지만 유독 일본은 동래의 좌각(左角)에 해당하여 가장 가깝다.
天之氣自東南而西北, 則日本之氣, 猶射者之指於侯, 而東萊爲之侯,
하늘의 기운이 동남쪽에서 서북으로 가면 일본의 기운이 활 쏘는 이가 과녁을 노리는 것 같아 동래는 과녁이 되고
天之氣自西北而東南, 則我國之氣驀於海, 而日本之寇, 猶颿船之當石尤, 逆之則反受淪溺.
하늘의 기운이 서북쪽에서 동남으로 가면 우리나라의 기운이 바다에 뻗쳐 일본의 도적들이 돛단배가 석우풍【석우풍(石尤風): 역풍(逆風)으로 어원은 다음과 같다. 석씨(石氏)의 딸이 우랑(尤郞)에게 시집가 정의가 매우 좋았다. 하루는 그 남편이 장사하러 먼 길을 뜨려 하니, 그녀는 만류했다. 우랑은 듣지 않고 떠나더니 영영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병이 나서 죽게 되었다. 그녀는 죽을 임시에, “내 능히 만류하지 못해 이 지경 된 게 한이니, 이제 장사하러 원행하는 이 있으면, 내 마땅히 큰바람을 일으켜서 천하의 부인들을 위해 저지하리라.” 했다. 이 후로 장사치들은 배를 띄울 적에 역풍을 만나면 ‘석우풍’이라 하고 가지 않았다 한다. 『江湖紀聞』】에 닿은 것 같아 거슬렀다가 도리어 물에 빠지게 된다.
近者我氣之得其盛久矣, 東萊之人, 享魚蟹風景之娛, 而太守專其享焉.
근래에 우리나라의 기운이 융성해진 지 오래라 동래의 사람이 물고기와 게와 바다풍경의 즐거움을 누리고 태수가 누림을 독차지한다.
於是漢川公子鬢崑山之玉, 帶楚猩之紅, 衣天孫碧霞之錦, 冠於菟白雪之鬚,
이에 한천(漢川) 공자【조존성의 조부인 조무강(趙無疆)이 성종대왕(成宗大王)의 일곱째 따님인 숙혜옹주(淑惠翁主)에게 장가들어 한천위(漢川尉)에 봉해졌다. 조존성이 한천위의 자손이라 이렇게 부른 듯하다.】가 곤륜산의 옥을 쪽지고 초나라 성성이의 붉은 것을 허리에 차며 하느님의 푸른 노을 비단을 입고 호랑이의 흰 눈 수염 같은 것을 관으로 쓰며
旗捎雲而皷殷雷, 與賓校僚屬, 日高會于海雲㙜沒雲㙜之上, 夫何虞焉?
깃발이 구름처럼 세우고 북이 우레처럼 은은히 울려대며 손님들과 관리들이 날마다 해운대와 몰운대 위에 모이니 대체 무얼 걱정하리오.
當其臨滄溟膾長鯨, 倘使洛中舊交, 飽若魚之腊乎?
바다에 닿아 긴 고래를 회칠 적에 오히려 서울의 옛 친구를 물고기 포 같은 걸로 배부르게 해주시라.
鯨瀑東溟十二年 경폭동명십이년 |
고래가 동쪽 바다에 거품 일으킨 지 12년에 |
馬洲蕭瑟隱重烟 마주소슬은중연 |
대마도[馬洲島]는 쓸쓸히 겹겹의 안개 속에 숨어 있네. |
城頭畫角催紅旭 성두화각최홍욱 |
성 어귀의 화각은 붉은 해를 재촉하고 |
㙜上華筵近碧天 대상화연근벽천 |
대 위의 화려한 잔치는 푸른 하늘에 가깝지. |
秋日賓盤饒島橘 추일빈반요도귤 |
가을날 손님의 소반엔 섬의 귤 가득하고 |
夜風漁笛識夷船 야풍어적식이선 |
밤 바람의 배 경적엔 외국 배임을 알겠네. |
書生正坐談兵略 서생정좌담병략 |
서생은 바로 앉아 병법을 말하고 |
醉撫龍泉看跕鳶 취무룡천간접연 |
취해 용천검 어루만지며 힘 없이 내려앉는 솔개를 보네【솔개가 떨어진다는 것은 더위와 독기(毒氣)로 인해 새들이 힘없이 나는 것을 가리킨다. 후한(後漢)의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이 교지(交趾)를 정벌하러 갔을 때, 혹독한 무더위를 만나 역사(疫死)하는 사졸들이 늘어나고 자신도 병에 걸리자 “치솟아 올라오는 독기에 솔개가 물속으로 툭툭 떨어지구나[毒氣浮蒸, 仰視飛鳶, 跕跕墮水中].”라고 하며 탄식하였다. 『後漢書』 「馬援傳」】. 『於于集』 卷之三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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