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계집아이
강남녀(江南女)
최치원(崔致遠)
江南蕩風俗 養女嬌且憐
강남탕풍속 양녀교차련
性冶恥針線 粧成調急絃
성야치침선 장성조급현
所學非雅音 多被春心牽
소학비아음 다피춘심견
自謂芳華色 長占艶陽天
자위방화색 장점염양천
却笑隣舍女 終朝弄機杼
각소린사녀 종조롱기저
機杼終老身 羅衣不到汝
기저종로신 라의부도여
해석
江南蕩風俗 養女嬌且憐 | 강남땅은 풍속이 방탕하여 딸 기를 때 예뻐하고 귀여워만 해. |
性冶恥針線 粧成調急絃 | 심성은 되바라져[冶] 바느질을 부끄러워하고 화장하고 빠른 음악 연주하지만 |
所學非雅音 多被春心牽 | 배운 것은 우아한 음악이 아니고 대부분 춘심(春心)에 이끌려진 것이라네. |
自謂芳華色 長占艶陽天 | 스스로 “이 고운 미색 청춘【염양천(艷陽天): 아름다운 청춘의 때. 염양(艷陽)은 봄날의 아름다운 풍광. 천(天)은 운명. 천(天)은 문집에 ‘년(年)’으로 되어 있다.】을 길이길이 누려야지”라고 생각하는 구나. |
却笑隣舍女 終朝弄機杼 | 도리어 이웃 처녀가 아침 내내【조종(終朝): 아침이 다 하도록. 아침 내내.】 베틀과 북 놀리는 것을 비웃으며 |
機杼終老身 羅衣不到汝 | “베 짜느라 인생을 마친다고 해도【종(終): 문집에는 “종(縱)”으로 되어 있다.】 비단옷은 네 차지 안 될 걸” 생각한다지. |
이론
해석 1 | |
却笑隣舍女 終朝弄機杼 | 도리어 이웃 처녀가 아침 내내 베틀과 북 놀리는 것을 비웃네. |
機杼終老身 羅衣不到汝 | “베 짜느라 인생을 마친대도 비단옷은 네 차지 안 될 걸” |
해석 2 | |
却笑隣舍女 終朝弄機杼 | 도리어 이웃 처녀가 비웃네. “아침 내내 베틀을 돌려라! |
機杼終老身 羅衣不到汝 | 베 짜느라 인생을 마친대도 비단옷은 네 차지 안 된다고” |
해설
이 시는 빈공과(賓貢科) 합격 후 율수현위(漂水縣尉)를 지내던 18~23세 사이에 지은 것이다.
이 시에서는 값싼 기생 노릇이나 하며 살아가는 것이나 베를 짜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이나 소외된 가련한 인생임은 마찬가지이지만, 제 처지를 모르고 남을 비웃는 강남녀의 철없는 모습이 희화적(戱畵的)으로 그려져 있다. 동시에 부잣집 딸과 가난한 이웃집 딸의 대조적인 묘사를 통해 당대 사회의 불평등한 인간 세상과 퇴폐한 세태에 대해 풍자(風刺)하고 있다.
구성은 1ㆍ2구가 전체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부분이고, 나머지 3구부터 12구까지는 예뻐하고 귀여워[嬌且憐]하게 기른 강남녀의 행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시를 두고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에서 “시어가 극히 고아하여 후세 사람들이 미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辭極古雅, 非後世人可及].”라는 평을 남기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26~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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