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밤거릴 헤매야만 했던 우리들의 이야기
다시 수표교에 이르러 늘어 앉았자니, 다리 위 달은 바야흐로 서편에 기울어 덩달아 한창 붉고, 별빛은 더욱 흔들려 둥글고 큰 것이 얼굴 위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이슬은 무거워 옷과 갓이 죄 젖었다. 흰 구름이 동편에서 일어나 가로로 끄을며 둥실둥실 북쪽으로 떠가자, 성 동편은 짙푸른 빛이 더욱 짙게 보였다. 개구리 소리는 마치도 멍청한 원님에게 어지러운 백성들이 몰려들어 송사하는 것만 같고, 매미 울음은 흡사 공부가 엄한 서당에서 강송講誦하는 날짜가 닥친듯 하며, 닭 울음 소리는 마치 한 선비가 똑바로 서서 간쟁함을 제 임무로 삼는 것만 같았다. 又至水標橋列坐, 橋上月方西, 隨正紅, 星光益搖搖, 圓大當面欲滴. 露重衣笠盡濕. 白雲東起, 橫曳冉冉北去, 城東蒼翠益重. 蛙聲如明府昏聵, 亂民聚訟; 蟬聲如黌堂嚴課, 及日講誦; 鷄聲如一士矯矯以諍論爲己任. |
그리하여 우리들은 처음 놀던 수표교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달빛은 완연히 서편에 기울어 마지막 빛을 사르고 있다. 새벽 별빛은 오히려 휘황하여 흔들흔들 내 얼굴 위로 떨어질 것만 같다. 이슬은 또 옷과 갓을 다 적시고 말았다. 호백이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던 동편에서 이번엔 흰 구름이 일어나더니 둥실둥실 다리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떠간다. 호백이도 저 구름처럼 저 있던 북쪽 몽고땅으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구름 사라진 동쪽 숲은 어느새 미명의 새벽빛을 받아 짙은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개굴개굴 개구리의 울음소리는 시끄럽기가 마치 말귀를 못 알아듣는 멍청한 원님에게 백성들이 몰려들어 제각금 악다구니 소리를 하는 듯 하고, 매미의 매앰매앰 하는 소음은 무서운 훈장님의 서당에서 시험 보는 날 학생들이 다투어 암송 공부를 하는 것만 같다. 그 와중에 그 소음을 압도하며 닭은 먼동을 홰친다. 교앙驕昻하게 고개를 빳빳히 쳐들고 아침이 왔음을 선포하는 그 당당함에서 연암은 마치 뜻 높은 선비가 자세를 꼿꼿히 하고 서서 시대를 향해 바른 말을 외치는 모습을 본다. 아! 이 얼마나 청신한 비유인가? 그렇게 운종교와 수표교를 오가던 밤놀이는 밤을 꼬박 지새우고도 먼동이 터오도록 그 진진한 흥취가 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그 떠들썩한 웃음 뒤에서 자꾸만 슬픈 그 시대의 뒷표정을 읽게 된다.
▲ 전문
▲ 이 날 연암은 친구들과 이 루트를 따라 밤새 움직였다. (사진 출처 - [연암을 읽다])
인용
2-1. 총평
5. 호백이 같은 친구들아
6-1. 총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