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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과정록 4권 - 87. 혼자서 쌍륙놀이를 하다 본문

문집/과정록

과정록 4권 - 87. 혼자서 쌍륙놀이를 하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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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혼자서 쌍륙놀이를 하다

 

先君於博奕諸器, 皆知其法, 特未嘗接手, 不肖惟見與人對棊者再.

一日雨中, 徘徊軒堂, 忽引雙陸, 以左右手擲骰, 爲甲乙對局. 時非無客子在傍, 而獨自撫弄.

已而, 笑而起, 援筆答人書牘: “雨雨三晝, 可憐繁杏, 銷作紅泥. 永日悄坐, 獨弄雙陸, 右手爲甲, 左手爲乙, 呼五呼六之際, 猶有物我之間, 勝負關心, 翻成對頭. 吾未知, 吾於吾兩手, 亦有所私歟. 彼兩手者, 旣分彼此, 則可以謂物, 而吾於彼, 亦可謂造物, 猶不勝私, 扶抑如此. 昨日之雨, 杏雖衰落, 桃則夭好. 吾又未知, 彼造物者, 扶桃抑杏, 亦有所私者歟.”

客笑曰: “我固知先生意, 不在雙陸, 乃爲拈出一段文思.”

 

 

 

 

해석

先君於博奕諸器, 皆知其法,

선군께서는 장기와 바둑의 여러 놀이 기구에 대해 모두 방법을 아셨지만

 

特未嘗接手,

다만 일찍이 손에 잡질 않았으니

 

不肖惟見與人對棊者再.

나는 오직 남과 대하며 장기 두시는 걸 본 적이 두 번 있었다.

 

一日雨中, 徘徊軒堂,

하루는 비 오는 중에 집을 배회하시다가

 

忽引雙陸[각주:1], 以左右手擲骰, 爲甲乙對局.

갑자기 쌍륙을 가져다 왼손과 오른손으로 각각 주사위를 던져 두 손을 갑을의 상대로 삼아 대국하셨다.

 

時非無客子在傍, 而獨自撫弄.

이때에 손님이 곁에 있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홀로 스스로 장난치신 것이다.

 

已而, 笑而起,

이윽고 웃으시며 일어나시더니

 

援筆答人書牘:

붓을 가져와 누군가에게 편지로 답하셨다.

 

雨雨三晝, 可憐繁杏,

연일 비 온지 3일째라 가련하게 활짝 폈던 살구꽃이

 

銷作紅泥.

흩어져 붉은색 진흙이 되었구려.

 

永日悄坐, 獨弄雙陸,

긴 해에 고요하게 앉아 홀로 쌍륙놀이 하는데

 

右手爲甲, 左手爲乙,

오른손을 갑으로 삼고 왼손을 을로 삼아

 

呼五呼六之際, 猶有物我之間,

다섯이오’, ‘여섯이오라고 소리칠 때에도 오히려 사물과 나는 간격이 있어

 

勝負關心, 翻成對頭.

승부에 관심을 둬 서로 마주보고 겨루려는 마음이 번번히 생기더군요.

 

吾未知, 吾於吾兩手, 亦有所私歟.

저는 알지 못하겠지만 저는 저의 양손에 대해 또한 애착이 있는 손이 있는 것이겠죠.

 

彼兩手者, 旣分彼此, 則可以謂物,

저 양손이 이미 저것과 이것으로 나누어지니 사물이라 할 수 있겠고

 

而吾於彼, 亦可謂造物,

나는 두 손에 대해 또한 조물주라 할 만한데

 

猶不勝私, 扶抑如此.

오히려 사사로운 마음 이길 길 없어 한 손을 편들어 북돋고 한 손을 억누름이 이와 같습니다.

 

昨日之雨, 杏雖衰落,

어제 비에 살구꽃은 비록 쇠락하여 떨어졌지만

 

桃則夭好.

곧 필 복사꽃은 막 피어 아름답구려.

 

吾又未知, 彼造物者,

나는 또한 알지 못하겠지만 저 조물주는

 

扶桃抑杏, 亦有所私者歟.”

복사꽃을 북돋고 살구꽃을 억눌렀으니 또한 애착하는 게 있는 것이겠죠.”

   

客笑曰: “我固知先生意,

곁에 있던 손님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진실로 선생의 뜻을 아니

 

不在雙陸, 乃爲拈出一段文思.”

쌍륙놀이에 뜻이 있는 게 아니라 곧 한 문단의 글을 짜내려 했던 것입니다.”

 

 

인용

목차

비슷한 것은 가짜다

 

 

  1. 雙陸: 전통놀이의 한 가지. 두 개의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의 끝수에 따라 말을 이동시켜 宮에 들여보내는 것을 겨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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