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혼자서 쌍륙놀이를 하다
先君於博奕諸器, 皆知其法, 特未嘗接手, 不肖惟見與人對棊者再.
一日雨中, 徘徊軒堂, 忽引雙陸, 以左右手擲骰, 爲甲乙對局. 時非無客子在傍, 而獨自撫弄.
已而, 笑而起, 援筆答人書牘曰: “雨雨三晝, 可憐繁杏, 銷作紅泥. 永日悄坐, 獨弄雙陸, 右手爲甲, 左手爲乙, 呼五呼六之際, 猶有物我之間, 勝負關心, 翻成對頭. 吾未知, 吾於吾兩手, 亦有所私歟. 彼兩手者, 旣分彼此, 則可以謂物, 而吾於彼, 亦可謂造物, 猶不勝私, 扶抑如此. 昨日之雨, 杏雖衰落, 桃則夭好. 吾又未知, 彼造物者, 扶桃抑杏, 亦有所私者歟.”
客笑曰: “我固知先生意, 不在雙陸, 乃爲拈出一段文思.”
해석
先君於博奕諸器, 皆知其法,
선군께서는 장기와 바둑의 여러 놀이 기구에 대해 모두 방법을 아셨지만
特未嘗接手,
다만 일찍이 손에 잡질 않았으니
不肖惟見與人對棊者再.
나는 오직 남과 대하며 장기 두시는 걸 본 적이 두 번 있었다.
一日雨中, 徘徊軒堂,
하루는 비 오는 중에 집을 배회하시다가
갑자기 쌍륙을 가져다 왼손과 오른손으로 각각 주사위를 던져 두 손을 갑을의 상대로 삼아 대국하셨다.
時非無客子在傍, 而獨自撫弄.
이때에 손님이 곁에 있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홀로 스스로 장난치신 것이다.
已而, 笑而起,
이윽고 웃으시며 일어나시더니
援筆答人書牘曰:
붓을 가져와 누군가에게 편지로 답하셨다.
“雨雨三晝, 可憐繁杏,
“연일 비 온지 3일째라 가련하게 활짝 폈던 살구꽃이
銷作紅泥.
흩어져 붉은색 진흙이 되었구려.
永日悄坐, 獨弄雙陸,
긴 해에 고요하게 앉아 홀로 쌍륙놀이 하는데
右手爲甲, 左手爲乙,
오른손을 갑으로 삼고 왼손을 을로 삼아
呼五呼六之際, 猶有物我之間,
‘다섯이오’, ‘여섯이오’라고 소리칠 때에도 오히려 사물과 나는 간격이 있어
勝負關心, 翻成對頭.
승부에 관심을 둬 서로 마주보고 겨루려는 마음이 번번히 생기더군요.
吾未知, 吾於吾兩手, 亦有所私歟.
저는 알지 못하겠지만 저는 저의 양손에 대해 또한 애착이 있는 손이 있는 것이겠죠.
彼兩手者, 旣分彼此, 則可以謂物,
저 양손이 이미 저것과 이것으로 나누어지니 사물이라 할 수 있겠고
而吾於彼, 亦可謂造物,
나는 두 손에 대해 또한 조물주라 할 만한데
猶不勝私, 扶抑如此.
오히려 사사로운 마음 이길 길 없어 한 손을 편들어 북돋고 한 손을 억누름이 이와 같습니다.
昨日之雨, 杏雖衰落,
어제 비에 살구꽃은 비록 쇠락하여 떨어졌지만
桃則夭好.
곧 필 복사꽃은 막 피어 아름답구려.
吾又未知, 彼造物者,
나는 또한 알지 못하겠지만 저 조물주는
扶桃抑杏, 亦有所私者歟.”
복사꽃을 북돋고 살구꽃을 억눌렀으니 또한 애착하는 게 있는 것이겠죠.”
客笑曰: “我固知先生意,
곁에 있던 손님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진실로 선생의 뜻을 아니
不在雙陸, 乃爲拈出一段文思.”
쌍륙놀이에 뜻이 있는 게 아니라 곧 한 문단의 글을 짜내려 했던 것입니다.”
인용
- 雙陸: 전통놀이의 한 가지. 두 개의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의 끝수에 따라 말을 이동시켜 宮에 들여보내는 것을 겨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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