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경각외전에 여러 한문소설을 지은 이유
방경각외전 자서(放璚閣外傳 自序)
박지원(朴趾源)
友居倫季 匪厥疎卑
如土於行 寄王四時
親義別叙 非信奚爲
常若不常 友廼正之
所以居後 廼殿統斯
三狂相友 遯世流離
論厥讒諂 若見鬚眉
於是述『馬駔』
士累口腹 百行餒缺
鼎食鼎烹 不誡饕餮
嚴自食糞 迹穢口潔
於是述『穢德先生』
閔翁蝗人 學道猶龍
託諷滑稽 翫世不恭
書壁自憤 可警惰慵
於是述『閔翁』
士廼天爵 士心爲志
其志如何 弗謀勢利
達不離士 窮不失士
不飭名節 徒貨門地
酤鬻世德 商賈何異
於是述『兩班』
弘基大隱 迺隱於遊
淸濁無失 不忮不求
於是述『金神仙』
廣文窮丐 聲聞過情
非好名者 猶不免刑
矧復盜竊 要假以爭
於是述『廣文』
孌彼虞裳 力古文章
禮失求野 亨短流長
於是述『虞裳』
世降衰季 崇飾虗僞
逕捷終南 從古以醜
於是述『易學大盜』
斯言雖過 可警僞德
明宣不讀 三年善學
農夫耕野 賓妻相揖
於是述『鳳山學者』 『燕巖集』 卷之八
해석
友居倫季 匪厥疎卑 | ‘붕우유신(朋友有信)’이 오륜의 마지막인 것은 소원하고 비천해서가 아니라, |
如土於行 寄王四時 | 마치 오행(五行)에서 사(土)가 사시(四時)에 왕성한 것과 같다【오행설(五行說)에서는 봄에는 목(木)의 기운이 왕성하고, 여름에는 화(火)의 기운이 왕성하고, 가을에는 금(金)의 기운이 왕성하고, 겨울에는 수(水)의 기운이 왕성한 것으로 본다. 토(土)만 그에 해당하는 계절이 없는 셈인데,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각 계절 90일에서 18일씩을 덜어서 흙에 배당함으로써 오행에 맞추어 각 계절이 모두 72일씩으로 고루 안배될 수 있게 한 것을 가리킨다.】. |
親義別叙 非信奚爲 | 친의별서(親義別叙)의 네 가지는 신(信)이 없다면 무얼 하겠는가? |
常若不常 友廼正之 | 상(常)과 불상(不常)에 친구가 그걸 바로잡는다. |
所以居後 廼殿統斯 | 그래서 맨 뒤에 자리 잡고서 친의별서(親義別叙)를 통제한다. |
三狂相友 遯世流離 | 세 맹인들이 서로 벗이 되어 세상에 은둔하고 돌아다니며, |
論厥讒諂 若見鬚眉 | 참소와 아첨을 논의하는데 수염과 눈썹이 보이는 듯하기에【『순자(荀子)』 「해폐(解蔽)」에, 인심(人心)을 대야의 물에 비유하면서, 대야의 물을 안정시켜 혼탁한 것들을 가라앉히면 “수염과 눈썹을 볼 수 있다[足以見鬚眉]”고 했다.】, |
於是述『馬駔』 | 그래서 이에 『마장전』을 짓는다. |
士累口腹 百行餒缺 | 선비가 먹고 사는 것에 얽매이면 온갖 행실이 어그러진다. |
鼎食鼎烹 不誡饕餮 | 솥째 밭을 먹고 솥째 국 끓여 잘 사는데도【정식(鼎食)은 솥들을 즐비하게 늘어놓고 식사하는 것을 뜻하고, 정팽(鼎烹)은 솥에 삶아 죽이는 형벌을 당하는 것을 뜻한다.】 탐욕을 경계하질 못하네【도철(饕餮): 탐욕이 많은 악수(惡獸).】. |
嚴自食糞 迹穢口潔 | 엄항수는 스스로 똥으로 먹고 살아【박종채(朴宗采)의 『과정록(過庭錄)』에는 “엄 행수는 제힘으로 먹고살았으니[嚴自食力]”로 소개되어 있다.】 하는 일이 더럽다 해도 입은 깨끗했기에 |
於是述『穢德先生』 | 이에 『예덕선생전』을 짓는다. |
閔翁蝗人 學道猶龍 | 민옹은 선비들을 황충이라 했고 도학을 배워 노자와 같았다【공자가 노자를 만나 보고 ‘용과 같다[猶龍]’고 감탄했다고 한다. 『史記』 卷63 「노자열전(老子列傳)」】. |
託諷滑稽 翫世不恭 | 풍자와 골계로 세상을 희롱하되 공손치 않아 |
書壁自憤 可警惰慵 | 벽에 써서 스스로 분개한 것이 게으르고 나태한 걸 경계할 만 하니, |
於是述『閔翁』 | 이에 『민옹전』을 짓는다. |
士廼天爵 士心爲志 | 선비란 바로 하늘이 내린 벼슬이고 선비의 마음이 뜻이 된다【‘지(志)’라는 글자의 구조를 ‘사(士)’와 ‘심(心)’의 결합으로 풀이한 것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풀이는 이와 다르다】. |
其志如何 弗謀勢利 | 뜻이란 어떠해야 하나? 권세와 이익을 도모하지 않고 |
達不離士 窮不失士 | 영달해도 선비의 지조를 떠나지 않고 궁해져도 선비의 지조를 잃지 않는다. |
不飭名節 徒貨門地 | 그러나 이름과 절개를 삼가지 않아 다만 가문과 지위를 재물로 여겨 |
酤鬻世德 商賈何異 | 조상의 덕만을 팔아 버리니, 장사치와 무엇이 다르랴. |
於是述『兩班』 | 이에 『양반전』을 짓는다. |
弘基大隱 迺隱於遊 | 홍기는 큰 은자(隱者)【은자에도 대은(大隱), 중은(中隱), 소은(小隱)의 등급이 있다. 산중에 숨어 사는 은자가 소은이라면, 진정으로 위대한 은자인 대은은 하층 민중이나 다름없이 시중에서 산다.】로 곧 노닐다가 은둔했다. |
淸濁無失 不忮不求 | 맑고 흐리건 지조를 잃지 않았으며 해치지 않고 탐하지 않았으니, |
於是述『金神仙』 | 이에 『김신선전』을 짓는다. |
廣文窮丐 聲聞過情 | 광문은 곤궁한 거지로, 명성과 소문이 실정을 지나쳐 |
非好名者 猶不免刑 | 이름나길 좋아하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형벌을 면하지 못했다. |
矧復盜竊 要假以爭 | 하물며 다시 훔쳐 가짜를 요구하며 다툰 경우임에랴. |
於是述『廣文』 | 이에 『광문자전』을 짓는다. |
孌彼虞裳 力古文章 | 아름다운 저 우상은 옛 문장에 힘써 |
禮失求野 亨短流長 | 예가 사라지자 시골에서 구한다 했으니【『한서(漢書)』 권30 예문지(藝文志) 10에 공자(孔子)가 한 말로 소개되어 있다. 『연암집』 권3 자소집서(自笑集序)에서도 이 말을 인용하면서, 양반 사대부들의 글에서 사라진 고문사(古文辭)를 역관(譯官)들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개탄하였다.】, 향년은 짧았어도 드날림은 오래네. |
於是述『虞裳』 | 이에 『우상전』을 짓는다. |
世降衰季 崇飾虗僞 | 세상이 쇠퇴한 말기로 떨어져 가식을 숭상하고 거짓을 문식하며 |
시를 말하면서도 도굴꾼이 되니【『장자(莊子)』 「외물(外物)」에, 『시경』의 시를 읊조리면서 무덤을 도굴하여 죽은 사람의 입에 물려진 구슬을 훔치는 타락한 유자(儒者)의 이야기가 나온다.】 향원이고 사문난적이며 사이비다. | |
逕捷終南 從古以醜 | 은자인 체하며 빠르게 입신출세하려는 것을【당 나라 노장용(盧藏用)이 수도 장안(長安)의 종남산에 은거함으로써 고사(高士)라는 명성을 얻어 도리어 재빠르게 출세한 것을 풍자한 말이다.】 예로부터 추하게 여겼기에 |
於是述『易學大盜』 | 이에 『역학대도전』을 짓는다. |
들어가선 효도하고 나와선 공경하니 배우지 않았어도 배웠다고 하리라. | |
斯言雖過 可警僞德 | 이 말이 비록 지나치지만 거짓된 덕을 경계할 만하다. |
明宣不讀 三年善學 | 공명선은 책을 읽질 않았어도 3년 동안 잘 배웠고【공명선은 증자(曾子)의 제자로, 그의 문하에서 삼 년이나 있으면서도 글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에 그 까닭을 묻자, 공명선은 스승인 증자의 모범적인 행동을 보고 따라 배우고자 노력했을 뿐이라고 답했으므로, 증자가 감복(感服)했다고 한다. 『설원(說苑)』 「반질(反質)」】, |
農夫耕野 賓妻相揖 | 농부는 들판을 갈고 아내를 손님같이 대하며 서로 읍했다. |
눈으론 글자를 알지 못하나 진짜 배웠다고 할 만하니, | |
於是述『鳳山學者』 | 이에 『봉산학자전』을 짓는다【이덕무(李德懋)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권50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의하면, 황해도 봉산에 사는 어느 무식한 농민이 한글밖에 모르지만 『소학언해(小學諺解)』를 읽고 그의 모든 언행을 이에 준해 실천했다고 한다. 외출하거나 귀가할 때 반드시 서로 절하기로 아내와 약속하고, 부부가 같이 날마다 『소학언해』를 읽었으므로, 그 고을의 이웃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받았으나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봉산학자전은 이 사실을 소재로 한 전기인 듯하다.】. 『燕巖集』 卷之八 |
인용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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