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총평
1
이 글은 전체적으로 볼 때 굴곡과 기복이 심하다. 그래서 글이 더욱 생기 있고, 재미있다. 그리고 1단락의 문의文意가 마지막 단락에서 뒤집히는 극적 반전의 구조를 취함으로써 글 전체의 파란波瀾이 풍부하게 되었다.
2
박지원은 정치적인 이유로 한 때 연암협에 은거하였다. 박지원은 이 무렵 양호맹을 알게 되고, 그의 신세를 지게 된다. 박지원이 연암협으로 옮겨 간 것은 42세 때인 1778년이다. 하지만 2년 뒤, 자신을 박해하려는 뜻을 품고 있던 홍국영洪國榮이 정계에서 축출되자 그는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그 후에도 박지원은 연암협을 들락날락하지만, 이 글 중 양호맹이 기문을 부탁한 지 어언 10년이나 된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그의 나이 53세 때인 1789년에 이 글이 씌어진 게 아닌가 추정된다. 평시서平市署 주부主簿로 있던 박지원은 이 해 가을 공무의 여가를 얻어 연암협에 머물렀으며, 자기와 인연이 있는 개성 사람들을 위해 몇 편의 글을 써 주었음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3
이 글은 전체적으로 볼 때 ‘장난기’ 같은 게 많이 느껴진다. 연암의 글에서는 종종 이런 장난기가 발견된다. 이 장난기는, 조금 고상한 말로 하면 ‘해학미’라고 할 수 있을 터이다. 연암의 장난스런 필치는 한갓 언어유희가 아니다. 그것은 사물과 세계를 느끼고 표현하는 창조적인 하나의 미적 방식이다. 이를 통해 연암은 상상력 및 언어의 상투성과 진부함을 깨뜨리면서 새로운 감수성과 살아 숨 쉬는 언어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만일 이 글을 엄숙한 필치로 썼다면 이런 미적 효과를 거둘 수 있었겠는가. 필시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글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4
이 글은 연암 산문이 창조되는 미묘한 지점, 다시 말해 그 창조과정의 비의秘義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연암은 상투적인 글은 절대 쓰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연암은 안이하게 글을 쓰지 않고, 가슴에 영감과 흥취가 가득 차오를 때를 기다려 비로소 붓을 들어 흉중의 뜻을 토해 내고 있다. 글이 진실되고, 펄펄 살아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연암의 글이 귀신같다고 하지만, 그것은 거저 된 것이 아닌 것이다.
5
연암의 동시대인은 이 글에 대해 이런 평을 남겼다.
“익살스러운 글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깔깔 웃느라 몸을 가누지 못하게 하고, 웃다 쓰러지게 하며, 배꼽을 잡고 웃게 할 터이다.”
▲ 전문
인용
4. 대나무를 닮아 간 사내
6.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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