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변산에서 절로 지어진 시
余奉朝勅, 課伐木於邊山. 以其常督伐木, 故呼余曰: ‘斫木使.’ 余於路上, 戲作詩曰: ‘權在擁軍榮可託, 官呼斫木辱堪知.’ 以類於擔, 夫樵子之事故也.
初入邊山, 層峰複峀, 昻伏屈展, 旁俯大海, 海中有群山蝟島, 皆朝夕所可至. 海人云: “得便風去中國, 亦不遠也.”
嘗過主使浦, 明月出嶺, 晃映沙渚, 意思殊蕭洒, 放㘘不驅, 前望滄海, 沈吟良久. 馭者怪之, 得詩一首云: ‘一春三過此江頭, 王事何曾怨末休. 萬里壯濤奔白馬, 千年老木臥蒼虬. 海風吹落蠻村笛, 沙月來迎浦谷舟. 擁去騶童應怪我, 每逢佳景立遲留.’ 余初不思爲詩, 不覺率然自作也.
해석
余奉朝勅, 課伐木於邊山. 以其常督伐木, 故呼余曰: ‘斫木使.’
나는 조칙을 받들고 변산(邊山)에 나무를 베는 과업을 맡았는데 항상 나무 베는 걸 감독해야했기에 나를 ‘작목사(斫木使)’라고 부른다.
余於路上, 戲作詩曰: ‘權在擁軍榮可託, 官呼斫木辱堪知.’
나는 길 위에서 장난스레 다음 시를 지었다.
權在擁軍榮可託 | 권세는 군대를 옹호하는 데 있으니 영화로움은 의탁할 만하지만 |
官呼斫木辱堪知 | 관직은 작목사라 불리니 욕됨은 알 만하지. |
以類於擔, 夫樵子之事故也.
메는 일이 대체로 나무꾼의 일에 유사하기 때문이다.
初入邊山, 層峰複峀, 昻伏屈展, 旁俯大海, 海中有群山蝟島, 皆朝夕所可至.
처음으로 변산에 들어가니 층층의 봉우리와 여러 겹의 산굴이 솟았다 꺾였다가 굽혔다가 펼쳐졌다가 해서 곁에서 큰 바다 굽어보면 바다 속에 군산(群山)과 위도(蝟島)가 있어서 모두 아침저녁으로 이를 만했다.
海人云: “得便風去中國, 亦不遠也.”
바닷사람이 “편한 바람을 얻으면 중국과의 거리가 또한 멀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嘗過主使浦, 明月出嶺, 晃映沙渚, 意思殊蕭洒, 放㘘不驅, 前望滄海, 沈吟良久.
일찍이 주사포(主使浦)를 지날 때 밝은 달이 산고개에서 나와 모래톱을 휘영청 비추니 속마음은 매우 맑아져[蕭洒] 고삐를 놓고 몰지 않으며 앞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속으로 읊조리길 오래도록 했다.
馭者怪之, 得詩一首云: ‘一春三過此江頭, 王事何曾怨末休. 萬里壯濤奔白馬, 千年老木臥蒼虬. 海風吹落蠻村笛, 沙月來迎浦谷舟. 擁去騶童應怪我, 每逢佳景立遲留.’
마부가 기이하게 여기자 시 한 수를 다음과 같이 짓게 되었다.
一春三過此江頭 | 한 번 봄철임에도 세 번 이 강 어귀를 지나니 |
王事何曾怨末休 | 나랏일은 어찌 일찍이 원망스레 쉬지 말라 하는가? |
萬里壯濤奔白馬 | 만 리의 장엄한 파도는 흰 말이 달리는 듯하고 |
千年老木臥蒼虬 | 천 년의 늙은 나무는 푸른 교룡이 누운 듯해. |
海風吹落蠻村笛 | 바닷 바람은 시골의 젓대소리에 불어 떨어지고 |
沙月來迎浦谷舟 | 모래벌 달은 포구 골짜기 배를 맞이하네. |
擁去騶童應怪我 | 호위하며 가는 마부 아이는 응당 나를 이상히 여기겠지. |
每逢佳景立遲留 | 매번 좋은 경치 만날 때마다 서서 오래 머무니. |
余初不思爲詩, 不覺率然自作也.
나는 애초에 시를 지을 생각은 없었지만 깨닫지 못하는 새에 거칠게 절로 지어졌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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