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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지의 『사기』 읽는 방식을 비판하다
아마 경지가 지난번에 연암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에 “「항우본기」를 읽을 땐 제후들의 군대가 자신의 보루에서 초나라 군대의 전투를 구경하던 광경을 떠올려 보아야 하고, 「자객열전」을 읽을 땐 고점리가 축을 타던 장면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라는 말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이 두 장면은 그 핍진한 서사敍事로 인해 사마천의 귀신같은 필치가 잘 드러난다고 예로부터 칭송되어 왔다.
사실 『사기』를 읽을 때 단순히 그 줄거리에 정신이 팔리거나 흥미로운 일화에 매료되는 독자도 없지 않다. 경지의 말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사기』의 내용을 추체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니, 이런 종류의 독자보다는 그 수준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경지도 자기 딴에는 그럴 듯한 말을 하노라고 이런 말을 한 건지 모른다. 하지만 연암은 경지의 이 말이 늙은 서생의 진부한 말에 불과하다고 타박을 주고 있다. 『사기』를 그런 식으로 읽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리 높은 경지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 높은 경지가 될까?
▲ 전문
인용
3.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마음과 나비를 놓친 아이의 마음
6. 총평
- 태사공太史公: 사마천을 말한다. [본문으로]
- 제후들의 군대가 자신의 보루에서 초나라 군대의 전투를 구경하던 광경: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를 말한다. “진秦나라 말기에 항우는 작은 아버지 항량項梁과 함께 봉기하여 초나라 군대를 이끌고 각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항우가 거록鉅鹿이라는 곳에서 진나라 군대와 싸울 때 여러 제후국의 군대들은 항우의 위엄에 놀란 나머지 보루에서 전투를 관전만 했을 뿐 감히 참전하지 못했다.” [본문으로]
- 고점리高漸離가 축筑을 타던 장면: 「자격열전刺客列傳」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를 말한다. “위魏나라의 자객이었던 형가荊軻는 연燕나라 태자 단丹의 부탁을 받고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역수易水라는 강가에서 장도에 오르는데, 이때 그의 벗인 고점리가 축이라는 악리를 타며 이별의 슬픔을 연주하자 형기는 ”바람소리 쓸쓸한데 역수가 차갑구나. 장사壯士는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리“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랫소리가 얼마나 비장했던지 태자 단을 비롯해 형가를 전송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모두 빳빳이 섰다고 한다. 형가는 노래가 끝나자 표표히 진나라를 향해 떠나갔다. 이 대목은 장도에 오르는 자객 형가의 비장한 모습을 잘 그려 놓았으며 사마천 글쓰기의 특징을 약여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해서 전통 시대의 문인들로부터 늘 칭송받아 왔다.” [본문으로]
- 부엌에서 숟가락 줍는 것: 크게 어렵지도 의미 있지도 않은 일을 해 놓고선 자랑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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