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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경지에게 보낸 세 번째 편지 - 3. 『사기』를 쓸 때 사마천의 마음과 나비를 놓친 아이의 마음 본문

책/한문(漢文)

경지에게 보낸 세 번째 편지 - 3. 『사기』를 쓸 때 사마천의 마음과 나비를 놓친 아이의 마음

건방진방랑자 2020. 4. 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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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기를 쓸 때 사마천의 마음과 나비를 놓친 아이의 마음

 

 

어린아이가 나비를 잡는 광경을 보면 사마천의 마음을 알 수 있사외다. 앞다리는 반쯤 꿇고 뒷다리는 비스듬히 발꿈치를 들고서는 손가락을 자 모양으로 하여 살금살금 다가가 잡을까 말까 주저하는 순간, 나비는 그만 싹 날아가 버리외다. 사방을 돌아봐도 아무도 없자 씩 웃고 나서 부끄럽기도 하고 분이 나가도 하나니, 이것이 바로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마음이외다.

見小兒捕蝶, 可以得馬遷之心矣. 前股半跽, 後脚斜翹, 丫指以前, 手猶然疑, 蝶則去矣. 四顧無人, 哦然而笑, 將羞將怒, 此馬遷著書時也.

갑자기 문의文意가 바뀌어 나비 잡는 어린아이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나비를 잡으러 살금살금 다가갔다가 막판에 놓쳐버린 아이의 복잡한 심리를 잘 묘파해내고 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다. 어린 시절 나비나 잠자리를 잡기 위해 얼마나 그런 포즈를 취했던가. 숨까지 멈춘 채 집게처럼 벌렸던 두 손가락을 딱 합칠라 치면 어떻게 낌새를 알아채고 나비는 싹 날아가 버리지 않던가.

그때의 마음이라니! 왠지 맥이 탁 풀리고, 이상하게도 자책감 같은 게 엄습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그런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짧은 문장 속에 이처럼 절묘하게 서술해놓고 있음을 보면 연암도 나처럼, 그리고 누구나처럼, 어린 시절 이런 경험을 했던 게 분명하다.

 

그건 그렇고, 이 단락에 제시된 나비 잡는 어린아이의 이 비유는 대체 무엇을 말함인가? 우선 이 단락이 마음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 놓고 있는 1단락의 첫 문장과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이 비유는 사마천의 마음, 사마천의 고심이 어떠한가를 말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나비를 놓친 아이의 마음을 형용하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끄럽기도 하고 분이 나기도 하나니(將羞將怒)”가 그것이다. 부끄럽다는 것은 수치심을 말한다. 분이 난다는 것은 분만憤懣을 말한다. ‘분만이라는 말은 지금은 어려운 말이 되어 버렸지만 예전에는 많이 쓰던 말이다. 그것은 분이 쌓여 가슴이 답답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요컨대 수치심과 분만감憤懣感이 사마천의 고심을 이룬다 할 터이다.

연암은 이 두 가지가 사기라는 저술의 가장 밑바닥에 놓여 있는 마음이라고 본 셈이다. 요컨대, 사마천이 실존적으로 이런 마음 때문에 사기를 저술했다고 본 것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사마천의 눈,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 온 저 장구한 역사라는 파노라마를 읽는 사마천의 눈에는 이런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경지의 사기읽는 방식을 비판하다

2. 작가는 고심 때문에 글을 쓸 수밖에 없다

3.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마음과 나비를 놓친 아이의 마음

4. 수치심과 분만감으로 쓴 사기

5. 높은 수준의 글을 쓰도록 만드는 결락감

6.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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