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작가는 고심 때문에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이 단락의 첫 문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지의 『사기』 읽는 방식은 그 글만 읽는 것이요, 작가의 ‘마음’을 읽는 것은 못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글의 거죽만 읽었지 글 쓴 사람의 마음자리를 읽지 못했다는 말이다.
전통적인 어법으로는 글쓴이의 마음자리를 특히 ‘고심苦心’이라고 한다. 고심이라는 말은, 작가의 고민이라든가 현실에 대한 입장, 삶과 세계에 대한 감정을 두루 포괄하는 말이다. 요컨대, 그것은 삶과 세계에 대한 작가의 근원적이거나 실존적인 태도와 관련되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작가의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원점 혹은 어떤 최저 지점을 뜻한다.
작가는 바로 이 고심 때문에 글을 쓸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사회적 의제議題나 이념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개인적 상처와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연암은 사마천이 쓴 글의 거죽을 더듬는 게 능사가 아니요, 그 글에 내재되어 있는, 혹은 그 글의 가장 깊은 밑바닥에 깃들여 있는 사마천의 고심을 읽어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말해, 연암은 「본래의 선비原士」라는 글에서 ‘고심’과 관련해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성인聖人의 글을 읽어도 성인이 고심한 바가 과연 무엇인지를 느껴 아는 자는 드물다. 주자朱子는 이렇게 말했다.
“중니는 지극히 공변되고 진심으로 정성을 다한 분이 아니겠으며, 맹자는 세차게 주먹을 휘두르고 크게 발길질한 분이 아니겠는가?”
주자와 같은 분이야말로 성인의 고심을 이해했다 할 만하다.
夫讀聖人之書, 能得其苦心者鮮矣.
朱子曰: “仲尼豈不是至公血誠, 孟子豈不是麁拳大踢.” 如朱子, 可謂得聖人之苦心矣.
▲ 전문
인용
3.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마음과 나비를 놓친 아이의 마음
6.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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