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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 - 지은이의 말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미학 - 지은이의 말

건방진방랑자 2021. 12. 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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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의 말

 

 

한시는 전달의 특수성 때문에 오늘날 그 효용가치를 상실했다. 한시는 전문 연구자들의 학술적 관심사가 되고 있을 뿐, 이미 가시덤불로 막혀버린 낡은 길이다. 그렇다고 한시가 추구한 정신의 깊이나 미학의 너비마저 덤불 속에 버려둘 수는 없다. 먼지 쌓인 역사의 뒤편에 방치된 채 날로 그 빛이 바래가고 있는 한시에다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고, 막힌 길을 새로 뚫어 현대적 의미를 밝히는 일은 우리에게 맡겨진 책무다.

 

이 책은 시 전문지 현대시학19942월부터 19965월에 걸쳐 연재한 글을 보태어 손질하고 차례를 가다듬어 정리한 것이다. 고전 시학의 정수를 오늘의 시인과 독자들이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접근하게 할 수는 없을까? 한시는 정말로 골동적 가치만을 지닌 퇴영적 문화유산에 지나지 않는 걸까? 이런 의문을 품고 정해놓은 틀 없이 선인들의 뜰을 거닐고자 했다.

 

우리 전통 한시 작품과 이론 중에는 소중한 깨달음을 던져주는 값진 보석들이 많다. 특히 서구 문예이론에만 친숙해 있는 우리에게 한시의 높고 깊은 미학 세계는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서양의 경우, 미학가들 가운데 예술가였던 사람은 극히 드물다. 반면 동양에 있어 미학은 시인 예술가들이 삶 속에서 구분됨 없이 실천적으로 통합되어 추구되었다. 그러므로 이들이 던지는 미학적 물음에는 생생한 삶의 체취가 묻어난다.

 

바야흐로 새롭고 풍성한 담론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작금이다. 새로움에 팔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의 정체성은 어디 가서 찾을 것인가. 개중에는 저도 모르면서 떠드는 현학이 있고, 속임수도 없지 않은 듯하다. 이런 터에 선인들의 숨결 생생한 한시 이야기를 먼지 털어 선뵌 일은 때늦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지 우리 것이어서 소중하다는 말이 아니다. 낯설기까지 한 선인들의 안쓰러운 시 사랑에 한번쯤 귀기울여볼 여유가 이제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우리가 까맣게 잊고 있던, 전혀 새로운 담론의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내내 시마(詩魔)에 붙들린 듯 다른 일에는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근원이 깊지 않고 보니 퍼가기만 한 샘에 고인 물이 얼마 없다. 다시 원두(源頭)로부터 청정한 물줄기가 콸콸 솟아나기를 기대해본다.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용기로 채워주신 사백(詞伯)들의 성원을 잊을 수가 없다. 다만 옛말에 말을 듣기 전에는 그래도 알 만했는데 들을수록 아리송해진다.’더니, 자칫 이짝이나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아내는 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고 비평해주었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딸 마루와 아들 벼리가 고맙다. 연구실에만 처박혀 놀아주지도 못하는 아빠의 미안한 마음을 이 책에 담아본다. 가족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

 

19967월 행당 동산에서

정민

 

 

 

 

인용

목차 / 비슷한 것은

한시사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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