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여인이 화답한 시
김시습(金時習)
啗訖, 娥已依生詩, 以和其意. 寫於桂箋, 使侍兒, 投于生前. 其詩曰:
“東亭今夜月明多 淸話其如感慨何 樹色依稀靑蓋展 江流瀲瀲練裙拖
光陰忽盡若飛鳥 世事屢驚如逝波 此夕情懷誰了得 數聲鐘磬出烟蘿
故城南望浿江分 水碧沙明呌雁群 麟駕不來龍已去 鳳吹曾斷土爲墳
睛嵐欲雨詩圓就 野寺無人酒半醺 忍看銅駝沒荊棘 千年蹤跡化浮雲
草根咽咽泣寒螿 一上高亭思渺茫 斷雨殘雲傷往事 落花流水感時光
波添秋氣潮聲壯 樓蘸江心月色凉 此是昔年文物地 荒城疎樹惱人腸
錦繡山前錦繡堆 江楓掩映古城隈 丁東何處秋砧苦 欸乃一聲漁艇回
老樹倚巖緣薜荔 斷碑橫草惹莓苔 凭欄無語傷前事 月色波聲摠是哀
幾介疎星點玉京 銀河淸淺月分明 方知好事皆虛事 難卜他生遇此生
醽醁一樽宜取醉 風塵三尺莫嬰情 英雄萬古成塵土 世上空餘身後名
夜何知其夜向闌 女墻殘月正團團 君今自是兩塵隔 遇我却賭千日歡
江上瓊樓人欲散 階前玉樹露初溥 欲知此後相逢處 桃熟蓬丘碧海乾”
生得詩且喜.
해석
啗訖, 娥已依生詩,
그가 음식을 먹고 나자, 여인이 이미 홍생은 시에 따라
以和其意.
그 뜻에 화답하였다.
寫於桂箋, 使侍兒, 投于生前.
향기로운 종이에 시를 써서 시녀로 하여금 홍생에게 주도록 하였는데,
其詩曰:
“東亭今夜月明多 淸話其如感慨何 樹色依稀靑蓋展 江流瀲瀲練裙拖
光陰忽盡若飛鳥 世事屢驚如逝波 此夕情懷誰了得 數聲鐘磬出烟蘿
故城南望浿江分 水碧沙明呌雁群 麟駕不來龍已去 鳳吹曾斷土爲墳
睛嵐欲雨詩圓就 野寺無人酒半醺 忍看銅駝沒荊棘 千年蹤跡化浮雲
草根咽咽泣寒螿 一上高亭思渺茫 斷雨殘雲傷往事 落花流水感時光
波添秋氣潮聲壯 樓蘸江心月色凉 此是昔年文物地 荒城疎樹惱人腸
錦繡山前錦繡堆 江楓掩映古城隈 丁東何處秋砧苦 欸乃一聲漁艇回
老樹倚巖緣薜荔 斷碑橫草惹莓苔 凭欄無語傷前事 月色波聲摠是哀
幾介疎星點玉京 銀河淸淺月分明 方知好事皆虛事 難卜他生遇此生
醽醁一樽宜取醉 風塵三尺莫嬰情 英雄萬古成塵土 世上空餘身後名
夜何知其夜向闌 女墻殘月正團團 君今自是兩塵隔 遇我却賭千日歡
江上瓊樓人欲散 階前玉樹露初溥 欲知此後相逢處 桃熟蓬丘碧海乾”
그 시는 이러하였다.
東亭今夜月明多 | 부벽정 오늘밤에 달빛 더욱 밝은데 |
淸話其如感慨何 | 맑은 이야기에 감회가 어떻던가? |
樹色依稀靑蓋展 | 어렴풋한 나무 빛은 일산처럼 펼쳐졌고 |
江流瀲瀲練裙拖 | 넘치는 저 강물은 비단치마를 둘렀네. |
光陰忽盡若飛鳥 | 세월은 나는 새처럼 어느새 지나갔고 |
世事屢驚如逝波 | 세상일도 자주 변해 흘러가 버린 물 같아라. |
此夕情懷誰了得 | 오늘밤의 정회를 그 누가 알아주랴 |
數聲鐘磬出烟蘿 | 깊은 숲에서 종소리만 이따금 들려오네. |
故城南望浿江分 | 옛 성에 올라 보니 대동강이 어디인가? |
水碧沙明呌雁群 | 푸른 물결 밝은 모래밭에 기러기 떼가 울며 가네. |
麟駕不來龍已去 | 기린 수레는 오지 않고 님도 벌써 가셨으니 |
鳳吹曾斷土爲墳 | 봉피리 소리 끊어졌고 흙무덤만 남았어라. |
睛嵐欲雨詩圓就 | 갠 산에 비가 오려나, 내 시를 벌써 이뤄졌는데 |
野寺無人酒半醺 | 들판 절에는 사람도 없어 나 혼자 술에 취하였네. |
忍看銅駝沒荊棘 | 숲 속에 자빠진 동타(銅駝)【동타(銅駝): 구리로 만든 낙타이다. 도성이 오랑캐에게 함락되었음을 뜻하는 말로, 진(晉) 삭정(索靖)이 선견지명이 있어 천하가 난리로 혼란해질 것을 알고 낙양(洛陽)의 궁궐 문에 있는 구리로 만든 낙타를 가리켜 탄식하기를, “네가 가시덤불 속에 있는 것을 보게 되겠구나.” 하였다. 『진서(晉書)』 卷60 「삭정열전(索靖列傳)」】를 내 차마 보지 못하니 |
千年蹤跡化浮雲 | 천년의 옛 자취가 뜬구름 되었어라. |
草根咽咽泣寒螿 | 풀뿌리 차갑다고 쓰르라미 울어대네. |
一上高亭思渺茫 | 높은 정자에 올라 보니 생각조차 아득해라. |
斷雨殘雲傷往事 | 비 그치고 구름 끼니 지나간 일이 가슴아픈데 |
落花流水感時光 | 떨어진 꽃 흐르는 물에 세월이 느껴지네. |
波添秋氣潮聲壯 | 가을이라 밀물소리 더더욱 비장한데다 |
樓蘸江心月色凉 | 물에 잠긴 저 누각엔 달빛마저 처량해라. |
此是昔年文物地 | 이곳이 그 옛날엔 문물이 번성했었지 |
荒城疎樹惱人腸 | 황폐한 성 늙은 나무가 남의 애를 끊는구나. |
錦繡山前錦繡堆 | 금수산 언덕 앞에 금수가 쌓여 있어 |
江楓掩映古城隈 | 강가의 단풍들이 옛 성을 비쳐 주네. |
丁東何處秋砧苦 | 어디서 또닥또닥 다듬이소리가 들려오나? |
欸乃一聲漁艇回 | 뱃노래 한 가락에 고깃배가 돌아오네. |
老樹倚巖緣薜荔 | 바위에 기댄 고목에는 담쟁이가 얽혀 있고 |
斷碑橫草惹莓苔 | 풀 속에 쓰러진 비석에는 이끼가 끼었구나. |
凭欄無語傷前事 | 말없이 난간에 기대어 지난 일을 생각하니 |
月色波聲摠是哀 | 달빛과 파도소리까지 모두가 슬프기만 해라. |
幾介疎星點玉京 | 별들이 드문드문 하늘에 널렸는데 |
銀河淸淺月分明 | 은하수 맑고 옅어 달빛 더욱 밝았구나. |
方知好事皆虛事 | 이제야 알겠으니 모두가 허사로다 |
難卜他生遇此生 | 저승을 기약키 어려우니 이승에서 만나 보세. |
醽醁一樽宜取醉 | 술 한 잔 가득 부어 취해 본들 어떠랴 |
風塵三尺莫嬰情 | 풍진 세상에 삼척검을 마음에다 둘 텐가? |
英雄萬古成塵土 | 만고의 영웅들도 티끌이 되었으니 |
世上空餘身後名 | 세상에 남는 것은 죽은 뒤의 이름뿐일세. |
夜何知其夜向闌 | 이 밤이 어찌 되었나, 밤은 이미 깊어졌네. |
女墻殘月正團團 | 담 위에 걸린 달이 이제는 둥글어졌네. |
君今自是兩塵隔 | 그대와 지금부터 세속 인연을 벗었으니 |
遇我却賭千日歡 | 한없는 즐거움을 나와 함께 누려 보세. |
江上瓊樓人欲散 | 강가의 누각에는 사람들이 흩어지고 |
階前玉樹露初溥 | 뜰 앞의 나무에는 찬이슬이 내리네. |
欲知此後相逢處 | 이 뒤에 다시 한 번 만날 때를 알고 싶다니 |
桃熟蓬丘碧海乾 | 봉래산에 복숭아 익고 푸른 바다도 말라야 한다네. |
生得詩且喜.
홍생은 시를 받아 보고 기뻐하였다.
인용
1화: 평양을 묘사하다
2화: 한 바탕 친구들과 놀고 부벽정에서 운치를 즐기기
4화: 뜻밖의 인연과 합석하다
5화: 여인이 화답한 시
6화: 여인의 가계
8화: 순식간에 연회가 끝나다
9화: 홍생 하늘나라의 신선이 되다
논문: 금오신화의 문학사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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