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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 22. 실낙원의 비가 - 1. 풀잎 끝에 맺힌 이슬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미학, 22. 실낙원의 비가 - 1. 풀잎 끝에 맺힌 이슬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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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실낙원의 비가(悲歌)

 

 

1. 풀잎 끝에 맺힌 이슬

 

 

인간에 낙원은 있는가? 낙원은 없다. 따지고 보면 인생은 절망과 비탄의 연속일 뿐이다. 믿었던 것들로부터 배반당하고, 사랑하던 사람마저 하나 둘 떠나보낸 후 빈 들녘을 혼자 헤매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뒤돌아보면 뜻대로 된 일은 하나도 없다. 한나라 때 악부시 해로(薤露)는 풀잎 끝에 맺힌 이슬만도 못한 인생을 이렇게 노래한다.

 

薤上露 풀잎 위에 이슬
何易晞 너무 쉽게 마르네
露晞明朝更復落 내일아침 이슬은 다시 내리겠지만
人死一去何時歸 한 번 떠난 사람은 돌아올 줄 모르누나

 

고대 중국인들이 상여 메고 나갈 때 덧없는 인생을 슬퍼하며 불렀다는 노래다. 중국 위진 시대의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들과 마주하게 된다.

 

人生奇一世 奄忽若飄塵 인생이란 한세상 더부살이라 덧없이 흩날리는 티끌일레라

 

出郭門直視 但見丘與墳 성문 나서 똑바로 눈뜨고 보니 뵈느니 언덕과 무덤뿐일세

 

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사는 해 백년을 못 채우건만 언제나 천년 근심 풍고 사누나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은 난세를 살아가는 전전긍긍을 서글퍼했다.

 

人生若塵露 天道邈悠悠 인생은 티끌이나 이슬 같은 것 천도만이 아득히 유유하도다

 

終身履薄氷 誰知我心焦 일생 동안 살얼음을 밟는 듯했지 속 타는 맘 그 누가 알아주겠나

 

그러고 보면 죽림의 청담(淸談)이란 것도 세상일에 초연한 방약무인(傍若無人)이기보다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는 안간힘에 가깝다 하겠다. 이때 죽림은 현실의 폭력이 미치지 않는 정치적 진공지대일 뿐이다. 도연명도 이런 비탄을 금하지 못했다.

 

人生似幻化 終當歸虛無 인생이란 마치도 꿈과 같은 것, 종당에는 허무로 돌아가거늘.

 

이백(李白)은 다음과 같이 찌든 삶의 근심 끝에 아예 산발하고서 세속을 벗어나겠다는 결심을 다지고 있다.

 

抽刀斷水水更流 칼 빼어 물 베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擧杯消愁愁更愁 잔 들어 맘 달래도 시름은 더 깊어지네
人生在世不稱意 인생살이 사는 동안 뜻 같은 일 없었지
明日散髮弄扁舟 내일은 머리 풀고 쪽배 타고 떠나리

 

당나라의 진자앙(陳子昻)은 다음처럼 노래하였다.

 

前不見古人 전날의 고인은 볼 수가 없고
後不見來者 장차 올 뒷사람도 보지 못하네.
念天地之悠悠 천지의 아득함 생각노라니
獨愴然而涕下 나 홀로 구슬퍼 눈물 흐른다.

 

 

 

 

인용

목차

1. 풀잎 끝에 맺힌 이슬

2. 닫힌 세계 속의 열린 꿈

3. 구운몽, 적선의 노래

4. 이카로스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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