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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깨지는지도 모르는 노래
파옹행(破甕行)
홍석모(洪錫謨)
雙湖亭下暮烟生 | 쌍호정 아래 저물녁 안개 피어나고 |
冠岳山邊夕烽明 | 관악산가 밤 불빛 밝네. |
借問村翁是何火 | 마을 노인에게 물었네. “이것은 어떤 불빛인가요? |
一點耿耿山下橫 | 한 점이 밝게 빛나 산 아래에 비껴 있네요.” |
江左素有燔甕店 | 노인은 말했네. “강 왼쪽엔 본래 옹점 1에 불빛이 있어 |
夜夜松火型範成 | 밤마다 송화로 전형적인 독의 모형을 만들었죠. |
昔有一夫學此工 | 옛적에 한 사내가 이 기술을 배워 |
往來長安換靑銅 | 장안에 왕래하며 청동으로 바꿨고 |
夕陽歸來樹木陰 | 석양에 돌아와 나무 그늘진 곳 |
芳堤下擔納淸風 | 방죽 아래에 독을 메니 맑은 바람이 들어왔죠. |
須臾日落歸鳥過 | 잠깐 사이에 해가 저서 돌아가는 새가 지나니 |
四顧漠漠只平坡 | 사방 돌아보면 막막하게도 다만 평평한 언덕이었죠. |
轉身仍入甕中宿 | 몸을 돌려서 독 속으로 들어가 자니 |
脚過耳兮背如鼉 | 독이 좁아 다리가 귀를 지남이여 등은 자라 같았죠. |
低頭點點指頻屈 | 머리 숙이고 점점이 손가락을 자주 구부려 셈하니 |
十日廿日價漸多 | 10일, 이십일 가치가 점점 높아지네. |
息貨如山堆無窮 | 재물 불어나는 게 무궁한 산과 언덕 같아 |
窶兒忽成富家翁 | 가난하던 아이가 홀연히 부자집 노인이 되었구나. |
身邊不覺甕之小 | 몸 주변으로 독이 작다는 걸 알지 못하고 |
心中只喜財益豐 | 내심 다만 재물이 더욱 풍성해지는 것만 좋아하네. |
倏擧雙袖舞參差 | 갑자기 두 소매를 들어 덩실덩실 춤추다 |
揮手頓足如狂痴 | 손을 휘두르고 발을 들어대니 미치광이 같았지. |
東倒西顚樂未已 | 동쪽으로 넘어지고 서쪽으로 자빠지지만 즐거움 끝이 없어 |
片片甕破渾不知 | 조각조각 독이 깨져 널부러진 걸 모른다네. |
陶朱巨富空流涎 | 도주의 엄청난 부유함에 부질없이 침이 흘러 |
千金還似春夢然 | 천금은 도리어 봄꿈인 듯했지.” |
窮人妄計竟何成 | 곤궁한 사람의 망령된 계책 마침내 어찌 이루리오? |
背上一甕亦不全 | 등 위의 하나의 독도 또한 온전치 못하는데. |
嗟彼甕工忽生欲速心 | 아! 저 옹기장수는 홀연히 빨리 하려는 마음을 내는데 |
一富一貧都關天 | 한 번의 부귀도 한 번도 가난함도 모두 하느님에 관계되어 있다네. |
世人慕利皆如此 | 세상 사람들이 이익을 사모하는 게 모두 이와 같으니 |
紛紛逐逐正堪憐 | 분분하게 쫓아다니는 모습이 정히 가련할 만하구나. |
村翁來聽我所言 | 시골 노인이 와서 내가 말하는 걸 듣고 |
我言非虛翁其傳 | 나의 말이 빈말이 아니니 노인이여 전해주셔요 2. 『陶厓詩集』 卷1 |
인용
- 옹점(甕店): 『과천읍지(果川邑誌)』를 보면 월파정(月波亭) 및 제원정(堤遠亭)ㆍ효사정(孝思亭)의 위치를 "현북(縣北) 25리(里) 옹막(甕幕)에 있다."고 하였다. 시에서 쌍호정(雙湖亭)은 아들 정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옹막은 시에서의 옹점일 것이다. 곧 옹점은 과천읍내에서 북쪽으로 25리 지점이므로 대게 지금 서울의 동작구 동작동의 한강변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권발(權撥)의 「현석강정십영(玄石江亭十詠)」의 '옹촌청연(瓮材靑煙)'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옹점에서 오르는 연기는 한강의 한 풍치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向夕浮煙漲杳冥, 水村山郭摠潛形. 誰知竈下烘薪熖, 截破江天一半靑]. [본문으로]
- 옹산(瓮算): 가난한 사람이 기껏 독 한 개밖에 살 수 없었는데 마침 길에서 비를 만났다. 독 속에 들어앉아서 셈하기를 '이것 하나 팔면 하나가 둘이 되고 이익이 무궁하구나.' 드디어 좋아서 춤을 추다가 독을 깨뜨리는 줄도 몰랐다. 지금 허황하게 계산하는 것을 일러서 옹산이라 하는데, 이 이야기에서 나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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