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③
이언적(李彦迪)
희우(喜雨)
松櫺一夜雨聲紛 客夢初驚却喜聞
從此靑丘無大旱 幽人端合臥巖雲
감물(感物)
卜築雲泉歲月深 手栽松竹摠成林
煙霞朝暮多新態 唯有靑山無古今
무위(無爲)
萬物變遷無定態 一身閑適自隨時
年來漸省經營力 長對靑山不賦詩
▲ 이인문, 「관수도(觀水圖)」, 18세기, 21X30cm, 개인소장.
해석
단비
희우(喜雨)
松櫺一夜雨聲紛 송령일야우성분 | 소나무 격자창에 한밤 내내 빗소리 시끄러워 |
客夢初驚却喜聞 객몽초경각희문 | 나그네 꿈에서 처음 깨니 도리어 희열에 차 듣게 되네. |
從此靑丘無大旱 종차청구무대한 | 이로부터 우리나라엔 큰 가뭄 없으리니 |
幽人端合臥巖雲 유인단합와암운 | 은거한 사람 단정히 합치된 채 구름 낀 바위에 누워보네. |
사물에 감흥하여
감물(感物)
卜築雲泉歲月深 복축운천세월심 | 운천에 터를 잡으니 세월은 깊어가고 |
手栽松竹摠成林 수재송죽총성림 | 손수 소나무와 대나무 심으니 모두 숲을 이루었네. |
煙霞朝暮多新態 연하조모다신태 | 안개가 아침저녁으로 새로운 자태를 자아내는데 |
唯有靑山無古今 유유청산무고금 | 오직 청산만이 예나지금이 없이 똑같구나. |
아무 하는 일 없이
무위(無爲)
萬物變遷無定態 만물변천무정태 | 만물은 쉼 없이 변해 정해진 모습이 없으니 |
一身閑適自隨時 일신한적자수시 | 한 몸 유유자적하게 절로 시절 따르네. |
年來漸省經營力 년래점생경영력 | 연래에 점점 생계 꾸리려던 힘 줄여 |
長對靑山不賦詩 장대청산불부시 | 길이 청산 대하고서 시조차 짓질 않네. |
해설
이 시는 도학자(道學者) 이언적의 학자적인 모습을 잘 보여 주는 시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정해진 형태가 없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니, 이 한 몸 역시 변화 속에 있는 것이므로 한적하게 지내며 때의 변천을 따르련다. 근래 들어 점점 경영하는 힘, 즉 작위(作爲)의 힘이 줄어드니(作爲는 출세나 명예를 탐하는 것, 글을 꾸미는 것 등등을 의미함), 오래 청산을 마주하고도 작위(作爲)의 힘이 줄어들어 시를 짓지 못하고 있다.
이수광(李睟光)은 『지봉유설(芝峯類說)』에서 이 시에 대해, “회재 선생의 시에 …… 라고 했는데, 말의 뜻이 매우 높아 구구한 시를 짓는 사람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晦齋先生詩曰 萬物變遷無定態 一身閑適自隨時 年來漸省經營力 長對靑山不賦詩 語意甚高 非區區作詩者所能及也].”라 평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6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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