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점필재와 간이에 견주어도 될 시재를 지닌 장유의 시
張谿谷維, 文章圓暢馴熟, 爲一大家.
金淸陰序其集曰: “宣陵之世, 畢齋獨步, 穆廟之時, 簡易高蹈.”
蓋言谿谷文章, 可幷二公而爲三傑也.
其「贈畸庵」詩曰: “叢篁抽筍當階直, 乳燕將雛掠戶斜. 自笑蓬蒿張仲蔚, 平生不識五侯家.”
此可以見一斑而知虎豹之文.
해석
張谿谷維, 文章圓暢馴熟,
계곡 장유는 문장이 원만하고 트여 있으며 순하고 원숙하여
爲一大家.
한 명의 대가가 되었다.
金淸陰序其集曰:
청음 김상헌이 계곡의 문집에 서문을 쓰며 말했다.
“宣陵之世, 畢齋獨步,
“선릉의 시기엔 점필재가 독보적이었고
목릉(선조)의 시기엔 간이가 우뚝했다【고도(高蹈): 툭 일어섬, 특출남[崛起, 特出]】.
蓋言谿谷文章, 可幷二公而爲三傑也.
아마도 계곡의 문장이 두 분과 아울러 삼걸이 된다고 말한 것이리라.
其「贈畸庵」詩曰: “叢篁抽筍當階直, 乳燕將雛掠戶斜. 自笑蓬蒿張仲蔚, 平生不識五侯家.”
「기암 정홍명(鄭弘溟)에게 주다[贈畸庵子]」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叢篁抽筍當階直 | 대밭에서 뻗어난 죽순은 계단 아래에 당도하여 곧게 솟았고 |
乳燕將雛掠戶斜 | 제비는 새끼 먹이려고 문을 스쳐나네. |
自笑蓬蒿張仲蔚 | 절로 우습구나, 봉호의 장중울은 |
平生不識五侯家 | 평생 권세라곤 알지 몰랐었다지. |
此可以見一斑而知虎豹之文.
이것은 한 무늬를 보고서 호랑이나 표범의 무늬를 알 수 있다는 것【동진(東晉)의 왕희지(王羲之)의 아들인 헌지(獻之)가 어릴 때의 일이다. 아버지의 서예(書藝) 문하생(門下生)들이 뜰에서 저포(樗蒲)를 즐기고 있었다. 어깨 너머로 보고 있던 헌지(獻之)가 갑자기 “남풍불경(南風不競)이군!”이라고 말했다. ‘남풍(南風)’은 ‘양자강(陽子江) 이남(以南)의 음악(音樂)’, ‘불경(不競)’은 ‘힘이 없다’는 뜻으로 남풍불경(南風不競)은 ‘세력이 미미함’을 뜻한다. 그러자 지고 있던 문하생(門下生) 하나가 “이 도련님 규표일반(窺豹一斑)하시는군.”라고 응수(應酬)했다. 즉 표범의 무늬 하나만 보고 무슨 訓手냐는 빈정거림이었다. 하지만 왕헌지(王獻之)도 지지 않고 “유진장(劉眞長)에게 부끄러운 줄이나 아세요.”라고 대꾸했다. 유진장(劉眞長)은 도박(賭博)을 하면서도 환온(桓溫, 晉 簡文帝 때 장군)의 반역(反逆)을 간파(看破)했던 인물(人物)이다. 그 문하생(門下生)은 말문이 막혀 그만 옷을 훌훌 털고 일어나 가버렸다】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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