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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변(文變) - 4. 고루한 조선의 문장가를 위해 이 글을 짓다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문변(文變) - 4. 고루한 조선의 문장가를 위해 이 글을 짓다

건방진방랑자 2020. 7. 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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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루한 조선의 문장가를 위해 이 글을 짓다

 

성현(成俔)

 

 

널리 배워야 문장을 지을 수 있다

騷賦當主華贍, 而不知者以爲當平淡也; 論策當主雄渾, 而不知者以爲當端正也; 記事者當典實, 而不知者以爲當倂儷也.

平淡非文病也, 其弊至於委靡; 端正非文病也, 其幣至於疏散; 倂儷非文病也, 其弊至於鄙俚.

譬如庭樹枝柯花葉紛鬱, 然後得庇本根, 而樹必碩茂, 調飮食者當審五味滫瀡之宜, 然後乃得其和. 今者削枝葉而望樹之茂, 擯五味而得食之和, 寧有是理.

孔子: “博學而詳說之, 將以反說約也.” 博學則無所不知, 詳說則無所不通, 無不知無不通, 然後能辨是非而去就之. 今不博學詳說, 欲先反約, 未知所存者幾何, 所約者何事.

 

하나의 문체에 치우쳐 있는 현 문단의 병폐

今之學詩者必曰: “謫仙太蕩, 少陵太審, 雪堂太雄, 劍南太豪, 所可法者涪翁后山.” 刋落肌肉, 獨存骸骨, 未至兩人之域而氣象薾然. 聱牙奇僻, 則頑庸駑劣, 有不足觀者, 學文者亦如是.

爲詭, 以兩漢爲奧, 爲放, 文爲騖, 樂取柔軟之辭, 以爲剞劂, 無感乎文學之卑也.

大抵詩文華麗則取華麗, 淸淡則取淸淡, 簡古則取簡古, 雄放則取雄放, 各成一體而自底於法. 豈有愛梅竹而欲盡廢群卉, 好竽瑟而欲盡停衆樂乎.

此嵩善子膠柱固執之見也, 嵩善雖死而譊譊者猶未已. 故作文變, 以曉世之學爲文者. 虛白堂集

 

 

 

 

 

 

해석

 

널리 배워야 문장을 지을 수 있다

 

騷賦當主華贍,

시와 부는 마땅히 화려하고 넉넉함을 주장해야 하는데

 

而不知者以爲當平淡也;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평이하고 담백해야 한다고 말하고

 

論策當主雄渾,

논과 책은 마땅히 웅장하고 뛰어남을 주장해야 하는데

 

而不知者以爲當端正也;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단정해야 한다고 말하며

 

記事者當典實,

기사는 마땅히 법도 있고 실질적이어야 하는데

 

而不知者以爲當倂儷也.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변려체(倂麗體)로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平淡非文病也, 其弊至於委靡;

평담한 것이 문장의 병폐는 아니지만 폐단은 힘이 없는 데에 이르고

 

端正非文病也, 其幣至於疏散;

단정한 것은 문장의 병페는 아니자만 폐단은 엉성하고 흩어지는 데에 이르며

 

倂儷非文病也, 其弊至於鄙俚.

변려체는 문장의 병페는 아니지만 폐단은 좁고 속된 데에 이른다.

 

譬如庭樹枝柯花葉紛鬱,

비유하자면 정원의 나뭇가지와 꽃의 잎사귀가 쫙 펴져 울창한 뒤에야

 

然後得庇本根, 而樹必碩茂,

뿌리를 덮을 수 있어 나무가 반드시 크고 무성해지고

 

調飮食者當審五味滫瀡之宜,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이 마땅히 오미의 조리하는 마땅함을 살핀 뒤에야

 

然後乃得其和.

곧 그 조화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今者削枝葉而望樹之茂,

이제는 가지와 잎을 자르면서 나무가 무성하길 바라고

 

擯五味而得食之和, 寧有是理.

오미를 물리치면서 음식의 조화로움을 얻으려 하니 어찌 이런 이치가 있으랴.

 

孔子: “博學而詳說之, 將以反說約也.”

공자가 넓게 배우고 자세하게 말하는 것은 장차 돌이켜 요약하여 말하려 해서다.”라고 말했다.

 

博學則無所不知, 詳說則無所不通,

널리 배우면 알지 않을 게 없고 자세히 말하면 통하지 않을 게 없으니,

 

無不知無不通,

알지 않을 게 없고 통하지 않을 게 없은 뒤에야

 

然後能辨是非而去就之.

시비를 분별하여 떠나거나 나가거나 할 수 있는 것이다.

 

今不博學詳說, 欲先反約,

이제 널리 배우고 자세히 말하지 못하면서 먼저 도리어 요약하려 하니

 

未知所存者幾何, 所約者何事.

보전한 것이 얼마나 될 것이며 요약한 것이 어떤 일인지를 모르겠다.

 

 

 

하나의 문체에 치우쳐 있는 현 문단의 병폐

 

今之學詩者必曰: “謫仙太蕩,

이제 시를 배우는 사람들은 반드시 말한다. “적선(謫仙) 이백(李白)은 너무 방탕스럽고,

 

少陵太審, 雪堂太雄,

소릉(小陵) 두보(杜甫)는 너무 살피며, 설당(雪堂) 소식(蘇軾)은 너무 웅장하고,

 

劍南太豪,

검남(劒南) 육유(陸游)는 너무 호방하니,

 

所可法者涪翁后山.”

본받을 만한 사람은 부옹(涪翁) 황정견(黃庭堅)과 후산(后山) 진사도(陳師道)이 부분은 고려 중기부터 조선 중기에 걸쳐 유행한 송시풍(宋詩風), 특히 조선 전기에 유행한 강서시파(江西詩派)를 따르려는 시단의 경향을 비판한 것이다. 강서시파는 송 휘종 때 여본중(呂本中)이 강서 출신인 황정견(黃庭堅)을 시종(詩宗)으로 하고 그의 이론을 계승한 25명의 시인을 모아 강서시사종파도(江西詩社宗派圖)를 지은 데서 비롯한 말이다. 이들은 두보(杜甫)의 엄격한 율격과 절묘한 표현 기교를 배우려고 하였는데 주지적이고 기교적인 면모가 있었다. 원나라의 방회(方回)영규율수(瀛奎律髓)에서 강서시파가 추종하는 대표적인 시인을 일조삼종(一祖三宗)이라 하였는데, 일조는 두보이고 삼종은 황정견ㆍ진사도(陳師道)ㆍ진여의(陳與義)를 말한다. 성현의 시를 보면 당시풍이 느껴지는데 시에 대한 생각이 당대의 일반적 흐름과 달랐음을 알 수 있다..”

 

刋落肌肉, 獨存骸骨,

살과 고기를 잘라내며 유독 뼈만 보존하니

 

未至兩人之域而氣象薾然.

두 사람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는데 기상은 삐쩍 마른다.

 

聱牙奇僻, 則頑庸駑劣,

말이 어렵고 기이하고 편벽되지 않으면 완악하고 용렬하며 노둔하고 졸렬해져

 

有不足觀者, 學文者亦如是.

볼 만한 게 없고 문장을 배우는 사람도 또한 이와 같다.

 

爲詭, 以兩漢爲奧,

장자(莊子)이소(離騷)을 궤탄스럽다 여기고 양한을 비좁다 여기며

 

爲放, 文爲騖,

한유와 유종원을 방탕하다 여기고 소식의 문장을 달려나간다 여기지만

 

樂取柔軟之辭, 以爲剞劂,

유연한 문장을 기꺼이 취해 판각하여 새기니

 

無感乎文學之卑也.

문학이 비루해지는 것에 유감이 없다.

 

大抵詩文華麗則取華麗, 淸淡則取淸淡,

대체로 시와 문장이 화려하면 화려함을 취하고 청담하면 청담함을 취하며

 

簡古則取簡古, 雄放則取雄放,

간단하고 고아하면 간단하고 고아함을 취하고 웅장하고 방탕하면 웅장하고 방탕함을 취하여

 

各成一體而自底於法.

각각 하나의 문체를 완성하게 되어 스스로 법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豈有愛梅竹而欲盡廢群卉,

어째서 매화와 대나무를 사랑한다고 해서 여러 꽃들을 다 제거하고

 

好竽瑟而欲盡停衆樂乎.

생황과 거문고를 좋아한다고 해서 여러 악기를 다 멈추게 하려 하는가?

 

此嵩善子膠柱固執之見也,

이것은 숭선자김종직(金宗直, 1431~1492)을 말한다. 김종직의 고향이 선산(善山)이고 선산의 고호가 숭선(嵩善)이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성현은 서거정(徐居正)의 뒤를 이어 관학파 문학의 입장을 대변하고 김종직은 신진 사림파의 종장(宗匠)으로 도학파 문학을 대변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 글에서는 전아(典雅)하고 온자(醞藉)한 문풍을 확립하고자 했던 김종직의 견해를 반박하고 있다. 서거정은 신라 시대부터 그 당시까지의 문학 작품 가운데 작품성을 위주로 선별하여 동문선(東文選)을 편찬하였는데, 김종직이 이에 반발하여 도학에 바탕을 둔 온자한 작품만을 뽑아 동문수(東文粹)청구풍아(靑丘風雅)를 편찬하였다. 성현은 이러한 선집 기준이 문학의 다양성과 예술성을 해친다고 보아 그러한 논리를 변파(辨破)하고 있다.의 고집스런 견해지만

 

嵩善雖死而譊譊者猶未已.

숭선이 비록 죽었지만 떠들썩한 소리들이 아직도 그치질 않고 있다.

 

故作文變, 以曉世之學爲文者. 虛白堂集卷之十三

그러므로 문변을 지어 세상에 문장 짓는 걸 배우는 사람을 깨우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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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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