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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흡, 만록 - 33. 소통의 방법과 대화의 묘(妙) 본문

문집/일반

김창흡, 만록 - 33. 소통의 방법과 대화의 묘(妙)

건방진방랑자 2020. 10. 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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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소통의 방법과 대화의 묘()

 

 

凡人發言, 多失之率易, 而亦未能審聽他人之言. 故酬酢之間, 十八九不湊著.

或麤疎而不尋語脉, 或密固而滯於言詮, 或英邁而失之臆度, 或昏短而不究歸著, 或聽邇言而尋之於高遠, 或聽眇論而忽以爲膚淺. 以此終日接話, 而其不爲齟齬矛盾者幾希.

然其不會聽言者, 非但由性質有偏而然也. 大抵定心者少而放心者多, 忩忩擾擾之中, 撥忙酬應, 宜未能審悉曲折而善爲往復也.

如問東答西, 則失之未詳, 其過猶少. 如聞說晝, 必反以夜, 聞說寒, 必反以暑, 乃迷藏之類, 尤爲可憎.

至於枕流漱石, 獐邊鹿鹿邊獐之類, 或滑稽而遂非, 或依違而藏拙, 最爲心術之害.

與人爭辨之際, 乍覺有如此證候, 不可不痛祛而不留根也.

亦有理屈於人而怫然勝心之發, 尋討人言句罅漏而强拗折之, 或截去首尾而孤擧一句, 或窮搜枝葉而不察本旨, 此則全出於未能平心而務欲勝人, 蓋用意愈深而做病愈重.

荀子: “有爭氣者, 勿與較.” 凡與人接話, 如逢如此之類, 括囊可也. 以此知可與晤語之人, 天下鮮矣.

孔子: “可與言而不言, 謂之失人; 未可與言而言, 謂之失言.” : “中人以上, 可以語上; 中人以下, 不可以語上.” 凡與人酬酢者, 不可不服膺此訓.

 

 

 

 

해석

凡人發言, 多失之率易, 而亦未能審聽他人之言, 故酬酢之間, 十八九不湊著.

보통사람이 발언함에 대부분 경솔하고 쉽게 말하는 데서솔이(率易): 몸가짐이나 언행(言行)이 까다롭지 않고 솔직함 잃어버리고, 또한 다른 사람의 말을 살펴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주고 받는 사이에 10 8~9는 대화가 하나의 주제로 모여 붙지 못한다.

 

或麤疎而不尋語脉, 或密固而滯於言詮, 或英邁而失之臆度, 或昏短而不究歸著, 或聽邇言而尋之於高遠, 或聽眇論而忽以爲膚淺.

혹은 대화가 거칠고 엉성해서 말의 문맥을 찾질 못하고 혹은 대화가 치밀하고 견고하나 말의 법칙에만 엉기며 혹은 대화가 영민하고 뛰어나지만 억측하는 데서 잃어버리고 혹은 대화가 어둡고 식견이 짧아 귀의처(歸依處)를 궁구하지 못하며 혹은 일상적인 말을 듣고선 고견(高見)과 심원한 데서 찾고 혹은 오묘한 논의를 듣고서 문득 얕다고 여긴다.

 

以此終日接話, 而其不爲齟齬矛盾者幾希, 然其不會聽言者, 非但由性質有偏而然也.

이 때문에 종일토록 만나 대화하더라도 어긋나거나저어(齟齬): 이가 맞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나 일이 맞지 않고 어긋남을 이르는 말 모순된 말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드물지만 말을 이해하며 듣지 못하는 것은 성질이 치우쳐 있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大抵定心者少而放心者多, 忩忩擾擾之中, 撥忙酬應, 宜未能審悉曲折而善爲往復也.

대저 마음을 안정시킨 이는 적고 마음을 놓아버린 이는 많아 바쁘고 요란스런 가운데 시간을 짜내어발망(撥忙): 바쁜 일을 제쳐 놓다 시간을 내다 시간을 짜내다 말을 주고 받으니 마땅히 굽히고 꺾인 것을 살펴 잘 주고받을 수 없는 것이다.

 

如問東答西, 則失之未詳, 其過猶少.

예를 들면 동쪽에 대해 물었는데 서쪽에 대해 답하는 것은 자세하지 않은 데서 잃은 것이니 잘못은 오히려 적은 편이다.

 

如聞說晝, 必反以夜, 聞說寒, 必反以暑, 乃迷藏之類, 尤爲可憎.

예를 들면 낮을 말한 것을 듣고 일부로 거꾸로 밤이라 하고 추위를 말한 것을 듣고 일부로 거꾸로 더위라 하니 곧 눈을 싸매고 하는 숨바꼭질미장(迷藏): 아이들의 놀이의 일종인 착미장(捉迷藏)을 말하는데, 곧 베[]로 눈을 싸매고 하는 숨바꼭질이다. 여기서는 서로 모순됨을 가리킨다. 같은 종류이니 더욱 미워할 만하다.

 

至於枕流漱石, 獐邊鹿鹿邊獐之類, 或滑稽而遂非, 或依違而藏拙, 最爲心術之害.

흐르는 물로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 하는 것노루 곁이 사슴, 사슴 곁이 노루장변록록변장(獐邊鹿鹿邊獐): 왕안석(王安石)의 아들 원택(元澤)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였다. 어떤 사람이 노루와 사슴 한 마리씩을 왕안석에게 보낸 적이 있었는데, 원택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혹자가 묻기를 어느 놈이 사슴이고 어느 놈이 노루인가라고 하자, 원택이 답하기를 노루 옆에 있는 놈이 사슴이고 사슴 옆에 있는 놈이 노루다.”라고 하였다. 그는 이후 경전을 해석할 때도 이와 같았다. 주자어류(朱子語類)130라는 종류에 이르러선 혹 골계로 그릇됨을 완수하고(枕流漱石) 혹 피하려 하여 졸렬함을 감추니(獐邊鹿鹿邊獐) 가장 심술에 해가 된다.

 

與人爭辨之際, 乍覺有如此證候, 不可不痛祛而不留根也.

사람과 논쟁하고 변론할 즈음에 잠깐 이러한 증거가 될 만한 낌새를 깨달았다면 통렬히 제거하지 않아선 안 되고 뿌리를 남겨둬선 안 된다.

 

亦有理屈於人而怫然勝心之發, 尋討人言句罅漏而强拗折之, 或截去首尾而孤擧一句, 或窮搜枝葉而不察本旨,

또한 어떤 논리가 남에게 꺾이면 발끈하며 이기려는 마음이 발동되어 다른 사람 어구의 어설픈 부분을 찾아 토론하여 억지로 그를 꺾으려 하고 혹은 처음과 끝은 제거한 채 외롭게 한 구절만을 열거하며 혹은 지엽적인 것만을 궁리하여 찾고 본래의 뜻을 살피지 않으니

 

此則全出於未能平心而務欲勝人, 蓋用意愈深而做病愈重.

이것은 모두 마음을 평정하지 못해 남을 이김에 힘쓰는 데서 나온 것으로 대체로 뜻을 씀은 더욱 심오하지만 병폐를 만듦은 더욱 위중해지는 것이다.

 

荀子: “有爭氣者, 勿與較.” 凡與人接話, 如逢如此之類, 括囊可也.

순자가 다투려는 기운이 있는 사람은 함께 겨루지 말라.”고 했으니 대체로 남과 만나 이야기함에 이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만났다면 입을 다물고 있는 게괄낭(括囊): ‘주머니를 여민다는 뜻으로, 속에 감추어 두고서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주역(周易)』 「곤괘(坤卦)육사(六四)주머니 끈을 묶듯이 하면 허물도 없고 칭찬도 없을 것이다.[括囊无咎无譽]”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므로 괄낭(括囊)의 시대자신의 재지(才智)를 속에 감추고 침묵을 지켜야 하는 암울한 시대를 말하고 괄낭지계(括囊之戒)’란 괄낭의 경계라는 뜻으로, ‘주머니를 묶는 것처럼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하며, ‘괄낭수록(括囊守祿)’이란 두루 조심하면서 말하지 않는 것이 마치 주머니 입구를 묶어 놓은 것과 같아, 생각을 막고 지키는 데에만 힘쓰며 녹봉과 지위만 지키는 것을 말한다. 낫다.

 

以此知可與晤語之人, 天下鮮矣.

이 때문에 터놓고 얘기할 만한오어(晤語): 마주 대하여 터놓고 이야기함 사람이 천하에 드물다는 걸 알 수 있다.

 

孔子: “可與言而不言, 謂之失人; 未可與言而言, 謂之失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말할 만한데 말하지 않는 것을 사람을 잃었다고 하고 함께 말해선 안 되는데 말하는 것을 말을 잃었다고 한다.”

 

: “中人以上, 可以語上; 中人以下, 不可以語上.”

또한 말씀하셨다. “지식이 중급 이상인 사람에겐 이상적인 것을 말해줄 수 있지만 중급 이하의 사람에게는 이상적인 것을 말해줄 수 없다.”

 

凡與人酬酢者, 不可不服膺此訓.

일반적으로 사람과 말을 주고 받는 사람이라면 이 가르침을 가슴에 품어 받들지 않을 수 없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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