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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풍년에도 유리걸식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들의 사연은?
嗟爾何處人 扶挈到此方 | 아! 당신들은 어느 곳 사람들이기에 붙들고 이끌며 이 지방에 이르렀소? |
云是東峽民 無食離家鄕 | 말하네. “동쪽 골짜기 1 백성으로 먹을 게 없어 집과 고향 떠났지요. |
四月下霜雹 五月遍螟蝗 | 4월인데도 서리와 우박이 내렸고 5월에 벼멸구 들끓어 |
才經催剝餘 又逢蟲損傷 | 겨우 꺾이고 벗겨짐 경험한 나머지에 또한 벌레로 인한 손상 만났지요. |
始從瀧上黍 迤及水中秧 | 처음엔 여울 가 기장으로부터 이어져 논 속 벼에까지 미치니 |
根穗皆蝕盡 處處莽空場 | 뿌리와 이삭 모두 먹어 치웠고 곳곳마다 황량히 텅빈 벌판이 되었죠. |
半歲費辛苦 逢秋却成荒 | 반해 동안 고생을 했는데 가을이 되었음에도 도리어 거친 벌판을 이루었어요. |
十口皆呼饑 焉望有蓋藏 | 열 식구 모두 굶주림에 호소하는데 어찌 저장한 음식 2 있을까 바라리오? |
東家鬻牛馬 西隣伐棗桑 | 동쪽 집에선 소와 말을 팔고 서쪽 이웃에선 대추와 뽕나무를 일궈서 |
糴期忽已迫 身布又遑遑 | 쌀 사들일 기일은 갑자기 이미 임박한 데다 신포 또한 재빨리 요구하여 |
官差猛如虎 臨門肆槍攘 | 사또 3 사납기가 범 같아 문에 다다라 멋대로 창으로 찔러댔죠. |
環顧一室中 四壁惟頹墻 | 한 집안 속을 휘 돌아보면 사방의 벽엔 오직 무너진 담뿐이었죠. |
深恐連縷洩 盡賣弊衣裳 | 깊이 연루되어 포박당할까 두려워 모두 해진 옷가지들 팔아야 했죠. |
哀哀幼稚哭 索飯呼爺孃 | 애달프고 애달피 어린 자식 울어대며 밥 찾아 어미 4를 불렀죠. |
安土豈非願 故鄕拒可忘 | 땅에 안착(安着)하길 어찌 바라지 않겠으며 고향을 끊어버리고 잊어버릴 수 있겠습니까? |
甁無一粒粟 將何繼秕慷 | 쌀독엔 한 알갱이 곡식도 없으니 장차 어찌 쭉정이로라도 연명하며 건강하겠습니까? |
一日不再食 立地見危亡 | 하루에 두 끼 먹지 못해 땅에 서더라도 위급하고 망할 것 같기에 |
難於坐待死 百計費商量 | 앉아 죽음을 기다리기 어렵기에 온갖 계책으로 헤아려 보았던 것이죠. |
率眷作流丐 天壤何茫茫 | 권솔(眷率)을 거느리고 유리걸식(遊離乞食)하는데 천지가 어찌나 드넓던지요? |
痛哭辭故里 血淚西白楊 | 통곡하며 옛 마을에 사직하는데 서쪽 황철나무 5에 피눈물이 흘렀답니다. |
傳聞他郡邑 往往登豊穰 | 전해 듣기론 다른 고을은 이따금 풍년이 들었다던데 |
我土獨何辜 毒災偏一坊 | 우리 땅만 유독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해침과 재앙이 한 지방에 치우친 것입니까? |
地荒民四散 公私貽深殃 | 땅이 황폐해지자 백성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공사로 깊은 재앙을 당했네요. |
日月雙轉轂 流光落嚴霜 | 해와 달이 모두 돌고 돌다가 엄혹한 서리 떨어지는 세월이 되었네요. |
旣無家與食 半夜泣路傍 | 이미 집과 먹을거리 없으니 한밤에 길가에서 울지만 |
流離不定居 溝壑任仆僵 | 흘러 다녀 정해진 거처 없기에 도랑과 골짜기에 쓰러짐 당하겠죠. |
인용
- 동협(東峽): 경기도의 동족 지방과 강원도 지방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본문으로]
- 개장(蓋藏): 헛간, 저장 [본문으로]
- 관차(官差): 예전에, 관아에서 파견하는 군뢰, 사령 따위의 아전을 이르던 말이다. [본문으로]
- 야양(爺孃): 부모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본문으로]
- 백양(白楊): Populus maximowiczii.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 '백양'이라고도 한다. 원산지는 러시아와 한국, 일본 등이며, 냇가에 서식한다. 크기는 약 30m이다. 본래 회색이었던 나무껍질이 갈라지면서 흑갈색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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