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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묵으려 머문 집 노인의 기구한 사연
頃因遠行邁 薄暮投村莊 | 접때 먼 길 가다가 저물녘 촌락에 투숙하는데 |
扣門願寄宿 且復求水漿 | 문을 두드려 숙박하길 원하고 또한 다시 물과 미음을 요구했네. |
中有一老父 鬚眉皓蒼蒼 | 중간에 한 노인이 있었는데 수염과 눈썹이 희어 무성하니 |
借問緣底事 塊然處空房 | 물었네. “무슨 연유로 외로이 빈 방에 거처하십니까?” |
老父不暇譍 垂頭淚先滂 | 노인은 응답할 겨를도 없이 머리를 드리운 채 눈물만 먼저 떨어지네. |
黃昏炊爨訖 夜共宿土床 | 황혼에 부뚜막에 밥불 때길 마치고 밤에 함께 흙바닥에서 자는데 |
翁言年八十 去歲遭妻喪 | 노인이 말했네. “나이 여든인데 작년에 아내 초상을 당했고 |
世爲水卒役 長子死於防 | 대대로 소졸의 병역(兵役)을 하는데 장자는 방비하다 죽었고 |
次子不堪命 逃去不我將 | 차자는 운명 감당할 수 없어 나를 데리지 않고 도망가 |
存亡絶消息 不復倚門望 |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조차 끊어지니 다시 문에 기대 기다리지 않아요. |
何人炊我食 何人縫我裳 | 어떤 사람이 나를 위해 밥불 때겠으며 어떤 사람이 나를 위해 옷 지어 주겠소? |
汲樵手自親 一身尙未殭 | 물 긷고 불 때는 걸 손수 스스로 하니 한 몸 오히려 죽지 못했소이다. |
不獨吾家然 所在皆堆墻 | 유독 우리 집만 그러한 게 아니니 있는 곳이 모두 담장이 허물어져 |
此村數十家 蕭條見何嘗 | 우리 마을의 수십 가구가 쓸쓸하니 언제 일찍이 보았던 것이겠소? |
皆爲驅役苦 散避如驚麞 | 모두 신역의 괴로움에 달아나 놀란 노루처럼 흩어져 달아난게죠.” |
晩來拂衣起 繞村久徜徉 | 저물어 옷을 떨치고 일어나 마을을 둘러보며 오래도록 어슬렁거리니 |
門閭尙儼然 炊煤栖空樑 | 마을 어귀의 문은 아직도 그대로이고 불 때던 연기만이 빈 들보에 남아있지만 |
不見煙火起 滿目宿草黃 | 연기 불 피어나는 것 보이지 않고 눈 가득 묵은 풀만 누렇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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