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엄항수의 자족하는 마음
박지원(朴趾源)
枉十里蘿蔔, 箭串菁, 石郊茄ㆍ蓏水瓠ㆍ胡瓠, 延禧宮ㆍ苦椒ㆍ蒜韭ㆍ葱薤, 靑坡水芹, 利泰仁土卵, 田用上上, 皆取嚴氏糞, 膏沃衍饒, 歲致錢六千. 朝而一盂飯, 意氣充充然, 及日之夕, 又一盂矣.
人勸之肉則辭曰: ‘下咽則蔬肉同飽矣, 奚以味爲,’ 勸之衣則辭曰: ‘衣廣袖不閑於體, 衣新不能負塗矣.’
歲元日朝, 始笠帶衣屨, 遍拜其隣里, 還乃衣故衣, 復荷畚入里中. 如嚴行首者, 豈非所謂穢其德而大隱於世者耶.
해석
枉十里蘿蔔, 箭串菁,
왕십리의 배추, 살꽂이다리【전관(箭串): 현재 서울 성동구에 있는 뚝섬의 옛 이름 중의 하나.】의 무,
石郊茄ㆍ蓏水瓠ㆍ胡瓠,
석교(石郊)의 가지ㆍ오이ㆍ수박ㆍ호박과
延禧宮ㆍ苦椒ㆍ蒜韭ㆍ葱薤, 靑坡水芹,
연희궁(延禧宮)의 고추ㆍ마늘ㆍ부추ㆍ파ㆍ염교와 청파동의 물미나리,
利泰仁土卵, 田用上上,
이태인(利泰仁)의 토란 등을 심는 밭들은 모두 상(上)에 상(上)을 사용하되【토지의 질에 따라 차등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토지를 상ㆍ중ㆍ하로 나누고, 각각을 다시 상ㆍ중ㆍ하로 나누어 모두 9등급을 두었다. 상상전은 최상급의 토지를 말함.】
皆取嚴氏糞, 膏沃衍饒,
모두 엄항수의 똥을 사용하여 기름지고, 살찌고, 평평하고, 풍부해서
歲致錢六千.
일 년에 육천 냥이나 벌어들인단다.
朝而一盂飯, 意氣充充然,
그러나 엄항수는 아침밥 한 그릇에 만족해하고
及日之夕, 又一盂矣.
저녁밥 한 그릇에도 만족해하는구나.
人勸之肉則辭曰:
사람들이 고기를 권하면 사양하면서 말하지.
‘下咽則蔬肉同飽矣,
‘목구멍만 지나면 채소나 고기나 배부르기는 마찬가진데
奚以味爲,’
어찌 맛을 따지리오.’
勸之衣則辭曰: ‘衣廣袖不閑於體,
새 옷을 권하면 또 사양하며 말하지. ‘소매가 넓은 옷은 몸에 맞지 않고
衣新不能負塗矣.’
옷이 새 것이면 똥을 지고 길에 나설 수가 없소이다.’라고 한단다.
歲元日朝, 始笠帶衣屨,
해마다 설날이면 아침 일찍 갓을 쓰고 띠를 매고 옷과 신발을 갖춘 후
遍拜其隣里, 還乃衣故衣,
이웃에 다니며 두루 인사를 하고, 돌아와서는 다시 헌 옷을 입고
復荷畚入里中.
삼태기를 메고 동네 안으로 들어가지.
如嚴行首者,
엄항수와 같은 사람을
豈非所謂穢其德而大隱於世者耶.
더러운 곳에 덕이 있고 세상에 숨어 사는 큰 인물【한(漢) 나라 때의 동방삭(東方朔)이나 위진(魏晉) 때의 죽림칠현(竹林七賢)과 같은 인물을 가리킨다.】이라 하지 않겠는가.
인용
1화: 벗이 중요하다고 해놓고선 천하디 천한 엄항수와 벗이 되었다뇨, 이게 뭔 말인가요
3화: 제자의 반론과 이덕무의 설명
5화: 엄항수의 자족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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